벌교(筏橋)는 북. 동쪽으로는 순천시, 남쪽으로는 고흥군과 접하고 있다. 고려 초인 940년(태조 23년)에 낙안군(樂安郡)이 설치되었다가, 1895년 나주부의 낙안군이 되었다. 이 후 1896년 전라남도 낙안군(樂安郡)으로 변경되었다가 1908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안군이 폐지되고, 그 일부가 보성군(寶城郡)에 편입되면서 벌교면이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22년 경전선 철도가 지나면서 교통의 요지가 되었고, 일제 강점기 동안은 전남 동부지방의 물산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창구가 되었다. 따라서 1937년 보성군내의 보성읍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벌교읍(筏橋邑)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 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 하지 말라 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은 낙안군의 폐군과 관련된 벌교 주민들의 의병 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더불어 벌교에서도 돈 자랑 자랑 하지 말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벌교의 꼬막경제는 풍성했었다.

이런 벌교가 조정래 작가의 대작으로 350만부가 팔린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면서 다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태백산맥> 전권(10권)을 읽지 못하고 줄거리에 의존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소설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만 벌교라고 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 수 등장인물들이 여·순 반란 사건과 6.25를 겪으면서 좌·우익 이념 대립과 불행했던 한 시기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것 이외에는 더 언급할 것이 없다. 한편 순천에서 출생했으나 한국동란 후 어린 시절을 벌교에서 보낸 작가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꼬막 먹던 이야기를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감자나 고구마를 삶듯 해버리면 꼬막은 무치나 마나가 된다. (중략)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튼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콩나물이 그러하듯 꼬막도 잔치집의 흔하고도 소중한 반찬이었다.’ 이와 같이 당시에 벌교 갯벌에는 꼬막 자원이 풍부했다. 꼬막은 생선도 아니면서 얘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8진미 중 1품으로 진상됐으며, 전라도 지방에서는 조상의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간 음식이 바로 꼬막이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살이 오르고 가장 맛이 좋다. 꼬막은 살짝 익혀서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 꼬막숙회는 전라도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꼬막류는 (참)꼬막, 새꼬막 및 피조개(피안다미조개)로 분류하는데, 보통 조개의 크기나 방사륵(放射肋, 부챗살처럼 도드라진 줄기) 수로 판가름 난다. 더불어 꼬막은 고막, 고막조개, 안다미조개 등으로도 불리며, 한자로는 감(蚶), 괴합(魁蛤), 감합(甘蛤), 괴륙(魁陸), 와옥자(瓦屋子), 와룡자(瓦龍子), 복로(伏老), 천련(天臠), 밀정(密丁), 공자자(空玆子) 등으로 불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 에는 전라도의 장흥도, 해남현, 보성군, 흥양현(고흥)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전남 여자만(汝自灣)에 위치한 순천만 갯벌과 보성갯벌은 우리나라 연안 습지로는 처음으로 국제적인 습지관련 기구인 람사(RAMSAR) 협약 습지에 등록되어 있다. 벌교 앞바다 갯벌은 오염되지 않아 꼬막이 서식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꼬막은 6∼8월에 산란하는데, 산란 직후 살이 찌기 시작하여 겨울 꼬막은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최상의 맛을 자랑하는 시기라고 한다. 벌교 꼬막은 태백산맥에서의 표현대로 감칠맛과 졸깃함으로 꼬막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꼬막은 맛뿐만 아니라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B, 칼슘, 철분이 풍부해 겨울 철 보양식으로 좋고, 성장기 어린이들 발육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체내 독소 배출 및 숙취해소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더불어 풍부한 히스티딘과 나이아신 및 헤모글로빈은 특히 여성들의 빈혈 증상에 탁월하다. 이 외에도 보성만은 해안선을 따라 새우, 굴, 해태, 멸치 등의 어획도 많고, 봄. 여름에는 제주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조기, 갈치, 삼치, 도미, 민어, 전갱이 등도 많은 곳이다. 지금 벌교에서 ‘수라상 꼬막정식’ 1인분에 13,000∼15,000원 정도다. 그런데 그 내용에 입이 쩍 벌어진다. 꼬막비빔밥, 짱뚱어탕, 꼬막숙회, 꼬막무침, 꼬막부침개, 양념게장, 매생이국, 꼬막탕수육 등이 나온다. 이 외에도 꼬막배추겉절이, 꼬막부추솥밥, 꼬막표교버섯숙채무침, 꼬막만두 등의 요리도 다양하다. 그런데 벌교를 상징하는 꼬막 자원이 매년 감소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생산량은 2016-2018년 3년간 연평균이 약50여 톤(새꼬막은 500여 톤)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격도 20kg들이 포장에 약 50∼60만 원선으로 새꼬막의 5만 여원과 비교하여 10여배 비싼 가격임에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보성군은 2017년 약 2억 원을 들여 꼬막자원 폐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용역사업을 발주했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금후 보성군은 여자만 청정해역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벌교꼬막의 생산기반을 혁신하는 바다목장사업에 군비를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서편제(西便制)의 고장인 보성의 소리를 꼬막과 관련지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태백산맥의 고향 ‘벌교 꼬막’이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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