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 진출한 한국 수산기업이 한국 공기업의 해외 법인이 낸 사고로 재산손해를 입었지만, 원상복구나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소송만 3년째 이어가면서 어려움에 놓였다.

국내 중소기업 서한냉동 자회사인 페루 수산물가공업체 현지법인 쎄아체에 따르면 2002년도 금융감독원의 해외투자 승인을 받아 2008년 페루 해안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페루 달라라 해안에 페루 정부의 허가를 받기 위한 힘겨운 노력 끝에 시작된 사업이었다. 국내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해외 자원 확보 전진기지였던 셈이다.

시설은 부지와 건물 각각 3만3천여㎡ 규모로 부두와 수산물 가공처리 공장, 사무실, 기숙사 등이다. 투자금액만 20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준공을 앞둔 2014년 7월 4일 한국석유공사 현지법인 사비아 소속 100t가량의 대형 바지선 2척이 이곳까지 떠내려와 쎄아체 부두시설을 들이 받았고, 거센 충격으로 150m에 달하는 부두 곳곳이 부서지고 하부 기둥도 파손됐다. 페루 정부 항만청은 정밀조사를 거쳐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사비아에 벌금을 물렸다.

사고 후 4개월이 지나도 원상복구 등의 조치가 나오지 않자 쎄아체 측은 페루 한국대사관을 찾아 한국 공기업이 자국민 기업에 피해를 주고도 조치가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2015년 들어 쎄아체 측은 페루 법원에서 소송에 나섰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조차 끝나지 않고 소송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쎄아체 측은 "사고 이후 현재까지 4년 동안 공장을 완공도 가동도 못하고, 원상복구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시설엔 먼지만 쌓이고 자재도 녹슬고 있다는 것이다.

장한성 대표는 이번 사고가 아직 해결되지 못해 살고 있던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는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열심히 일하려는 중소기업에 피해를 줬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피해 시설을 원상복구시키는 것이 도리"라며 "부두가 완공되지 못하면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는 데 소송만 힘겹게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 대표 가족은 지난 19일부터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정문에서 석유공사의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와 관련한 설명자료를 내고 "사고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사과드린다"며 "사비아페루는 보험사와 함께 관련 소송을 조속히 진행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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