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방어는 여름에는 기름기가 없고 살이 물러 식감이 좋지 않고 비린내도 난다고 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같이 역삼동에 있는 이름난 일식집에 갔다. 평소 신선하고 질 좋은 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다랑어(참치) 뱃살과 함께 대방어(8∼10kg 이상)의 뱃살이 올라왔다. 지방이 축적된 겨울철 대방어는 횟감의 황제로 ‘겨울 진객’이라고 불린다. 방어 맛의 큰 특징은 입에 넣으면 녹는 듯한 식감으로 기름진 고소함과 담백한 맛이다. 겨울 추운 바다에서 견디기 위해 지방질을 축적한 방어의 뱃살(등살, 중뱃살, 대뱃살, 꼬리살, 가마살로 대별)은 참치나 황새치의 뱃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하는 일본에서는 겨울철 방어회를 참치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지역이 많다. 정동현 님이라는 음식 칼럼니스트는 방어회를 ‘그 회 한 점에 몇 백 겹 파도와 뜨겁고 차가운 시간이 엮여 있다. 그 모두가 한데 모여 내 안으로 들어온다. 겨울 바다 한 자락이 내가 된다’라고 겨울철 방어를 예찬하고 있다.

방어는 자고로 방어진(方魚津)이라는 울산광역시의 항구에서 많이 잡혀 그 지명에서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과 그 모양이 잠수함의 발사관을 떠난 수중 어뢰(魚雷, torpedo)와 같이 방추형(紡錘形)으로 생겨서 방어라고 불렀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본래 방어(魴魚, 方魚, ぶり, yellow tail, japanese amberjack)는 전갱이과(科)의 어류로 지역에 따라 ‘부시리’ 또는 ‘히라스’라고 부르는 곳도 있으나 부시리는 다른 어종이며, 히라스(ひらす 또는 ひらまさ-平政)는 부시리의 일본명을 일컫는다. 그러나 방어의 별칭으로는 재방어, 마래미(함남), 마르미, 떡메레미, 피미, 방치마르미(강원), 사베기(경북), 해벽어(海壁魚), 사(鰤), 무태방어 등으로 부르고 크기에 따라 미래미, 만백이. 사백이 등으로도 부르는 곳도 있다. 특히 경북 영덕, 울릉 등지에서는 10cm 내외를 떡메레미, 30cm내외를 메레미 또는 피미, 60cm 이상을 방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방어는 출세어(魚)라고 해서 성장함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은 와까시(わかし, 鰤, 15cm 전후), 이나다(いなだ, 40cm 전후), 와라사(わらさ, 稚鰤, 60cm 전후), 부리(ぶり, 100cm 전후)로 분류하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은 츠바시(つばし, 20cm 전후), 하마치(はまち, 魬, 30∼40cm), 메지로(めじろ 50∼60cm), 부리(ぶり, 80cm 이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본은 보통 겨울철에 50cm이하의 크기는 놓아 주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한다. 잡아 봐야 맛도 없고 자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가장 고급요리인 ‘가이세키요리’(懷石料理-연회에서 차례대로 나오는 고급요리)에는 방어가 꼭 들어간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숙성된 방어를 초밥 재료로 쓰고 있고, 도야마(富山) 만(灣)의 방어가 최고라고 한다. 더불어 숙성된 방어를 식초에 절여먹는 시메부리(방어 초절임, しめぶり)도 유명하다.

방어는 동해안과 남해안에 많이 분포하고, 한 여름에 북상하고 겨울철에 남하한다. 또한 캄차카 반도 남부에서 타이완 연해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한다. 한편 방어는 머리 부분이 커서 가식부(可食部) 수율(收率)이 떨어지나 머리 구이는 별미 중의 별미로 인정받고 있다. 방어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D. E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피부보호에 효과적이며, 암과 골다공증 예방, 노화방지 등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세종 때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 慶尙道地理志>에는 방어가 동평현의 토산 공물조에 실려 있고, <세종실록 世宗實錄>에 의하면 1437년(세종 19년)의 호조(戶曹)의 보고 가운데 방어는 함경도,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어류로 적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리지 地理志>에 경상도 동평현(현 부산 당감동 일대)의 토공조에도 기재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新增東國輿地勝覽>에도 역시 경상도, 강원도 및 함경도 각 지방의 토산조에도 들어 있어 오래 전부터 방어자원에 대한 평가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에는 방어는 동해에서 나는데 관북, 관동의 연해와 영남의 영덕, 청하 이북에 있다고 하고, <전어지 佃漁志>에서는 큰 것은 무태방어라 하여 6∼7자에 달한다고 했다. <조선통어사정 朝鮮通漁事情>에 의하면 동해안에서 멸치를 잡으려다가 방어 떼의 방해를 받는 일이 있었으며, 방어의 대군이 멸치 떼와 같이 걸려들어 그물이 대파된 적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해통어지침 韓海通漁指針>에는 지인망(地引網)으로 1회에 3,000∼4,000마리를 잡는 일이 허다하다고 기록되어 있고, 일제 강점기인 1924년에 6,000톤(2016년 14,665톤-부시리 포함)을 어획하였다고 하여 당시 자원이 안정적이었으나, 일본 본토로의 수탈 대상어(魚)였다. 오늘날에는 제주(모슬포)해역과 울진, 소래포구 해역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있다. 특히 모슬포 방어는 청정 바다 환경과 거센 물살에서 자라 육질과 맛에서 다른 지방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겨울철 대방어가 우리 앞에 와 있다. 몸통이 부풀어 오른 방어의 배를 가르면 해무가 낀 것처럼 기름기가 가득하다. 수중 어뢰처럼 방어는 쏜살같이 왔다가 겨울철이 지나기가 무섭게 달아날 것이다. 방어 생산 항구를 찾거나 노량진, 가락동 시장을 찾는다면 겨울철 대방어가 여러분을 반길 것이고, 새해 기해년(己亥年) 여러분의 꿈이 대방어 같이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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