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일본 오이타현(大分顯縣)의 유후인(由布院)에 다녀왔다. 유후인에 가기 위해서는 후쿠오카에서 JR열차를 타거나 후쿠오카 공항국내선청사 등에서 떠나는 고속버스로 갈 수 있다. 또 한편 벳푸에서 출발하여 구로카와온천, 아소산을 지나서 구마모토로 가거나 구마모토에서 출발하여 아소산을 지나서 큐수횡단버스가 유후인을 지난다. 유후인은 일본의 유명한 온천지역으로 벳푸온천 지역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못에 아침 안개가 드리우는 풍경은 유후인온천을 대표하는 경관이기도 하다. 유후인에는 V자형으로 생긴 긴 골목이 있다. 우리나라 인사동 골목을 빼닮았다. 저렴한 가격에 친절함이 전략이라는 작은 가계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골동품을 위시하여 카페 먹거리 등으로 다양한 가계들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골목을 지나다보면 ‘금상(金賞)고롯개’ 가계를 볼 수 있는데 그 맛이 일본 전국에서 제일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한다. 일행과 맛보고 싶었는데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너무 길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골목의 마지막에 오이타강의 원류로부터 흘러들어와 생긴 ‘금린호(金鱗湖 킨린코)’라는 꾸밈없이 소박한 호수가 나온다. 너비는 0.8ha, 둘레는 약400m, 수심이 2m정도로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못이다. 이 호수는 유후산의 산기슭에 있어서 ‘타케모토(岳下)의 못’이라고 부르던 것을 1884년 유학자 ‘모리쿠소(毛利空桑)’가 호수에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빛나는 것을 보고 ’금린호‘라 명명했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오래전 ‘유후인분지(霧盆 키리본)’가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금린호가 그 자취라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수배의 넓이었지만 몇 차례의 지진에 의해 산이 붕괴되고 매몰되어 현재와 같이 좁고 얕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금린호에는 잉어(鯉)를 주종으로 하여 비단잉어(錦鯉 니시키고이), 붕어, 피라미, 틸라피아 등이 유영하고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호수 부근의 수로에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담수패류인 “온센미즈코마츠보”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양이 아니어서 물고기 비늘이 노을에 금빛으로 비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호수의 이름은 그럴듯하다. 호숫가에는 공동욕장(下湯 시탄유)인 ’시탄유‘와 ‘금린호미술관’이 있다. 비단잉어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기에도 숫자는 많으나 몸체 색깔의 조화가 별로라 값나가는 명품 비단잉어는 없었다. 아무리 정직하고 질서를 잘 지킨다는 일본인이라 할지라도 최고가가 한 마리에 1억 원을 호가하여 ’헤엄치는 보석‘이라는 비단잉어를 이곳에 놓아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적색, 백색, 흑색 그리고 황색이 조화를 이룬 비단잉어는 일본이나 아시아 부호들의 정원 연못이나 개인 소유 전문 양어장에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매년 6월이 되면 태국 수도 방콕에서 연례 비단잉어 경매행사가 열린다. 이 콘테스트 겸 경매장에는 기업체 사장과 변호사 등 부유층들이 몰린다고 한다. 일본의 니가타(新渴)현과 히로시마(廣島)현 등 일본의 유명산지에서 공수되어온 비단잉어가 대종을 이룬다. 반면 일본에서는 비단잉어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한다. 핵가족화로 아파트와 맨션 등 집단거주지에 살거나 서양식 주택을 짓는 젊은 층이 늘고 있고 잉어를 키울만한 연못을 갖춘 전통 일본 주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비단잉어라는 이름이 없었다. 1967년 일본으로부터 용인 자연농원에서 처음으로 수입할 당시 일본어인 ‘니시키고이(錦鯉)’를 직역해 ‘비단잉어’라고 한 것이 명칭으로 자리잡았다. 영어로는 Japanese carp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비단잉어의 유래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길렀다는 것이다. 진(晉)시대의 <최표선 고금주(崔豹選 古今注)>인데 여기에 적(赤), 청(靑), 흑(黑),황(黃) 등의 색을 가진 변색잉어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으로 보아 1660여 년 전에 이미 중국에 돌연변이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붉은 색만을 띈 잉어를 소개한 기록은 이보다 훨씬 전인 한(漢)나라 때의 <이아(爾雅)>인데 이 기록에는 당시에도 붉은색잉어(赤鯉魚)가 출현했다고 적고 있다. 또 한 가지 설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품종개량에 성공했으며 종주국은 당연히 일본이라는 설이다. 이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비단잉어의 족보체계가 일본이라는 것이지만 옛 문헌에 기록이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일본의 옛 기록에는 ‘니시키고이’란 말을 전하는 일본문헌인 <본초화명(本草和名 1796년)>에도 중국의 <고금주(古今注)>를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의 문헌에도 각각의 색을 띤 잉어만 소개하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니시키고이‘란 말이 없다. 일본에서 니시키고이란 명칭이 생겨난 것이 1936년경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31년 전의 일이다. 1970년 대 초 필자가 수산청에 근무할 당시 국립양어장을 통해 들여온 비단잉어 치어를 중요한 지역의 양어장에 입식시킨 바 있다. 그 후 그곳에 가볼 수는 없었지만 잉어의 수명으로 보아 지금쯤 몇 세대를 번식시키고 퇴역했을 것 같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폭발이 매우 잦은 나라이나 이를 역이용하여 관광과 온천문화를 만들었다. 비단잉어 역시 잉어의 변종기술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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