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spanish mackerel)는 기름기가 많이 함유돼 고소하면서도 맛이 부드럽고 달며 영양가 만점이다. 삼치 회는 씹지 않고 혀로만 음미하는 살살 녹는 진미다. 대부분의 생선은 어두일미(魚頭一味)라 하여 머리 부분이 맛이 있으나 삼치는 그와 반대로 꼬리 쪽이 맛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온대·열대 해역에 17∼18종, 일본, 하와이, 호주, 블라디보스토크 근해에 서식하고 있다. 우리의 전 연안에도 5개종이 서식하고 있다. 삼치는 4∼5월경에 내유(來遊)하여 산란한다. 따라서 11월 이후부터 산란 전까지 어획된 것이 제일 맛이 좋다. 삼치는 멸치, 까나리, 정어리 등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한반도로 회유해오는 삼치는 주로 멸치를 먹고 살기 때문에 삼치 어장과 멸치의 분포는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치 권현망이나 멸치를 대상으로 하는 어구에서 다량의 삼치와 갈치가 혼획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은 조선의 삼치를 좋아하여 내지(內地) 깊숙이 조선의 삼치가 유통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삼치를 참치(參致), 삼치(三治), 마어(馬魚)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현재도 구이 요리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기호에 맞아 대 일본 수출 효자 품목의 하나로 몸값이 상종가다. 그러나 엣날에는 유통과정에서 유래되기는 했으나 기피어종의 하나였다.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지방관이 삼치 맛에 홀딱 반해 자기의 뒷배가 되어준 중앙 고관에게 삼치를 배송했으나 당시의 유통은 퀵서비스가 될 리 만무하였다. 1주일이 경과한 상한 삼치를 먹은 정승은 ‘이 망(亡)할 놈의 고기’하며 내뱉고 노발대발했다 한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고관대작은 물론 일반 선비들에게도 이 고기를 먹으면 망한다 하여 기피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경기도와 충청도에 망어(亡魚, 䰶魚)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경기도에 망어, 평안, 충청, 강원, 함경도에 마어(麻魚)가 난다는 기록이 있다. 김려(金鑢)가 진해 유배 중 저술한 <우해이어보>에는 삼치를 한자로 삼(𩷲)으로 쓰고 그 음이 삼치(參差)라고 하였고, 소곤(𩷲鯀)이라고도 불렀다. 진해사람들은 삼치가 방어보다 약간 신맛이 난다고 여겨 산어(酸魚)라고 쓰고 ‘산(酸)’자를 ‘참’으로 발음하여 ‘참어’라고 발음하였다. 반면 배를 타고 여러 곳으로 장사하는 선상인(船商人)들 사이에서는 삼치는 초여름 수변(水邊)에 많이 몰려와서 뱀 구렁이와 교미한 후 알을 낳아 얕은 곳의 기름진 모래에 묻어두는데 이듬해 봄에 부화한다고 하였다. 진해 사람들은 서리가 내린 뒤 남녀가 삽으로 모래를 파낸 뒤 삼치 알인 용란(龍卵)을 꺼내 젓갈을 만들거나 말려서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조 때 편찬된 읍지(邑誌)나 1740년 간행된 동래부지(東萊府志) 그리고 19세기에 편찬된 내영지(萊營誌)에 의하면 경상도의 토산조(土産條)에 삼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시에 경상도 수역에서는 삼치가 별로 생산되지 못한 듯하다. 이후 1930년대 이후부터 삼치가 생산되기는 했으나 비늘도 없는 생선이고 맛에 익숙하지 않은 고기라 하여 관혼상제(冠婚喪祭)에는 올리지 않은 것이 전국으로 널리 퍼졌나갔다.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에는 삼치를 마어(麻魚)라 하고, 한글로 삼치라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삼치는 전 연안에 분포하고 모양은 조기(石首魚)와 비슷하나 몸이 둥글고 머리가 작다. 북쪽 사람은 마어(麻魚)라고 부르고, 남쪽사람은 망어(亡魚)라고 부르는데 어촌에서는 즐겨 먹으나 사대부는 그 이름을 싫어하여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1905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업조사보고>에도 충청도 연안에서는 삼치를 우어(憂魚)라고 하여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과거에는 삼치자원이 풍부하였다. <한해통어지침>에 의하면 강원도 연해에서는 지인망(地引網)으로 잡는데 한 그물에 3,000∼4,000마리를 잡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수산지> 제1집에는 삼치의 어군(魚群)중에서 큰 것은 길이가 수 십 리에 달한다고 적고 있다. 거제도 연해에서는 부망(敷網)을 사용하여 대구, 청어와 함께 잡아오다가 점차 유망(流網)과 끌낚시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대형 선망선이 대세다. 1926년도의 삼치어획량은 8,000톤이었으나 1987년도는 2만974톤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삼치는 영양성분이 참치와 비슷한데다 단백질 함량이 20%에 달하는 뛰어난 건강식품이다. 동맥경화,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며, 특유의 단맛을 내는 ‘글리세리드(Glyceride)’가 함유되어 있다. 농어목, 고등어과 어류가운데 유일하게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더불어 태아의 두뇌 발달과 뇌졸중 등 순환기 계통과 노인들의 치매 예방,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뛰어나다. 삼치는 잿방어, 가다랭이, 꽁치 등과 같이 시속 수십km의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어뢰처럼 바다의 표층을 질주하며 때로는 2∼3m까지 비상(飛上)하는 등 바다의 풍운아로 불리기도 한다. 참치는 양식이 가능한데 비하여 삼치는 자유분방하고 성질이 급하여 양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꽃 같은 포구 여인/ 옥 같은 눈동자여/ 전두(纏頭)로 명주비단 세필을 좋아하지/ 삼치 알을 찾으려고/ 모래구멍 뒤지다가/ 잘못해서 방게 잡고/ 웃음을 그치지 않네(우해이어보)”. 최근 남해안 어업인들은 삼치 철임에도 어황이 최악이라 하여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루속히 수색대원들의 얼룩무늬 옷을 닮은 삼치 대군이 몰려와 만선의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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