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맹위를 떨치던 금년 여름의 찜통더위도 계절의 순환에는 손을 들었나 보다. 흔히 추석이라 부르는 한가위가 눈앞에 다가왔다. 햇곡으로 만든 송편(松餠)과 풍부한 한가위 음식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있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한가위만은 모든 것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우리 명절 중 한가위 같이 별칭이 많은 것도 흔하지 않다. 추석(秋夕)이 대표적이고, 가우(嘉優), 가배(嘉俳). 가윗날 그리고 중추절(仲秋節) 등이다. 특히 추석의 시원(始原)이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문헌에는 12세기의 ‘삼국사기’에 추석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나지만 그 시원을 밝히는 내용은 아니나 이 자료를 통하여 추석이 신라초기에 자리 잡은 명절임은 알 수가 있다. 또한 신라조(新羅條)에 음력 8월 15일에는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했으며, 여인들을 두패로 나눠 벼 짜기 경쟁을 통하여 승자에게 포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여기에 강강술래, 소먹이 놀이. 가마싸움, 닭싸움, 윷놀이 등도 했다.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눠 음력 7월을 맹추(孟秋), 8월을 중추(仲秋), 9월을 계추(季秋)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從推)의 세 달로도 나누었는데 8월 한가운데 들었으므로 ‘중추절’이라 했다고 했다. 또한 신라 중엽 이후 한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중국인이 사용하던 중추니 월석(月夕)이니 하는 말을 합해서 축약하여 추석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추석월(秋夕月)이란 기록이 있고, 이 날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나 정작 중국인들은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가위’는 순수 우리글로 한은 ‘크다’의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란 말로 ‘한가위’로 통일해서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한가위 음식으로는 ‘농가월령가’ 8월령에 보면 향긋한 솔잎을 깔고 쪄낸 송편을 차례상에 올리면 조상님도 흐뭇해하고, 북어쾌와 첫 수확한 조기로 추석명절을 쉬어보세란 말이 나오고 신토주, 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으로 제사하고 이웃과 나눠먹었다고 했다. 여기에 북어쾌가 나오는데 명태를 말린 것을 말한다. 동해의 대표 어종으로 머리가 크고 알을 많이 품어 자손들의 번성과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의미라 하며, 조기는 생선의 으뜸으로 대단히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제사상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도미와 민어도 올렸다고 하나 ‘치’자가 들어간 갈치, 꽁치, 삼치는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차례상(茶禮床)에도 치자 생선은 올리지 않으나 홍어, 꼬막 등을 포함한 맛있는 생선은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적, 어전, 어탕을 올리되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하여 물고기 탕은 동(우), 육류탕은 서(좌)에 자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적인 차례상에 올린 해산물의 비중이 상당이 크고 중요시 되었다. 반면 수산물 생산 및 수요 대국인 일본은 전통불교의 영향을 받아 살생을 금한다고 하여 우리의 추석격인 ‘오봉(おぼん、お盆)’에 수산물이나 육류는 전혀 쓰지 않고, 두부와 채소 그리고 삶은 팥으로 옷 입힌 찹쌀밥을 먹는 등 ‘정진요리(精進料理, しょうじんりようり)’만을 먹어 우리와 대조적이다. 특히 일본은 음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양력 8월15일(지역에 따라 7월)을 중심으로 ‘오봉절(お盆節)’을 맞이한다. ‘こ先朝さまに感謝の心(조상에 감사하는 마음)’라고 해서 조상을 기리고 고향을 찾고 강강술래와 비슷한 ‘본오도리(盆おどり)’라는 춤을 춘다. 중국의 중추절(Zhonggiujie, 中秋節)은 우리와 같이 음력 8월15일에 오곡이 풍성한 것은 월신(月神)이 부드러운 달빛으로 변해 세상에 복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달 모양의 월병(月餠)을 먹는데 우리의 송편 격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로 11월 4번째 목요일에 온가족이 모이는 기독교 절기로 보낸다. 영국에서 이주해온 청교도들이 11월 추수를 마치고 첫 수확을 감사한다는 의미로 ‘칠면조’와 ‘호박파이’는 빠지지 않는다. 러시아 역시 11월 8일 직전 토요일을 우리의 추석과 같은 명절로 ‘성 드미트리 토요일(Great and Holly Saturday)’을 맞이한다. 조상의 묘소에 다녀오고 햇곡식으로 만든 ‘보드카’를 돌려 마시며 새(鳥)들에게 곡식을 주는 풍습이 있다. 원래 이 날은 1380년 ‘드미트리 돈스크 공’이 몽골군을 대파한 날을 기념하여 전사자를 추모하면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추수감사절 성격이 더해져 러시아 정교회를 중심으로 절기를 보낸다. 프랑스도 ‘투생(Toussaine)’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1월 1일을 추석과 비슷한 명절로 보낸다. 인구의 절반이 천주교 신자인 프랑스답게 ‘모든 성인들의 축일(All Saint Day)’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인의 무덤에 헌화하는 풍습과 파리의 라세즈, 몽마르트 언덕이나 몽파르나스 묘지 등은 꽃다발과 불을 켠 양초들로 장관을 이룬다. 미국의 ‘할로윈(Halloween Day)’은 프랑스의 투생이 건너가 시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베트남의 ‘중투(Trung Thu)’, 필리핀의 ‘만성절’과 독일의 ’에은테단크페스트(Erntedankfest)‘ 등이 있다.

현대사회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농경사회의 축소와 과거에 단 한번 풍족한 시기를 맞이했던 것과는 달리 수확의 의미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으며 가을의 수확과 추수를 기념하는 의미가 엷어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의 차례 상에서만 해산물이 대접을 받고 있어 수산인의 긍지가 큰 만큼 사명이 더욱 무겁다는 것을 한가위에 즈음하여 느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