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소화가 안 될 때는 해초인 ‘톳’을 먹어 속을 다스렸으며,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풀로 국궁(國弓)을 제작하는 등 해양수산 생명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 톳에 풍부한 다당류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소화기능을 향상시키고 변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며, 민어 부레풀은 야외에서의 습도와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이질적인 소재(쇠와 나무)를 서로 단단히 접착시키는 데 알맞은 성질을 지녔다. 이러한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은 그동안 각 지역의 생활문화 특성에 맞추어 공유 및 전승돼 왔으며, 전통지식 사용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에 관해 고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에서 생물유전자원 뿐 아니라 유전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으로부터 얻는 이익도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유하도록 하는 규정(제7조)을 둠으로써, 주요국들이 이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이다.해양수산부는 작년 12월 ‘해양수산생명자원법’을 개정해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 보존 및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제26조 신설, 2017년 6월 28일 시행 예정)했으며, 이에 근거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올해 6월부터 해양수산 전통지식 조사사업에 착수한다.
우선 올해에는 습지보호구역 등 생명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위치한 충남지역 어촌마을과 유인도서를 대상으로 시범 조사를 실시하고, 2018∼2022년 5년간 전국 단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해역의 해양생물종수는 32종/1,000km2으로 단위면적당 세계 1위(해양생물센서스, 2010)이며, 국토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양 영토를 보유하고 있어 활용할 수 있는 해양수산 생명자원의 범위가 매우 넓다. 예로부터 축적돼 온 우리의 해양수산 전통지식을 활용한다면 최근 의약품․건강식품ㆍ화장품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해양수산 생명산업 소재를 발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