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주꾸미 전쟁’이 벌어지는 충남 서해안에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가 대목이다.

요즘 보령과 태안·홍성·서천 등의 항·포구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낚시꾼으로 북적인다. 보령 오천항에는 평일은 1000여 명, 주말에는 2000여 명이 몰리면서 등록된 160여 척의 낚싯배가 쉴 틈이 없다. 태안 영목항과 구매항 등에서도 하루 평균 50~100여 척의 배가 출항한다. 보통 낚시꾼들은 1인당 7만~8만원을 내고 주꾸미 잡이에 나선다. 초보자는 20~30마리, 베테랑은 100마리 이상 잡는다. 문제는 크기를 가리지 않고 잡아 대는 낚시꾼들이다.

주꾸미는 봄철에 산란을 한 뒤 죽는 1년생 어종이다. 가을철에 무차별적으로 남획하면 개체 수가 줄어 정작 봄에는 경제성이 있는 주꾸미 어획량이 떨어지게 된다. 현행법에는 어린 주꾸미 잡이를 단속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은 가을철에 주꾸미 금어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봄까지 기다려야 알을 배고 산란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주꾸미잡이를 하는 한 어업인은 “낚시꾼 남획으로 정작 주꾸미 잡이로 먹고 사는 어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낚시로 잡을 주꾸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충남도내 낚싯배를 소유한 어업인들로 구성된 어업인낚시연합회는 최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던 것을 오후 2시까지로 앞당기기로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 이런 내용을 관할기관인 충남도에도 전달했지만 일부 낚시꾼은 “많이 잡지 못했다. 더 하자”고 버티면서 선장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조황이 좋지 않은 날은 이런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게 선장들의 고충이다. ‘OO호는 타지 말자’고 입소문이 날 것이 우려되는데다 가을철 두 세달 반짝 영업해야 어한기인 겨울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낚싯배는 사정이 낫다. 레저보트로 불리는 소형보트에 4~5명이 타고 포인트를 옮겨가며 주꾸미 씨를 말리고 있다. 천수만 입구에만 매일 10~20여 척이 출항한다. 이들 대부분은 전문 낚시꾼으로 1인당 150~200마리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와 일선 시·군은 유인물과 캠페인을 통해 낚시꾼을 상대로 홍보를 강화했지만 자발적 동참 없이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최동용 수산과장은 “낚시는 충남의 대표적 해양산업의 하나로, 어업인들의 소득과 직결돼 조심스런 입장”이라며 “다만 어족자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일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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