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입천장을 홀랑 데어도 좋다는 매생이 굴국이 그리운 계절이다.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매생이는 환경에 민감하여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자라지 않고 오로지 청정수역만 고집한다. 매생이는 전 세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매생이를 포함하여 50여종의 해조류가 식용되고 있다. 매생이는 남해안의 조간대 상부의 바위나 김 양식장의 발에 밀생한다.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전(丁若銓)은 그의 저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매생이(Seaweed fulvescens)를 ‘누에가 만든 비단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검푸른 빛깔을 띄고 있다’라고 묘사하고 있고,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맛은 달고 향기롭다고 했다. 따라서 옛날 남도의 장흥지방 매생이는 임금님에게 올린 진상품이었다. 반면 딸에게 잘못하는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 국을 끓여주어 입을 데게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매산 또는 매산태란 별칭의 전라도 특산물로 그리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전라도 관찰사가 임금에게 올린 진공품(進貢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일찍부터 매생이의 가치가 인정되었으나 내륙지의 일반대중에게는 생소한 해조류였다. 특히 작년 김 수출액이 5억 불을 돌파한데서 보듯이 정부는 김 양식 중심의 정책을 쭉 펴왔고, 매생이는 1990년대 말까지 김 양식을 하는데 귀찮은 해적생물이었다. 더욱이 유통 체계가 열악했던 시절 건져낸 매생이는 사흘도 버티지 못하고 염록소가 빠져 노랗게 변하므로 타 지역에 내다 팔 수 없어 강진, 장흥, 완도 지역에 국한된 겨울 한철 음식에 불과했다. 김 양식 어부들이 새벽녘 김발에 붙은 불청객 매생이를 제거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움큼 가져온 매생이로 아침에 국을 끓여 먹었던 것이 매생이국의 시초라고 한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웰빙 바람이 불고 남도지역 여행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생이의 진가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김 양식 어가가 하나 둘 매생이 양식으로 품목을 전환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식단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수익성면에서도 김양식보다 높다고 한다.

매생이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제철이나 기온이 내려가는 12월이나 1월 초에 채취한 초사리나 두사리가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매생이는 철분과 칼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여성 빈혈과 골다공증에 효과적이고, 단백질은 20.6%로 매우 높고, 지방은 0.5%로 매우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그만이다. 매생이의 철분 함량은 100g당 43.1mg으로 우유보다 40배가 많고, 칼슘함량도 100g당 574mg으로 역시 우유보다 5배정도 높다. 또한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기 때문에 주당들의 속을 다스리는 해장국으로도 최적이라고 한다. 또 칼륨과 요오드, 엽산 등이 뼈 건강과 방사능 해독에도 좋다. 한국식품과학회는 고려대 연구팀이 당뇨병에 걸린 쥐에 매생이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신장보호 효과에 유의미한 결과가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매생이가 들어간 요리가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기능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감자튀김 등으로 문제가 된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 보다 2배나 더 나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영국 의학지에 의하면 트랜스지방이 2% 증가가면 심장병 발생은 25%, 당뇨병은 4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매생이에 함유된 알긴산은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심지어 트랜스지방 성분도 제거하여 혈액을 맑게 해 준다고 한다. 또한 현대화의 식생활로 사람들의 몸은 점차 산성으로 변하여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고 있으나 매생이는 산성화된 몸을 알카리성으로 개선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매생이를 채취하여 판매단위로 뭉쳐놓은 것을 재기(잭이)라고 하는데, 꼭 여성의 곱게 빗어 넘긴 뒷머리를 닮았다 하여 모발이식(hair transplant) 또는 한 올의 굵기가 머리카락의 1/10정도여서 실크(비단)파래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매생이를 원료로 한 메뉴의 대표는 매생이 굴국이다. 이외에도 매생이 떡국, 매생이 달걀말이를 비롯하여 매생이 막걸리까지 등장했고, 젊은 층을 겨냥한 매생이 크림 스파게티와 매생이 와플도 선보여 바다의 신선한 향이 그대로 식탁위에 전해지고 있다. 매생이를 가정에서 요리할 때 보통 참깨나 참기름을 넣는데 이는 참깨(참기름)에 들어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동맥경화를 예방하여 심장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반면, 고소한 맛이 더해져 영양학적으로도 매생이와 훌륭한 궁합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냉동시설의 발달로 계절에 관계없이 365일 매생이를 먹을 수 있다.

한편 매생이 양식을 위한 고난도의 포자 채취 성공여부는 그해 양식어가의 수익성과 직결되고, 다 자란 매생이 채취는 작업선에 엎드려하기 때문에 어부들 가슴에 시퍼런 피멍이 들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매생이는 모두가 즐겨먹는 국민 해조류 반열로 신분이 상승됐고 추위를 잊게 해주는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이자, 다가오는 봄을 생기 있게 맞이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오랜 기간 바다의 잡초나 잡태로 천대 받던 매생이의 굴기(崛起)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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