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섬진강기차마을’이 있는 곡성을 다녀왔다. 섬진강은 참으로 아름다운 강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은 전남.북 및 경남의 3개 도 12개 군을 거치면서 5백리 먼 길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은 여성적 부드러움의 강이라고 노래한다. 반면 “토지”의 박경리님은 억척스런 생명력의 근간을 이루는 강이라고 했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마을 위쪽에 있는 ‘데미샘(八公山)’에서 시작한다. 데미는 봉우리의 사투리다. 데미샘에는 섬진강 발원지라고 쓰인 돌비석이 서있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마을 그보다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산중에서 조용히 섬진강은 시작된다. 고려 말엽인 우왕 11년(1385년) 왜구의 침입이 극심하였다. 광양만과 섬진강에도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였다. 한번은 왜구들이 하동 쪽에서 강을 건너려 하였다. 그 때 진상면 섬거(蟾居)에 살던 수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지금의 다압면 섬진마을 나루터로 몰려들어 진을 치고 울부짖어 왜구들이 놀라 도망치는 바람에 주민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섬진강이라 부르게 되었다.(섬진강 유래비)

섬진강(蟾津江)의 섬은 두꺼비 섬(蟾)자이고, 진은 나루 진(津)이다. 또한 섬진강은 모래가 곱다고 하여 두치강(豆恥江 또는 豆置江), 모래가람, 모래내, 다사강(多沙江), 대사강(帶沙江), 사천(沙川) 그리고 기문하(基汶河) 등으로도 불렀다. 섬진강은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중에서 수질이 가장 좋다. 하천 주위에 별 산업시설이나 도시가 발달해 있지 않고 하구 둑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상류에 1965년 한국 최초의 다목적 댐인 섬진강 댐 건설로 정읍시. 임실군 5개면 28개리가 수몰되었으며 수량이 줄고 하구에 광양제철이 들어서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하류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택리지”에 의하면 구례 남쪽의 구만촌(九灣村)은 거룻배를 이용하여 생선과 소금을 얻을 수가 있어 가장 살만한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 구례구(九禮口)로 추정되는 구만촌까지는 수운(水運)을 이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섬진강의 명산물로는 재첩, 참게, 은어 그리고 다슬기가 있다. 이 중에서도 섬진강 다슬기는 17번 국도를 따라 철쭉꽃으로 붉게 물든 섬진강변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먹거리다. 다슬기는 표준명이나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올뱅이 전라도에서는 고동, 대사리, 경상도에서는 고디, 골뱅이. 꼴부리 그리고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도슬비 등으로 불린다. 간(肝)에 좋기로는 곰의 쓸개인 웅담(熊膽)과 강물속의 웅담이라는 다슬기(marsh snail, black snail, horn shell)가 있다고 한다. “물명고”와 “재물보”에 와라(蝸螺)라는 동물은 호수나 시냇물에 살고 있으며 논우렁보다 적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슬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동의보감”에 간염, 지방간, 간경화 등의 간질환 치료와 숙취해소에 좋다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숙취와 갈증해소, 황달, 신장 담낭 결석 예방과 부종을 없애고 눈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슬기는 생태계에서는 달팽이, 물달팽이와 함께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로 알려져 있다. 또한 페디스토마의 중간 숙주로 날로 먹으면 페디스토마에 걸리기 쉬우므로 반드시 삶아 먹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는 곡성군의 의뢰로 조사한 섬진강 중류 52km(총길이 212.3km) 구간의 다슬기 잠재자원량을 6,800톤(약68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국의 한해 수요량이 약 7,000톤 정도로 이 가운데 2,000∼3,000톤은 국내산으로 충당되고 나머지는 수입산으로 대체된다. 섬진강 다슬기로는 국내 총생산량의 20% 안팎을 충당하고 있다. 지리산 7품(品) 7미(味)에는 곡성의 참게 매운탕과 구례의 다슬기 수제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섬진강변 어디를 가나 다슬기 토장탕과 맑은탕, 다슬기 장무침, 다슬기 초무침, 다슬기 전 그리고 다슬기 수제비는 먹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슬기 추출액을 제조하고 있다. 추출액은 십이지장 손상의 빠른 회복과 반위(암), 위 냉증, 위 통증을 비롯하여 간질환 전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편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민물고기연구소는 1986∼2015년 기간 중 섬진강 3총사의 하나인 은어 수정란 약 3억 개를 구례 등 4개 지역에 방류하여 섬진강의 은어자원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코레일과 곡성군은 구 곡성 기차역의 옛 철길 일부를 섬진강기차마을이라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서 짝퉁 증기기관차와 레일 바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구 곡성역에서 섬진강 울렁다리가 있는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30분간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또한 곡성역 구내에 장미마을을 조성하여 5월 말경 ‘세계장미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곡성 송정리(松亭里)는 실존 인물로 밝혀진 효녀 심청이 태어난 곳으로 심청이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눈먼 아버지(심학규)를 위하여 공양미 삼백 석에 남경 상인들에게 몸을 팔고 인당수(지금의 백령도와 장산곶 중간 바다)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를 기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박시설로 이용되고 있어 조금은 아쉽다. 봄나물을 캐러 나갔다가 섬진강 강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붉은 홍매화를 보고 시인 박혜범님은 ‘밤마다 몰아치는 한파와 세찬 강바람을 견디며 안간힘을 다하여 피보다 더 붉은 꽃으로 핀 홍매화가 천년의 인연으로 오시는 고운임을 기다리며...’라고 섬진강 홍매화를 노래하고 있다. 조선 “태종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굴양식은 585년 전인 1431년 최초로 섬진강 하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는 꼬막(여수 여자만)양식과 함께 가장 오래된 양식 수산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수산양식 발자취”란 책에서 밝히고 있다. 섬진강은 우리나라 수산업이 태동(胎動)한 젖줄이요 효시(嚆矢)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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