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는 풍부한 수산자원을 기반으로 세계 어업 생산량의 4%를 생산하는 수산강국이다. 어분의 원료가 되는 안초베타, 오징어, 가다랑어 등이 주로 생산되고 있는데, 비식용 수산물인 안초베타를 제외하면 실제 페루의 주요 생산 어종은 오징어, 가다랑어이다. 우리나라는 오징어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1990년부터 페루 200해리 수역에 진출해 최대 6만 6,000톤의 생산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 페루 정부가 연안 어업 보호를 위한 어업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자국 어선에 오징어 쿼터를 우선 배정하고 쿼터 잉여분에 한해서 외국 국적 어선이 공개 입찰 방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 결과 우리나라 원양어선은 페루와의 협력 사업 추진 실적 저조 등의 이유로 수년간 입어가 거부됨에 따라 페루와 인접한 공해에서만 오징어를 생산하고 있어 1999년 최고 26만 톤에 달했던 페루 해역 오징어 생산량이 2016년에는 3800 톤 수준에 그쳤다. 이에 우리나라는 페루와의 수산협력을 강화해 페루 원양어업 조업 재진출의 기회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과 일본 등 선진 공여국은 무상 원조 등의 경제협력을 통해 입어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은 1998년 무상원조로 파이타 어업훈련센터를 설립하고 해당 센터에서 2002년까지 연승 어업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인력 양성 사업을 수행했다. 또한 2010년부터는 페루의 빈곤 감축 및 지역 양극화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소규모 어업을 대상으로 책임있는 어업을 위한 훈련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했다. 스페인은 지난 2000~2013년 동안 페루의 어업 및 양식업 개 발, 수산 교육 및 훈련 등 1,300만 달러 규모의 ODA 사업을 지원했다. 특히 2007~2010년 에는 수산자원조사선을 이용한 심해 어장 및 해양생태계 조사, 승선 프로그램을 통한 어선원 교육‧훈련 사업을 수행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06년에서야 페루 수산분야 ODA사업을 수행했고, 사업도 양식 어업과 수산가공 공장의 HACCP 인증을 위한 역량 강화사업에 한정 돼 추진됐을 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수산분야 경제협력을 통한 페루 어장 재진출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페루 정부의 자국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수산업 발전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단순 입어료 지불을 통한 EEZ의 입어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며, 사업의 방향은 페루측 수산분야 발전 정책 방향과 부합하고 우리나라 수산분야 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분야가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다음과 같다. 첫째 페루 어업인의 역량강화 지원 사 업이다. 페루는 일반해면 어업 생산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어선 어업 역시 소규모 연안어 업이 대부분으로 근해 지역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규모 어업인 대상의 어선 어업 역량 강화 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 양식어업을 육성하고자 하나 어업인의 역량 부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교육·훈련, 기술지원 등 협력 수요가 높다. 역량 강화 사업의 재원은 KOICA 또는 해양수산부의 ODA 사업 예산을 활용할 수 있으며, 페루수산개발기금이 실시하는 인력훈련 과정을 확대・개설하고 우리나라가 인적․물적 자원 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페루 수산자원 연구조사 지원 사업이다. 페루 대왕오징어의 자원 조사를 시작으로 수산자원의 조사 및 관리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페루 수산분야 연구인력 역량 강화사업 도 병행시킴으로써 실제 페루 수산업의 발전 및 역량 강화에 기여한다.

셋째, 페루 어업 인프라 개발 지원 사업이다. 페루 주요 양륙지가 대부분 가로등, 주차장 등으 로 단순하고 수산물의 위생 및 신선도 유지를 위한 부대시설 등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어획 후 손실(loss)을 최소화한 부가가치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루 어항 및 산지 수산물 위판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수산물 양륙시설, 부대시설 등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페루 수산업의 생산성․안전성을 제고하고, 페루 연안 지역 발전 및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 사업을 바탕으로 국내 수산양식 및 수산 기자재 수출을 위한 페루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어장 재진출 추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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