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하순을 전후하여 충남 서천군 마량리(마량포구) 동백나무 숲에서는 주꾸미 축제가 열린다. 동백나무 숲은 500년 전 이곳을 관할한 마량 수군첨사(水軍僉使)가 마을의 안녕과 안전한 뱃길을 기원하며 심었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특히 마량진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경(聖經)이 전해진 곳으로 전래비가 서 있다. 이외에도 부안(격포), 보령(무창포), 태안(몽산포), 군산 등지에서도 해마다 봄이면 주꾸미 축제가 열릴 만큼 주꾸미는 봄에 맛 봐야 하고, 봄을 알리는 전령(傳令)이다.

흔히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또는 ‘봄 주꾸미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50여종의 문어과에 속하는 주꾸미 4촌들이 있다고 한다. 주꾸미(Webfoot Octopus, Short arm Octopus)는 보통 쭈꾸미라고 맞춤법상의 표준어와 현실적으로 발음하는 것이 다른 말 중의 하나이다. 자장면을 오랜 기간 짜장면(2011년 8월 복수 표현 인정)이라고 발음한 것과 같다. 반면 영어명의 Webfoot는 ‘물갈퀴가 있는 발(문어)’이라는 뜻인데 왜 이런 명칭이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주꾸미의 빨판(acetabulum)을 물갈퀴에 비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꾸미의 어원은 ‘주그라지고 미끄러진다’고 해서 주꾸미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입술을 길게 내밀어 쭈-꾸미라고 말해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제 맛이 표현된다고 해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꾸미 학명(Octopus ochellatus GRAY)의 ochellatus 라틴어로 ‘눈이 붙다’의 의미로 다리(팔) 밑 근처에 눈 모양 무늬가 있는 것을 지칭하고 있다.

주꾸미는 한반도 남서부, 중국, 일본, 인도와 일부 동아시아의 천해에 분포한다. 주꾸미에 대해 보통 세 가지 정도의 오해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문어 새끼라는 것이고, 둘째는 머리라고 부르는 부분은 몸통이고, 셋째는 다리는 팔(腕)이 맞다. 주꾸미는 정약용의 자산어보에서는 한자어로 준어(鱒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는 망조어(望潮魚)라고도 했다. 북한에서는 직검발이나 직께미라고 부른다. 전남과 충남 사투리의 쭈깨미 또는 경남의 쭈게미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머릿속에 흰 찐 밥 같은 것이 있다고 하여 반초(飯鮹, 飯蛸, いいだこ)또는 진구견(津久見,つくみ)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단소(短蛸, duanxiao), 망조(望潮), 소장어(小章魚) 등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주꾸미 구이는 고랄미묵두어(烤辣味墨斗魚, Kaolaweimodouyu)라고 다르게 표시한다.

2007년 태안반도(근흥면) 앞바다에서 주꾸미 주낙에 주꾸미가 고려청자 한 점을 감싸 안은 채 물위로 올라 왔다. 900년간 물속에 잠들어 있던 고려청자 2만3천점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고려청자를 실은 ‘태안선’은 12세기 경(1131-1151년) 전라도 탐진(耽津, 현 강진)에서 개경으로 항해하던 중 난행항(안목항) 주변의 대섬 해역에서 침몰한 것인데 주꾸미 한 마리가 청자를 움켜쥔 채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여기에 희귀한 청자발우(靑磁鉢盂, 사찰 승려의 그릇)와 중국 송나라 문신이며, 고려에 사신(인종 1년)으로 온 바 있는 서긍(徐兢,1124년 高麗圖經 저자)이 산예출향(狻猊出香)이라고 한 비취색의 사자장식 향로, 두꺼비 모양 벼루 등 진귀한 보물이 쏟아졌다. 이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일등공신은 주꾸미였다. 반면 탐욕의 상징이나 똑똑하다는 문어(文魚)는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대접을 받고, 낙지(石距)는 미식가들 사이에 최상의 해산물로 귀여움을 받으나 평소 주꾸미는 천덕꾸러기로 살이 물러 별다른 요리가 개발되지 않았으나 동백꽃이 피는 봄 한철 알을 품은 주꾸미는 다리의 살이 달아 낙지보다 낫고, 몸통의 오독오독한 식감의 알과 쫄깃한 살, 그리고 짙은 바다향의 먹물이 더해지기 때문에 문어보다 낫다고 한다. 이때서야 주꾸미의 맛이 최고조에 이르러 낙지나 문어에 견줄 만하다고 미식가들은 말한다.

주꾸미 100g의 열량은 47kcal이고 타우린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100g당 타우린 함량은 1.597mg에 달하는데 이는 오징어(327mg)의 5배, 낙지(854mg)의 2배, 문어(435mg)의 4배에 달한다. 특히 타우린은 간에 쌓여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동맥경화, 지방간, 성인병 위험을 낮추고 피로해소에 효과적 이다. 서해안은 주꾸미 서식밀도가 높아 지역에 따라 피뿔고동(소라껍질, Rapana venosa)의 빈 패각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개껍질이나 항아리 모양의 소호(蛸壺, 주꾸미 단지)를 주낙으로 이용하거나 낭장망 또는 쌍끌이 어선을 사용하여 어획한다. 주꾸미와 궁합이 맞는 음식의 우선순위는 돼지고기(삼겹살)로 신장을 보호하면서 음기를 보해주는 효능도 뛰어나지만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반면 주꾸미는 체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그 다음은 야채와 치즈로 주꾸미에는 비타민 A. C 엽산과 식이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양파, 콩나물, 깻잎 등을 보충해주면 좋고, 주꾸미는 인(P)이 많은 산성식품이기 때문에 칼슘이 들어있는 치즈나 두부와 함께 먹으면 칼슘과 인의 비율을 2:1일로 최적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좋다.

시인 김수상 님은 ‘어느 주꾸미의 죽음’이란 시에서 ‘먹물(지식)이 많이들은 시간강사 친구의 응급실에서의 죽음과 어느 시장의 나무도마 위에 먹물이 든 몸통을 누인 채 널브러져 있는 주꾸미’를 대비시키고 있다. 지식 면에서 정규직 교수에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시간강사라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낙지나 문어에 비해 영양가면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으나 옳은 대접을 못 받는 주꾸미에 빗대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하겠다. 연휴 이후에 찾아오는 월요병과 스트레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 누구에게나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봄에 어식 백세 제철 주꾸미 요리로 포식하고 확 날려 버리자. 육불여계 계불여어(肉不如鷄 鷄不如魚)라 했다. 살코기는 닭고기만 못하고, 닭은 생선만 못하다. 해산물이 최고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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