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catfish)는 수염이 고양이의 수염을 떠올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외에도 amur catfish, horned pout 및 bullhead 등으로도 불린다. 메기는 그 종류와 크기가 너무나 다양하다. ‘코리도라스 하스타투스(corydoras hastatus)’ 처럼 작은 종류는 4∼5cm밖에 안되지만, 유럽산 대형종인 ‘실루루스 글라니스(silurus glanis)’는 체장 4.5m에 체중이 300kg까지 나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2013)은 프랑스 툴루스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 프랑스 남서부 타른강의 자갈섬에서 메기들이 비둘기를 사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둘기들을 잡아먹는 메기는 1981년 프랑스 타른강에서 처음 발견된 외래종으로 무려 1.5m까지 크기를 자랑한다. 메기의 주둥이에 난 민감한 수염이 수면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으로 비들기의 움직임을 포착해 사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메기들이 갑자기 물위로 뛰어올라 강변의 비둘기들을 공격해 산채로 잡아먹으며, 54번의 공격 중 28%의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메기 입가의 두 쌍의 수염은 그 민감도가 보통이 아니어서 진흙 바닥의 모든 진동을 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지진 감지 능력이 뛰어나 하천이나 연못에서 이상 징후가 일어나면 난동을 부린다고 한다. 메기가 지진을 일으킨다는 속설도 있으나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메기가 지진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메기를 지진을 예측하는 고기로 알려져 있다. 유럽 전역에는 5∼7m 크기의 초대형인 ‘웰스 메기(wels catfish)’가 서식하며 독일이나 헝가리에서는 그 메기에게 물에 빠진 사람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메기 뱃속에서 인체부분, 옷 조각, 장식품 등이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인도 갠지스 강에 사는 메기들은 화장하고 강으로 돌려보내는 인육을 섭취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존의 소형종인 ‘칸다루 아수’는 피라니아처럼 떼로 공격하고 사람 살을 파고 들어가 안쪽에서부터 파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겸 작가, TV리포터인 ‘제레미 웨이드(Jeremy Wade)’는 켄트대학과 브리스톨대학을 졸업하고 켄트의 중등학교 생물교사에 제직하면서 세계의 괴어(怪魚)를 찾아다니는 탐험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마존에서 발견한 ’붉은꼬리메기(Red tailed catfish)’와 피라이바 메기(piraiba catfish)를 위시하여 10여종의 모양이 괴상하거나 강력한 이빨을 가진 수퍼 크기의 메기를 찾아 보도하기로 유명한 학자이다.

필자는 ‘70년대 초 미국 남부 앨러버마주에 소재한 오번주립대학(Auburn University)에서 수학한 바 있다. 당시 메기 양식을 강의한 한 교수는 박사(Ph.D)학위를 거부하고 유일하게 Mr.를 고집한 분이 계셨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 교수의 이름은 잊어버렸으나 그 교수의 강의실은 수강생이 많아 대형 강의실을 배정받았다. 미국의 남부는 채널 메기(Channel catfish)의 메카로 엄청난 양이 생산되고 수출되는 곳이다. 이 종은 국내에도 도입된 바 있으나 너무 크게 자라 토종 메기의 포식자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토종 메기는 우리나라 하천의 강자로서 쏘가리, 가물치와 비견되는 종으로 한말(韓末)의 한 조사에 의하면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임진강 및 대동강의 상류에 특히 많았다고 하며, 이를 낚시로 잡기도 하고 낮에 하천이나 개골창에 숨어 있는 것을 손으로 잡기도 했다. 조선시대 말기에 편찬된 읍지들의 토산조에는 메기가 점어(鮎魚) 또는 언어(鰋魚)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그 외에도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이어(鮧魚) 또는 미유기(未由弃),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점어(鮎魚),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제(鯷), 점(鮎), 언(鰋) 또는 제잠(鯷岑),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점(鮎),이(鮧), 제(鯷),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맛이 매우 좋으며 감장즙(甘醬汁)에 넣어 삶는다고 하였고,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는 옛날에는 없었으나 고려가 멸망할 때 영남에서 처음으로 났으므로 이를 멸려치(滅麗鯔)라 하였다.

메기는 식품으로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그 약효에 대하여 부종(浮腫)에 물(水)을 내리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남성들에게는 메기의 힘에 빗대어 스테미나 강화식이고,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비만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단백질과 지방, 회분, 칼슘, 인, 철을 함유하고 있어 여름철 최고의 균형 잡힌 영양식이다. 종류에 따라 독침이 달린 것도 있는데 조갈증(燥渴症)이 났을 때 이 독침을 달여 먹으면 좋다고 한다. 어릴 적에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이라는 미국 민요 ’메기의 추억‘을 불렀으나 그때는 그저 메기가 왜 금잔디 동산에 올랐을까 의심만 했지, 캐나다 시인 ’조지 존슨(1839∼1917)‘의 부인 ’메기 클라크(margaret의 애칭인 Maggie)‘가 결혼 첫해에 폐결핵으로 죽자 그 비감한 추억을 노래한 것임을 몰랐었다. 최근 남획으로 자연산 메기는 자원이 감소하고 양식산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7년 6월 25일을 ’메기의 날‘로 지정했다. 주요 양식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인식시킨 조치였다. 7월의 수산물로 지정된 메기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정부는 획기적인 지원 대책으로 뒷받침할 때이다. ’메기 잡다‘라는 실망스런 속담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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