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개 가을낙지라고 봄 조개는 입맛을 돋운다. 피조개는 ‘피안다미조개’의 약어이다. 피+안다미+조개의 구조에서 안다미는 생략되고 피조개가 되었다. 우리말 ‘안(內)+담(藏)+이’에 의하여 만들어진 고유어 ‘안다미’는 한자어 안담(按擔, 짐을 떠맡음)에서 온 것이라기보다는 ‘안에 무엇을 담기 위하여 입구를 넓게 만든 것’ 또는 ‘그릇 안에 꼭꼭 채워 담다’와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다’라는 뜻도 있다고 언어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꼬막 역시 ’안다미조개‘라고 부르는데 ‘속이 꼭꼭 채워진 조개’와 ‘살이 가득 찬 조개’라는 뜻이다. 따라서 피안다미조개는 피(血)와 살(肉)이 꽉 찬 조개 즉 피조개를 일컫는다. 피조개(Scapharca broughtonil SCHRENCK)는 이매패강 돌조개목 돌조갯과에 속한 종으로 표면에는 42줄 내외(39-44)의 부챗살맥(放射肋, radial ribs)이 있다. 대부분의 패류는 혈색소가 구리를 포함하는 헤모시아닌 인데 패류 중 드물게 피조개만 혈색소가 철분을 포함한 헤모글로빈으로 되어 피가 붉은 색이며 이로 인해 연체(軟體)가 붉게 보이기 때문에 피조개(Blood arkshell, Blood clam, red shell)란 이름이 붙었다. 영문명의 아크(Ark)는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 Noah’s Ark)’를 지칭하고, 또한 ‘성약(聖約)의 궤(the Ark of the Covenant)’ 즉 모세의 십계명이 새겨진 두 개의 석판을 보관한 상자도 아크라고 한다. 따라서 좀 비약이긴 하지만 인류를 구원할 패류라는 뜻이 함축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어로는 아카가이(あかがい、赤貝)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발씨주감(勃氏舟?, boshi zhouhan)이라 부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피조개의 표현에는 피와 붉다는 뜻이 들어 있다. 피조개의 별칭으로는 꼬막, 털꼬막(진도, 장흥, 하동, 남해), 새꼬막(고흥, 여수, 서천, 보령), 뉘비꼬막(함평), 뉘미조개(고창), 나비조개(함남), 놀꼬막(우수영, 북평, 해남), 참꼬막(고금도), 피꼬막, 왕꼬막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나, 꼬막(放射肋 17-18)과 새꼬막(放射肋 30-34)은 종류가 다른 패류이다. 한국, 일본(홋카이도 이남), 중국(산동성), 대만, 필리핀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피조개 양식역사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양식하기 시작한 것은 채묘기술이 확립된 1973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양식은 주로 바닥양식에 의존하고 있으나 드물게 채롱에다 수용하여 수하식으로 양식하는 경우도 있다. 진해만의 양식산은 품질이 우수하며, 우리나라가 최대 양식산 생산국이다. 특히 남해안 일대의 진해, 거제, 사량도, 남해, 여수가 주생산지이고, 진해만, 충무만, 가막만 등지는 천연어장이기도 하다. 피조개는 값비싼 수출품으로 생산량 중 대부분을 활패(活貝)로 약 98%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반면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허위 조작하여 중국, 러시아산의 반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하려다 적발된 예도 허다하다(2008∼2010년 281회). 피조개는 익히면 특유의 맛과 향이 달아나므로 회(膾)나 초밥으로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으나 최근에는 통조림 원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피조개의 헤모글로빈은 인간의 적혈구와 혈액농도와 비슷하여 혈액을 채집하여 마시면 인체에 상당한 보혈작용을 하여 빈혈 치료에 효과가 크다. 그러나 국내산과 신선도가 확인되지 않으면 생피조개를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2년 영국의 “더 선”지가 선정한 ‘세계의 위험한 음식’ 중에는 일본의 복어 독, 중국산 피조개와 더불어 베트남의 킹코브라 독 칵테일, 이탈리아의 썩은 구더기 치즈라는 ‘카수 마르주’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덜 익힌 중국산 피조개는 B형 간염과 장티푸스, 이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한방에서는 피조개는 오장(五藏)을 튼튼하게 해주고, 식욕증진과 소화 기능을 도우며 갈증을 멈추게 해 줄뿐더러 위산과다의 제산제 역할과 양기를 돋우는 정력식품으로 쓰인다고 한다. 피조개의 진기한 호흡색소인 헤모글로빈은 물론 시력회복과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생피조개 100g당 총열량이 81cal인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다, 그 조성을 보면 철분9.80mg, 칼슘 58.00mg, 아연 1,36mg을 위시하여 비타민 A. B1, B2, C 및 나이아신 등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철 함량이 쇠고기나 계란의 3배로 빈혈환자와 산모에 좋다. 비타민 A는 쇠고기보다 13배나 많고, 니이아신 함량은 게란 보다 25배나 된다. 더불어 두뇌개발에 좋은 시스테인아미노산과 티로신도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의 아동이나 수험생들에게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적혈구가 있어 저혈압 개선 효과가 있고, 아스파르트산이 다량 함유되어 심장기능을 돕고 숙취해소에도 기여한다. 타우린과 배타인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간 해독과 간에 지방이 쌓아는 것을 차단한다. 피조개는 회나 초밥용 이외에도 피조개 파스타 및 피조개 꼬치구이가 와인안주로 일품이다.

작년 12월 mbn의 ‘천기누설’에서 피조개 미역국을 소개한바 있다. 그리고 금년 3월초 SBS의 ‘좋은 아침’에서는 피조개 감태 국이 소개되었고,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진해만의 피조개 요리를 선보임으로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피조개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연간 약5만8,000톤을 정점으로 1990년대부터 고수온, 빈산소, 저염분, 수괴 등의 서식환경 악화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따라서 2014년 생산량은 약 2,900톤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피조개를 먹기 좋은 계절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이라고 하나, 생산량의 대부분이 수출되기 때문에 국내 식용으로 대중화하기에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바다의 금’과 ‘바다의 보약’으로 불리는 피조개는 중요한 패류자원이다. 생산이 감소되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피조개 양식 왕국으로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힘쓸 때이다. 거도산전필유로(車到山前必有路)라는 성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수례가 산 밑에 이르면 반드시 길이 있다. 즉 막힌 것 같지만 노력하면 통하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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