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인구는 1967년 어가인구 114만 명을 정점으로 2017년 12만 명까지 급격히 감소했고, 고령화율은 30.5%를 넘어섰다.

또한 어촌의 지역소멸지수를 분석한 결과, 2045년에는 전체 어 촌의 81.2%인 342개 읍면동이 소멸 고위험(0.2미만) 지역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어촌의 급격한 인구감소는 정주환경의 기반을 붕괴시키고, 어촌의 삶의 질 저하는 다시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특히, 어촌은 취약한 입지적 특수성으로 인해 농촌․도시에 비해 생활서비스 전달에 어려움이 있고, 지역공동체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주민이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어촌사회를 위한 정책은 인구소멸 대응과 생활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는 첨단기술의 융합과 사회·규제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마트 어촌(Smart Fishing Community)’ 도입이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어촌은 스마트 수산업,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정주환경이 통합된 개념으로, ICTs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 규제혁신을 통해 구현해 낼 수 있다. 스마트 어촌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은 어촌 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도시청년을 어촌으로 유입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은 2017년 ‘스마트빌리지(Smart Village)’ 정책을 마련하고, 스마트빌리지를 디지털혁신과 사회혁신으로 유형화했다. 각 유형별 시범사업들은 단순한 ICTs 활용에서 벗어나 신기술과 사회변화를 결합한 창의적이고 정형화되지 않은 농어촌 지역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브레타니 지역은 패류양식장의 생산정보를 어업인과 양식위원회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 ‘텔레카페체(Telecapêche)’를 어업현장에 도입해 기술혁신을 구현했다. 텔레카 페체의 활용은 양식어가의 어업경영과 수산통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고, 이는 프랑스 전 어업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의 에익섬(Isle of Eigg)은 주민주도의 지역재단을 마련하고, 자체적인 전력수급 조절 시스템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자립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에익섬 운영재단은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을 결합해 섬 소비전력의 95%를 생산하며, 전력토큰과 최대출력 제 한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전력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독일 라인란트팔츠 지역은 편의시설, 교통접근성, 의료·보건 서비스 취약성을 개선하는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마을(Digital Village)’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스마트 생활환경을 위한 인프라 구축 과정 중 규제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온라인 포인트 수입에 대한 세금부과, 차량공유 서 비스의 교통법규 적용 등), 현재 주정부와 규제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기 3개 사례 중 스코틀랜드의 혁신사례는 지역사회 운영구조를 주민주도형으로 전환하는 사 회혁신을 추진한 이후, 지역의 니즈에 맞춘 신기술 도입과 제도정비로 혁신을 지원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반면 프랑스·독일 사례는 생활서비스 및 지역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혁신에서 출발한 이후 사회혁신을 도모하고, 규제정비로 변화를 뒷받침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어촌의 인구소멸 현황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어촌사회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첫째, 스마트 어촌에 대한 정책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해양수산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촌뉴딜 300사업은 기술·사회·규제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스마트 어촌의 마중물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연구기관 간 네트워크 마련과 정기적인 국제학술교류를 통해 스마트 어촌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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