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즉 푼타아레나스는 원래 인디언의 땅으로 신화와 전설이 많고, 고문서의 기록에도 메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빙양의 거대한 빙산과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은 첫 출항한 어선을 그냥 두지 않고 막대한 재산과 인명의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나 1993년 4월 21일 거대한 크기의 메로가 어획되어 메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메로는 날카롭고 예리한 이빨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질은 순둥이다. 몸체의 색깔은 짙은 은회색으로 심해어의 특성상 머리가 크고 육질은 순백색에 가까워 중국에서는 ‘은설어(銀雪魚)로 불리고 있고, 워낙 어종이 귀하고 국제시장에서 고가로 팔리다 보니 국제적으로 바다의 ’검은 다이야몬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 어획한 메로를 국내에 반입한 결과 소.도매상과 소비자들의 냉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먹어온 조기, 갈치, 꽁치 등의 신토불이 어류에 사로잡인 강한 보수성 때문에 몸집이 너무 크고 몰골이 이상한 어류는 배척해왔다. 1980년대 초 참치가 그랬고 노르웨이산 연어 역시 푸대접을 받다가 근래에서야 우리 정서에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현상은 초기 개발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인명 희생과 개발비 손실을 가져왔고, 회사를 도산위기로 몰았다. 그러나 인성실업은 아시아 최초의 개척자라는 자부심으로 인내심으로 버텨왔다. 이런 상황 하에서 초기 메로의 국내 정착을 위하여 엄청난 양이 시식용으로 제공되었고, 골프장, 호텔 등의 사회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내려와 2000년 이후부터 서서히 국민들 사이에서 귀한 물고기로 자리 잡았다.
메로는 호주에 본부를 둔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라는 국제기구에 의하여 국별, 선박별 쿼터 배정에 의하여 조업하도록 자원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메로 사업이 서서히 정착하자 개발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회사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어 조업과 판매부문에서 과당경쟁이 이루어져 왔다. 이 결과 일부회사나 선장들 사이에서 과도한 어획이 이루어졌고, 국제기구와 정부의 엄격한 조치가 내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세제용‘으로만 사용하는 ’기름치(Oil fish)‘가 메로로 둔갑하여 20여만 명이 먹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2012-2015 기간 중 대만 등지에서 수입한 상당량의 기름치 뱃살과 상당량의 부산물을 구이용으로 가공해 팔았다고 한다. 특히 기름치의 뱃살 등엔 인체가 소화하지 못하는 ’왁스에스타르(wax ester)’성분이 많아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이 기름 성분은 세제와 왁스의 제조 원료로 사용된다. 기름치를 구워 양념을 하면 메로 양념구이와 식별이 어려우나 그 가격은 메로의 약 1/7에 불과 하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 ‘산자이(山寨,shanzhai)’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자 독음으로 ‘산채’로 옛날 도적들이 산속 깊은 곳에 소굴을 만들어 관의 관할을 받지 않음에 따라 모방하고 베끼는 등 흔히 ‘짝퉁’을 의미한다. 기름치는 ‘산자이’일 뿐 메로가 결코 될 수 없다. 더 이상 ‘메로’ 얼굴에 먹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