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이저 김업체들이 국내에 잇달아 법인을 설립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국내 김산업이 머잖아 한·중·일 각축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아사쿠라, 고젠, 사네이 등 연 매출액이 4000억∼1조원에 이르는 김 업체들이 국내에 직접투자(FDI)로 법인을 설립했거나 지사를 만들었다. 이 중 한 업체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전남에 김 가공공장을 짓는 중이다. 국내 최대 김 전문업체 매출액이 채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자본력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브로커 위주로 국내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작황에 따라 한국에서 원료(양식김)를 공급받고, 조미김·과자 등 가공기술을 배우기 위한 포석이다.

이같은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원료 확보의 용이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양식김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2005년 이전까진 일본의 김 생산량이 우리나라 보다 2배 많았으나 고령화와 시설투자 감소로 역전돼 현재 절반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마른김 1억속(1속은 100장)을 생산하는데 비해 일본은 5000속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김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일본회사들만 해도 국내 양식김을 전부 사들일 수 있는 규모”라며 “국내 시장이 너무 개방돼 있다 보니 직접투자 형태로 쉽게 들어오고 있다.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인수합병이 쉽도록 해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미김 등 가공기술 습득과 한류확산에 따른 글로벌 김시장 확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유럽으로 조금씩 넓어진 김 시장은 한류 영향으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달리 일본 회사들의 진출은 한류 등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일본은 김 관련 단체나 조합이 많아 해외 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토종업체를 키우는 일에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시장 나가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영세한 국내 김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호소다. 현재 김 관련 식품업체는 대기업계열사와 전문회사를 포함해 27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최대 업체의 매출이 900억원을 조금 넘는다.

정재강 한국김수출협의회장(만전식품 대표)는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원료를 사들이고 OEM가공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양식김 값이 일본에 비해 저렴하고 아직은 가공비가 낮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수출사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전북 부안 삼해상사 김 가공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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