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7년 기준 2,0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며, OECD 평균인 1,729시간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이에 정부는 삶의 질 제고와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으며,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 21개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됐다. 더불어 특례업종의 지나친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연속 휴식시간(11시간)을 제공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적용을 받는 해양수산업 사업체 수는 약 4만 개 이하(근로자 5인 이상, 특례업종 제외, 해양산업 약 7,035개, 수산업 약 32,900개 이하)로 추산돼 전체 해양수산업체 14만 3천여 개소의 약 28%를 차지한다. 그러나 종사자수로는 전체 해양수산업 종사자 123만 8천명의 약 49%인 약 61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부업종별로 살펴보면 수산물 생산업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규정에 의해 원래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수산물 운송업과 해운업은 특례가 존치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수산물 가공업은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을 받으며, 수산물 유통업과 항만업의 일부 업종(도소매업 및 보관업 관련)은 특례에서 제외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 분야 근로 현황과 향후 제도시행이 사업체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해양수산업 1,155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수행한 결과, 해양수산업 사업체 중 52시간 이상 근로자가 1명 이상 존재해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적용을 받으며, 제도시행으로 생산 활동에 영향이 있다’는 사업체는 전체 응답자의 8.5%로 나타났다. 해양수산 업계에서 제도시행 이후 주로 예견되는 문제점으로는 매출액 감소, 인력이탈, 일시적 수요에 대한 대응 불가 등이 꼽혔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응방안이 마련돼 있는 사업체는 6.1%에 불과했으며,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대응 방안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영세기업에 특화된 인건비 부담 지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기업 컨설팅, 일자리 매칭 등의 맞춤형 고용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15.2%로 나타나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이후 기업의 실제 신규 고용의사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과거 시계열 고용노동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Panel VAR 모형을 적용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양수산업에서 최대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축소될 경우 5년 후까지의 상용근로자 기준 누적고용증가 규모는 약 11,000명으로 추정된다. 부문별로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건조수리업이 4,965명으로 규모면에서 가장 큰 고용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수산물 가공업, 해양기기ㆍ장비제조업, 수산물유통업 순으로 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도 시행이 이러한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연구의 사업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 항으로 인건비 부담, 업무 능력 보유자 구인의 어려움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정부지원이 필요한 것은 종사자 임금 지원, 법준수 기업 혜택 제공, 인력 교육 지원, 자 동화 설비 구축 지원 등으로 나타났으며, 현행 정부지원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 및 지원대상 확대, 정책 홍보 및 지원 절차의 간소화 등이 요구된다.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 방안 마련, 해양수산 세부 산업별 맞춤형 지원제도 마련, 신규채용 기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향후 해양수산 고용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해양수산업 고용 실태조사 추진, 범부처 고용통계 공유방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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