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미꾸라지와 망둥어가 비판의 대상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렸다느니 또는 꼴두기가 뛰니 망둥이(어)도 뛴다느니 한다. 또한 개인 일탈이니, 공익제보니 하는 논쟁도 뜨겁다. “미꾸라지, 망둥어 인권위원회”가 있었다면 왜 정치권이 우리를 끌어 들이냐고 항의성 집회를 했음직하다. 어느 일간지에 이번 사안 제보자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라고 비꼬기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끝자락에 지인 몇 사람들과 ‘남원추어탕’집에 갔다. 전복 2마리를 넣은 전복추어탕이 17,000원이다. 전량 국내산 미꾸라지고 전복 소비도 촉진되니까 좀 비싸긴 해도 괜찮다고 생각됐다. 오래 전 수입 수산물 수입 검사업무에 종사했고, 중국산 미꾸라지의 불합격률이 높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터라 우선 국내산이라는데 믿음이 갔다. 식후 자리를 커피 가게로 옮겨 추어탕의 맛이 일품이었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편 어디를 가나 남원추어탕 간판이니 특별한 이유가 있는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한 분이 해장국은 모두 양평해장국이고, 곰탕은 나주곰탕 하듯이 추어탕은 남원추어탕이 된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필자는 통영의 한 연구소에 근무한 적이 있다. 통영시는 욕지도를 비롯해서 수많은 도서를 포함하고 있어 여객선 교통이 발달된 곳이다. 뱃머리에 나가면 충무김밥 판매 가게가 수도 없이 많다. 그곳에는 할매충무김밥 외에 원조, 왕원조, 딸, 심지어 며느리도 있었든 것으로 기억된다.

미꾸라지는 추어(鰌魚), 추어(鰍魚), 말미꾸리, 납작이, 용미꾸리, 당미꾸리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꾸리와는 구별되는 별종이다. 분류학상 속(屬)은 같으나 종(種)이 다르다. 미꾸라지는 몸통이 납작한 반면 미꾸리는 둥글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둘을 구별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문헌상으로는 <고려도경 高麗圖經>에 등장한다. 여기에는 영세민이 즐겨 먹는 9종의 수산동물이 열거되어 있는데 추(鰍)도 포함되어 있다. <동의보감 東醫寶鑑>에는 추어(鰌魚)라고 하며, 그 약효는 보중(補中), 지설(止泄) 즉 설사를 그치게 해준다고 적고 있다.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에는 이추(泥鰍)라고 하고, 한글로 밋구리라고 쓰고, 살은 기름지고 시골사람은 이를 잡아 물에 넣어두고 진흙을 다 토하기를 기다려 죽을 끓이는데 별미라고 했다.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미꾸라지를 맑은 물에 5, 6일간 넣어두어 진흙을 다 토하게 한 후 솥에다 두부 몇 모와 물, 미꾸라지 50∼60마리를 넣고 불을 때면 미꾸라지는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간 후 죽게 된다. 이것을 썰어서 참기름으로 지져 탕을 끓인다고 한다. <해동죽지 海東竹枝>에도 이와 비슷한 설명이 있다. 미꾸라지는 지방, 단백질 A가 풍부하여 뱀장어에 못지않은 영양식품이다. 남원시는 2011년 3월 남원지역 토종어류인 ‘미꾸라지(미꾸리)’를 내수면 어류 지리적 표시 제13호로 민물고기로는 전국 최초로 등록했다고 한다. 남원시는 2007년부터 시비 100억 원을 투입해 가며 미꾸라지 산업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게기로 “남원추어브랜드‘ 가치를 높여 양식 농가들의 소득향상을 기대해 왔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양식농가들은 긍정적(브랜드 가치 상승)인 면과 부정적(전국 600개의 남원추어탕집 공급량 부족)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미꾸라지는 상업적인 거래보다는 농가에서 가을걷이를 마친 후 농한기에 논 귀퉁이의 웅덩이 물을 퍼내어 미꾸라지를 잡은 후 동네 사람들이 추어탕을 끓여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 했던 것이 추어탕의 기원이 된 듯싶다. 한편 망둥어(별망둑, 문절망둑, 말뚝망둥어)는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라는 속담이 있고, ‘망둥어가 뛰니 꼴두기도 뛴다’ 또는 ‘망둥어가 뛰니 게도 뛴다’라는 말도 있다. 망둥어는 낚시에서도 잘 잡히는 친숙한 어종이다. 망둥어와 비슷한 종으로 배도라치가 있다. 이 둘은 집을 짓느냐(망둥어) 또는 공간에 사느냐(배도라치)로 구분한다고 한다. 망둥어는 초여름부터 활발한 먹성을 보여 살이 찌고, 가을이 되면 차츰 깊은 바다로 내려가기 때문에 초가을 벌미나 기수지역에서 잡은 것이 씨알이 굵고 맛이 좋다. 지금은 철도 지났는데 사람들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망둥어에도 별칭이 많다. 별망둑(꼬시래기, 망둥어, 큰입매지), 문절망둑(문절이, 운저리, 문절구, 문저리, 망둥어, 망둥이, 범치), 말뚝망둥어(꽃망둑, 똘챙이, 풀망둥이, 짱둥어) 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 생물 연구서로 조선 말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유사옥(辛酉邪獄)에 연루된 문신 김려(金鑢)가 우해(牛海, 지금의 진해)로 귀향을 가서 만든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와 <담정집외서 潭庭集外書>에 이어(異魚) 즉 특이한 물고기를 소개한데에도 망둥어가 나온다. 망둥어는 벌(泥)에 구멍을 뚫고 집을 만들고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개펄 바닥을 걷거나 뛰기도 하며, 갑각류나 곤충까지도 잡아먹는 특이한 어류라고 했다. 이번에 정치권에서 두 어종을 의인화(擬人化) 시켜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얻은 것도 있다. 이 두 어종은 값은 싸지만 영양가 만점으로 서민들이 즐기먹는 민속어(民俗魚)다. 추어탕집이나 망둥어 매운탕집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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