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6만7000~6만8000원(kg당 10마리)이었던 전복 산지가격이 2018년 4월 말에 2만8000~2만 9000원까지 하락했다. 전복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은 지난 10년간 해상가두리 시설의 지속적인 확대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 36만 칸이었던 해상가두리 시설량은 2018년 약 100만칸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복 생산량은 6000톤에서 1만6000톤으로 늘었다. 최근 수급상황을 고려하면 전복가격은 앞으로도 하락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반등만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전복 산지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전복 양식어가들의 소득이 크게 감소하여 생산비를 충당 하지도 못하는 등 양식어가의 파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완도의 경우 73만칸의 전복 해상가두리 시설에 1조원 이상의 고정비용이 이미 투입됐고, 올해는 3400억원의 경영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완도의 전복 양식 생산액은 29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약 5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 같은 손실은 가격이 급격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복 양식업의 수익성 악화는 가격하락에서 비롯됐지만,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큰 요인이다. 전복 생존율이 낮아짐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식어가들은 양성기간을 단축시켜 생존율을 높였다. 그러나 양성기간 단축으로 인해 큰 크기에 비해 수익이 낮은 작은 크기의 생산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의 수익성이 오히려 10여 년 전에 비해 악화됐다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미 완도의 전복 양식어가들 중 일부는 파산신청을 하는 등 완도 전복 양식업은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 전복 양식어가의 경영 위기는 전복 종자 생산업, 산지전복유통업 등 전후방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완도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완도의 경우 전복 생산액이 지역 내 총생산액(GRDP)의 약 28%나 차지하고, 전체 20~80세 인구의 17%가 전복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4월의 전복 산지가격은 작년 동월에 비해 크기별로 약 20% 하락했지만 전복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약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산지가격에 비해 소비자가격의 하락폭은 작았다. 산지가격의 변화만큼 소비자가격의 하락이 이뤄지지 않아, 가격하락으로 인한 수요 증대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전복 수요 증대를 위해 소비자들이 산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온라인 직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양식어가 이외에 전복 종자생산업, 산지유통업, 가두리 기자재 생산업, 지방자치단체 등 전복 관련 종사자들이 폐사율을 줄일 수 있는 어장환경 개선, 종자개량 등 자구적인 노력으로 전복 양식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고, 구조조정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학계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