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에 반발해 새 건물 입주를 거부하던 구 시장 상인들이 점포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부장 김종원)는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중앙회가 구 시장 상인 등 55명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싼 수협과 일부 상인들의 갈등은 지난 2012년 이후 불거졌다. 당시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 1971년 세워진 시장이 낙후돼 건물 안전등급 진단에서 C등급(보강 필요등급)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2년 말 공사가 시작돼 지난 2015년 10월 지하 2층, 지상 6층의 새 건물이 세워졌다.

수협은 지난 2015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시장 상인들과 전대 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대 기간을 2015년 10월까지 연장하되 새 건물 입주일자가 정해지면 계약이 자동종료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새 건물 입주일이 확정됐음에도 일부 상인들은 입주를 거부했다. 상인들은 새 건물의 점포가 4.96㎡로 이전(6.61㎡)보다 좁아졌지만, 임대료는 1.5~2.5배 더 비싸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협 측은 옛 시장과 새 건물의 매장 면적은 동일하지만 상인들이 기존 시장에서 통로 공간(1.65㎡)을 무단사용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일부 구 시장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버티면서,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구 시장과 신 시장으로 나뉜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옛 시장 상인이 수협 직원에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결국 수협 측은 “불법 점유한 옛 시장 점포를 인도하라”며 일부 상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수협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3월 전대차계약 연장 약정을 하면서 시장 입주일이 확정되는 경우 그 입주일에 연장기간이 자동종료 되는 것으로 약정했다”며 “입주일이 확정된 이상 전대차계약도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인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포 소유자인 수협 측에 점포를 인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상인들은 재판에서 “새 건물에 구조적인 흠결이 있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고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영업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협 측이 시장 현대화 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고 점포 인도까지 요청해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상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현대화사업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거나 정상적 운영이 현저히 어려운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에 수긍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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