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는 우리국민들로 부터 가장 사랑받는 해산물 중 하나다. 지구상에 4500 여종의 게 종류가 서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약 180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 종으로는 대게, 꽃게, 참게, 농게, 홍게, 엽낭게 등이다. 그러나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것은 꽃게다. 전 연안에 분포하고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금어기 7∼8월에는 냉동게)되며, 다른 게에 비하여 값이 싸고 맛이 좋다. 따라서 국내 소비량이 가장 많고 활어 수출 품목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꽃게는 한자어로는 유모(蝤蛑), 발도자(撥棹子-노를 젓다), 시해(矢蟹-화살모양), 해심(海蟳)이라고 쓰고, 우리말로는 살궤(殺跪-살게의 소리글)와 곶게(串蟹)로 불렀으나 지금은 화게(花蟹)라고도 부른다. 강원도에서는 날게꽃게, 충청도에서는 꽃그이라는 별칭도 있다. 대개 게(蟹)는 대부분 달리기는 잘 하나 헤엄은 치지 못한다. 그 중 꽃게만이 맨 뒤쪽의 다리가 납작하고 부채 같아 헤엄을 잘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영어로는 Swimming Crab이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꽃게가 익으면서 껍질이 붉게 변하기 때문에 꽃게라 부른다고 알고 있다. 꽃게는 17세기까지만 해도 관해(串蟹)라고 쓰고 ‘곶게’로 읽었다. 串이라는 한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 다르게 쓰였다. 중국식 한자발음은 ‘관’ ‘천’ 등이었고, 뜻은 익다, 습관 등이다. 그러나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 글자의 음이 ‘촨’으로 쓰이고, ‘꿰다’는 뜻이 확장되면서 익다, 습관 등 용례가 쇠퇴하였다. 반면 우리는 곶으로 읽었고, 꼬챙이, 뾰족한 물건, 바다나 강을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땅을 가리켰다. 곶은 지명에 주로 쓰인다. 장산곶, 호미곶, 갑곶 등이다. 영어로 cape라 하고 ‘트라팔가곶’, 혼곶 등으로 옮긴다. 동네이름 가운데 串이 쓰인 곳이 석관동(石串洞)이다. 곶(串)을 중국식 한자음에 따라 ‘관’으로 읽은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6호선이 개설되면서 역명이 석관역이 아닌 ‘돌곶이’로 옛 명칭을 되찾았다. 곶은 과거에도 지명 외에도 끝이 뾰쪽한 쇠나 나무의 명칭에 두루 쓰였고 주로 곶으로 표기했다. 곶은 곳치-곳챵이-꼬챙이가 되었다. 꽃게의 등딱지에 꼬챙이처럼 두 개의 뿔이 솟아 있어서 곶+게의 합성어가 되어 곶게-꽃게로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곶게가 꽃게로 바뀌면서 한자 이름도 串蟹(관해)에서 花蟹(화해-국어사전에 등재)가 되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꽃게는 삶으면 껍데기에 ‘아스타산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이 있어 단백질과 결합하여 청. 녹. 자색 등의 다양한 색조를 나타내니 그 생각도 맞는 셈이다.

북해도 방문 중 어느 분이 게 해(蟹,かに)자를 풀이하길 뿔(角)도 있고, 칼(刀)도 있는 소(牛)지만 사실은 벌레(虫)를 뜻하는 합성어로 가장 잘 만들어진 표의문자라고 해석한 말이 생각난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 사람으로 도교사상가이며 의학자인 도홍경(456-536,陶弘景)이 ‘억센 가재가 범과 다툰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자산어보>에도 꽃게는 힘이 음력 8월이 되면 매우 강해져 능히 호랑이와 싸울 만하다며 꽃게의 힘과 용기를 칭송하고 있다.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쓴 이익(李瀷)은 자기가 본적이 있는 열 가지 게를 열거한 적이 있다. 그 중 꽃게는 바다의 큰 게이며 빛이 붉고 등에는 뿔과 가시가 있어서 속칭 암자(巖子)라고 했다. 중국의 문헌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술안주로 게 발을 항상 즐겼다고 하였고, 시인 이태백(李太白)도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손에 게 발 들고 한손에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데 무엇을 더 바라리오라고 하였다.

꽃게는 산란기(7-8월) 이전인 6월과 10월 이후가 맛이 좋다고 한다. 6월은 살이 가득차고 속에 풍부한 알이 있기 때문이고, 10월 이후는 산란 이후 강한 식욕으로 인하여 새살이 차기 때문이란다. 꽃게는 대개 탕, 찜과 게장의 재료로 쓰인다. 게장은 6월에 담근 것을 최고로 꼽는다. 게살에 들어 있는 메치오닌, 시스테인, 타우린 등은 간을 보호하고, 고혈압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타우린의 보고이다. 또한 비타민 B12는 빈혈예방과 신경계 기능에도 작용하고 있다. 게 껍질에 풍부한 키틴과 키토산은 동물성 식이섬유로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체내의 지방 축적을 억제해 다이어트 건강식품의 원료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특히 소화 능력이 탁월하여 고령자와 어린이 및 수술 후 회복환자에게 사철탕 대신으로 추천하고 싶다. 옛 문헌인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꽃게는 산후의 위경련과 산부의 보혈작용을 돕는다고 했다. 꽃게를 이용한 음식에 관한 기록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식용 시기, 게의 감별법 및 게장 담그기 등의 설명이 있다.

최근 고등어의 미세먼지 주범 및 콜레라 누명 등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수협과 이마트의 할인 행사와 더불어 충남의 서천(홍원항), 보령(무창포항) 등에서는 꽃게, 대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해안에 대거 출현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일부 몰지각한 어선들의 남획으로 꽃게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 얼마 전 소래포구에서 만난 한 어업인은 서해에 무분별하게 투하하고 회수하지 않은 통발이 너무 많아 물이 빠지면 통발만 밟고 중국까지 건너 갈 수 있다고 탄식하고 있었다. <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丁若銓)은 꽃게가 물에서 세차게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라고 했다. 이 큰 바람이 수산업을 도약시키는 큰 돛을 미는 순풍이 되었으면 한다. 꽃게가 10월의 어식백세 웰빙 수산물로 모든 소비자의 식탁에 푸짐하게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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