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 오징어 조업 성어기에 접어들었지만 울릉도 오징어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저동항 수협위판장은 한 달여째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 8일부터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11일까지 4일간 출어가 통제돼 울릉도 저동항에서 200여 척의 어선들이 피항 중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동해상의 기상악화 등으로 울릉도 어선들은 20여일간 조업을 하지 못했다. 11월 들어서도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데다 기상악화로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11일간 풍랑주의보가 발효됐고 달이 밝게 뜨는 지난 22∼25일(음력 14~17일)까지 조업에 나서지 못했다.

불빛으로 집어를 하는 오징어 조업의 특성상 달이 밝게 뜨는 음력 보름전후는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아 어민들은 이 기간에는 조업에 나서지 않는다.

울릉도에는 풍랑주의보 발효된 상황에서도 조업할 수 있는 15톤 이상 어선이 23척이 있지만, 이들마저 조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상이 좋지 않은데다 무리해서 조업을 해봤자 어자원 고갈로 어획량이 크게 부진하기 때문이다.

울릉도 오징어 어선들은 90% 이상이 오징어 조업만 전업으로 하는 어선들이다.

이들은 10월부터 1월까지 4개월 동안 조업을 하는데 겨울철에는 기상이 나쁘기 때문에 사실상 10∼11월 두 달 사이에 조업 성과를 내야 하지만, 울릉도에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조업을 하지 못한 어선들이 상당수이고 11월 들어서도 기상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올해 오징어 조업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어업인은 “조업을 나간 어선들이 밤샘 조업을 해도 5급(1급 20마리) 정도밖에 못 잡는데 어떻게 조업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유류대도 안 돼 조업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선주 겸 선장은 “겨울철로 접어드는 11월은 동해상의 기상악화로 조업일수가 훨씬 줄어든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겨울철 기상이 나빠지고 오징어도 잡히지 않아 전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처리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여성은 “매일 이른 새벽에 수협위판장에 나와 보지만 위판되는 오징어가 없어 매번 허탕만 치고 있으니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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