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바스크지역의 3대 명물 요리의 하나로 새끼뱀장어(elver) 요리가 있다. 새끼뱀장어 요리는 ‘앙글라스 까주엘라(Angulas Cazuela)’라고 하는데 손바닥만한 도기 그릇에 올리브유와 마늘로 조리된 수 백 마리의 새끼 뱀장어들이 소복이 담겨져 나온다. 대강 1인분에는 90유로(약12만원)이다. 유럽산 실뱀장어 값도 1kg에 약150만 원정도로 비싼 반면 곧 CITES(멸종 위기종에 대한 국제조약) 부속서에 등재된다니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남부의 바다에 접한 안달루시아의 앙구라가 새끼뱀장어 요리의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용 새끼뱀장어 1kg에 2,000만 원정도로 금값인데 이를 요리로 즐긴다니 믿기지 않으나 현실이다. 우리는 한 때 양식용 실뱀장어가 품귀현상을 보이자 이 유럽산 새끼 뱀장어(Anguilla Anguilla)를 수입한 바 있으나 우리의 극동산 양식품종(Anguilla japonica)과 다르고 기후 풍토가 달라 적응하지 못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자클린은 피카소를 위해 종종 장어로 스튜를 끓였다. 이에 대하여 ‘뱀장어 스튜’라는 그림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피카소는 그녀의 내조를 받으며 90세가 넘도록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영국이 자랑하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 가장 그리운 영국 음식이 ‘장어 젤리’라고 했다.

뱀장어는 전 세계적으로 17종 2아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장어(민물장어), 갯장어(참장어, 하모), 붕장어(아나고), 먹장어(곰장어)가 주변에서 사랑받고 있고 영양가 또한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뱀장어는 그 모양에서 유래하여 20여 가지의 이칭/별칭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무장어, 배무장우, 우범장어, 드물장어, 배미장어, 뻘두적이, 비암치 등이고 자산어보(玆山漁譜)에는 해만리(海鰻鱺),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배얌댱어,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전어지(佃漁志)에는 백선, 뱀고기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뱀장어(長魚, 鰻, Eel, common eel)의 양식 역사는 13세기 경 이태리에서 최초로 시작하였으나 1877년 일본에서 기술집약적 양식으로 발전한 후 현재 한국, 일본, 대만 및 중국 등에서 양만(養鰻)의 규모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 경남 김해의 녹산에서 최초로 양식을 시도한 후 1970년대에는 연안 또는 하천에 소상한 실뱀장어를 자연 상태로 또는 2∼3개월 단기 양식하여 일본 대만 중국에 수출한 바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일본으로부터 성만(成鰻)양식 기술이 도입되고, 일부는 재일 교포가 직접 국내에 양만시설을 만들고, 사료개발과 월동문제를 해결한 후 양만산업(약9천톤, 2천500억원)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양적인 양만산업의 발전과 주변국의 경쟁은 실뱀장어 부족사태를 가져와 현재는 실뱀장어 수요량(20톤, 4000억원)의 6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실뱀장어 시장 규모도 늘어나 연간 4조원(200톤)대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수산과학원이 6월21일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뱀장어 완전 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는 발표는 대단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한지 36년만인 2010년에야 완전 성공하였는데 우리나라가 연구 8년 만에 쾌거를 이룬 것은 이 분야에 심혈을 기울인 연구진들의 노고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완전 양식은 자연 상태의 성만으로부터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얻어 부화시킨 뒤 버들잎 모양(leptocephalus)의 유생기를 거친 실뱀장어를 성만으로 양식한 뒤 다시 성만에서 수정란을 다시 생산, 부회시켜 실뱀장어까지 육성시키는 단계를 이른다. 소하성(溯河性) 어류인 연어는 그 생활사가 완전히 밝혀진데 비해 강하성(江河性) 어종인 뱀장어는 세계의 과학자들이 뱀장어 등에 추적기를 달고 생활사를 구명하려는 노력은 했으나 번번히 실패한 바 있고, 우리나라로부터 3000km 떨어진 필리핀 근해의 수심(300m)이 깊은 곳에서 산란하는 신비의 어종으로 추정해 왔기 때문에 이번의 연구결과는 더욱 놀랍다. 일본은 금년 1만 마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뱀장어 크기로는 1000마리 정도가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연간 14만 톤에 이르는 뱀장어를 소비하고 있는 세계 제1의 소비 대국이다. 따라서 실뱀장어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도 2020년까지는 대량 생산체계 구축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우리가 이번에 완전양식으로 생산한 부화 수정란은 10만개다. 2개월 가까이 된 시점에서 생존해 있는 수정란은 2000마리이고, 향후 6개월 후 실뱀장어로 크기까지의 생존율이 1%이면 대단한 성과라고 한다. 관건은 조도(照度)와 특수 사료개발에 달려있다고 한다. 뱀장어는 예로부터 복날에 보신탕과 더불어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뱀장어를 먹는 제철은 만추(晩秋)에서 초겨울까지라고 한다. 뱀장어의 지방성분은 대부분이 불포화 지방산이기 때문에 원기회복과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뱀장어 100g에 들어있는 비타민A는 계란 10개 속의 양보다 많아서 감기 및 야맹증을 예방하고 풍부한 비타민 E가 체내의 산화작용을 억제하며 노화를 방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통상 그랬듯이 실험실 연구에서는 큰소리치다가 그 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예를 많이 봐왔다. 우리보다 5년이나 먼저 성공한 일본도 아직 산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 연구가 민간으로 연결되어 양만산업이 발전하고, 미식가들의 요구도 충족시키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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