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고기압이 어쩌고... 티베트 고기압도 어쩌고... 처서(處暑)도 지났으니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고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금년은 한 세기의 기록을 모조리 갱신한 해가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350개 언론사가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자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설을 싣고, 대만총통의 L.A에서의 85도C 커피 한 잔에 십 수억 인구가 불매운동을 벌이고... 사건, 사고도 많았다.

‘아나고(穴子, あなご)’는 일본 이름으로 우리 표준어는 ‘붕장어’다. <玆山魚譜, 1815>에서는 해대려(海大鱺)라 하고, 그 속명을 붕장어(硼長魚)라 하였으나 붕(硼)은 취음(取音, 말뜻과는 관계없는 소리 한자)이다. 다른 고(古) 자료에는 붕장어(弸張魚)라고 표기한 곳도 있다. 이 외에도 별칭으로 진질장어, 장에, 붕어지(충남, 황해도), 벵찬(함남), 짱애, 꾀장어(전남), 참장어(진도), 바다장어라고도 부른다. 영어명도 다양하여 common conger, conger eel, white spotted conger 등이 있다. 영명의 conger는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의 congros에서 유래하였으며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 역시 바닥의 모래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자가 붙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옆줄 구멍이 별모양이라 하여 ‘싱만(星鰻)’또는 싱캉지만(星康吉鰻)이라 부른다. 낮에는 모래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머리를 쳐들고 있다가 다른 물고기들이 활동하지 않는 밤에 먹이를 습격, 포획하는 습성이 있어 ‘바다의 갱’이라 부르기도 한다.

1908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지> 제1집에 의하면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 연근해에서 생산되나 당시에는 뱀을 닮은 모습 때문에 이를 좋아하지 않아 일부러 잡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때는 주로 일본인들이 어획하여 일본으로 반출했다. 그 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인들을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기 시작하여 붕장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1948년 광복 직후에는 어획량이 급감했으나 점차 회복되어 1987년도에는 2만여 톤에 달하였다. 그러나 붕장어의 효과가 알려지자 남획되면서 2017년에는 3천5백 톤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기선저인망과 연승(延繩), 통발, 낚시 등이 어획도구로 사용되었다. 주로 저서성 무척추동물을 먹고 살며 야간에 활동한다. 민물 뱀장어와 같이 산란수역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보통 일본 남부 해역에서 4∼5월경 시작하여 뱀장어처럼 대나무 잎 형태(leptocephalus)의 유생으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우리나라 연안으로 이동하며 새끼장어 형태로 변이된 후 3∼4년(최고 8년) 성장하게 된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포장마차 등에서 여름철 스태미나 식으로 먹고 있으나, 부산 지방의 선착장 등에서 먹는 붕장어 회(膾)와 소금, 양념구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뼈째회(背越し, 새꼬시,せごし)와 물회 역시 여름철에는 제격이다. 붕장어 껍질은 피혁(皮革) 제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제주 서귀포의 이중섭(李重燮) 거리 근처의 붕장어구이 팔팔맛집도 꽤 알려진 곳이다. 남해안에서는 붕장어 중 대형 개체만을 붕장어라 부르고, 대일 수출 주요품목의 하나이다.

서울의 종각역에서 조계사(曹溪寺) 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모서리에 허름한 점포가 하나 나온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예외 없이 길가에 사람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상호도 생선 굽는 연기에 그을린 탓에 읽기도 어렵다. 직장 퇴근 족이 찾는 붕장어 구이집이다. 붕장어의 제철은 여름이나 연중 맛 차이가 별로 없다.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함유하고 있으며 EPA와 DHA가 풍부하다. 또 비타민 A가 다량으로 들어 있어 시력향상 및 야맹증에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칼륨이 풍부해서 근육경련, 손발이 저릴 때 좋고, 당뇨병에도 그만이다. 특히 여름철 허약해진 남성들의 정력 보강과 요통, 복통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보통 장어류는 보통 4종류로 구분한다. 첫째는 갯장어(참장어, はも)로 갯장어 샤브샤브는 맛이 제일 좋다고 알려져 있고, 전남 고흥산이 최상품이라고 한다. 둘째는 붕장어(あなご)로 대중생선반열에 올라 전국적으로 즐기고 있으며, 셋째는 민물 뱀장어(うなぎ)로 풍천장어라고 선전, 판매하고 있으나 해마다 실뱀장어 감소로 양식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는 먹장어(곰장어, 꼼장어, inshore hagfish)로 눈이 퇴화되었고 꼼지락 거리는 뱀장어라 하여 명명되었다고 하나, 어류 이전에 원구류(圓口類)로 분류한다. 이외에 칠성장어(칠성뱀장어, やつめうなぎ) 등이 있다. 현생 어류 중 가장 원시적인 분류군에 속한다. 입 빨판이 있어 성장한 칠성장어는 다른 물고기의 체액을 흡입하며 산다. 아가미구멍이 7개나 있으며 별모양이라고 해서 칠성장어라고 부른다. 현재는 동해안의 하천에 서식하고 있으나 남획으로 멸종위기 2급 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東醫寶鑑>에서는 야맹증(夜盲症)에 좋다고 적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8월의 어식백세 수산물로 삼복더위의 황제 민어와 붕장어를 지정했다. 둘 다 여름철 더위 특히 금년 같은 폭염을 극복하는 보양식이다. 그러나 둘 다 가격이 너무 비싸 특히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여름철 힐링보양음식인 민어와 붕장어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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