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적폐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대통령은 국가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불합리한 요인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특히 비정규직 철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정책을 추진하자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적극 동참하고 있다.

우리 수협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어민을 포함한 전체 국민에게 이바지하고 수산업 발전을 이끌어가는 소명을 다하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인 과제로 중앙회장 연임 금지 완화와 비정규직 해소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수협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책임경영체제 구현이 시급한데, 정작 임원 선거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함에 따라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앙회장이 연임할 수 없게 한 규정이다.

중앙회장 연임 금지 규정은 2010년 4월 12일 수협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서, 1962년 1월 20일 수협법이 제정된 후 약 26년 간 정부의 추천 및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던 중앙회장이 1988년 12월 31일 수산업협동조합의 구성원인 회원조합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개정으로 중앙회장은 구성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4년의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야만 하게 된 것이다.

현재 수협중앙회는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비전 아래 러시아 등 해외어장 개척 및 노량진부지 복합개발 등 긴 시간이 요구되는 다수의 장기 과제를 진행 중이며,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일관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중앙회장의 연임이 금지됨에 따라 회장이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유인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장의 연임 금지는 수산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본질적인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중앙회장은 전국 138만 수산인을 대표하여 수산계와 어업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이 요구되며, 그 능력에 따라 수산산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자리이다.

따라서 누가 중앙회장이 되어 어떤 방향의 정책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이해관계를 가지는 수산인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수협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원하는 어민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제도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있는 중앙회장이라 하더라도 4년 임기 후에는 후보자조차 될 수 없으므로, 사실상 조합원의 대표자 선택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불어 조합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결성된 지구별·업종별·수산물가공수협의 연합체로서 조직구성과 운영의 자율성 확보가 요구되는 중앙회의 회장 연임을 금지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자율성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 정체성을 기반으로 어업인의 권익증진을 위한 회장의 적극적 역할 수행 및 계속 봉사 기회의 부여를 위해 수협중앙회장의 연임 필요성이 제기된다.

2010년 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한 이유는 회장의 장기 재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여 중앙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행 수협법상 회장의 업무범위 및 권한 등은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 내지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대내외적인 감시·감독체계가 확립되어 있어 이전처럼 회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으며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하여 경영이 이루어진다.

또한 회원(조합원)이 직접 선출한 회장의 임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어민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상의 기본 정신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하여는 회장에게 적어도 1회의 연임을 허용하여 구성원들의 선택권 및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수협의 장기 안정적인 발전과 책임 경영 구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할 만큼 비정규직 해소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수협중앙회 역시 최근 김임권 회장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채용, 인사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사실상 비정규직을 제로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금까지 비정규직 채용을 최소화 하는 인사채용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현재 전체 직원 가운데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실제 기간제 근로자의 비율은 10%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또한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경우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여 정규직과 동일한 후생복지를 제공하는 등 고용안정성 강화에 힘써왔다.

수협중앙회는 이와 같은 기조에서 한발 더 나가, 정부의 고용안정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부응할 방침이다.

먼저 기간제 근로자 채용은 비상시적 및 단순직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체결 의무가 없는, 즉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자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연봉 약 6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임금자로서 취약계층으로 볼 수 없는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 자격 보유자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만 55세를 넘은 고령 근로자이거나 계절적 요인 등으로 작업량이 일정치 않음에 따라 시간제로 채용해야 하는 단시간 근로자 등도 포함된다.

앞으로 수협중앙회는 이와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 모든 상시 근로 형태의 신규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의 무기계약직들은 승진과 보수지급방식의 차이점을 해소하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현재 기간제 근로자 역시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할 경우 정규직으로 재채용할 예정이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5월 부서별 다양한 직급과 직군의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인사제도 개선 워크숍을 통해 이와 같은 개선방안을 도출해 냈다.

통상적으로 경영진의 방침으로 결정되는 기존의 인사제도와 달리 이번 워크숍은 수요자인 직원들의 관점에서 상향식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정규직 채용 및 무기계약직 재채용 역시 워크숍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제시가 된 의견이다.

이처럼 기존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대거 흡수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규채용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하고 실제로 상당수 공공기관이 신규채용을 잠정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직무 수준에 상응하는 보수체계를 확립한 후 정년보장과 후생복지 강화를 추진한다면 고용주 입장에서도 큰 부담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채용을 유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협중앙회는 정규직 전환과 병행하여 신규 채용도 늘려갈 방침이다. 특히, 어업인 조업 안전 강화를 위해 어업정보통신국을 추가로 개소하고 이 업무를 담당할 안전 전문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또한 어업인의 대표기관이자 수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수협중앙회는 산학 연계의 일환으로 수산 현장의 맞춤형 인재 양성 기관인 수산계 고등학교의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규직 채용을 진행하는 등 고학력, 스펙 위주의 취업시장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또한 수십년 간의 현장 노하우를 활용하고 전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자 수행가능 업무를 발굴하고 수산분야 종사 후 퇴직한 전문인력 채용 확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수협중앙회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 비정규직을 사실상 ‘제로화’하는 로드맵을 곧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고용안정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은 우리 수협은 물론 모든 기관, 기업들이 함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사채용시스템을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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