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서식하는 계(蟹)의 종류는 약 4500종이며 우리나라에도 약 180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대표 종으로는 대게, 털게, 꽃게, 농게, 칠게, 달랑게, 말똥게 등이 있다. 1997년 탤런트 신구가 유행시켰던 광고멘트인 “니들이 게맛을 알아”란 말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물맞이겟과의 하나인 대게(Chionoecetes Opilio)철은 12월부터 다음해 5월이나, 대게 메니아들은 음력 정월 대보름을 지나서 대게를 먹으러 가고 제일 맛이 좋은 기간은 1월말에서 3월말 사이라고 한다. 대게는 보통 특정 지역 명을 앞에 붙여서 부른다. 그러나 워낙 첨예하게 자기 고장 명을 고집하기 때문에 필자는 특정 지명(영덕, 울진, 구룡포, 포항, 주문진, 속초 등의 동해 지역)을 붙이기가 아주 곤혹스럽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물조’에 조선팔도에 게가 생산되는 고을은 모두 71곳이고, 자해(紫蟹)가 나는 곳은 경상, 강원, 함경지역 11곳이라고 기록됐다. 여기서 자해는 대게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해산지 11곳 중에는 영덕과 영해의 지명이 명시돼 있다. 대게가 영덕의 특산물이라고 주장하는 문헌상의 근거이다.

영덕 대게는 고려태조 23년(940년) 왕건이 옛 예주(지금의 영해면)를 순시할 때 수랏상에 올랐다 한다. 당시 예주부사가 대게를 좋아해 수례를 타고 와서 오래 동안 머물렀다고 하여, 수례 차(車), 머물 유(留)자를 써서 차유라는 마을 이름을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울진 지역민들은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 등에 자해로 기록된 대게가 14세기 초엽인 고려시대부터 울산의 특산물로 자라 잡아 왔다 하여 울진대게 유래비(울진 평해읍)까지 세웠다. 또한 대게 잡이 어선이 출항하는 거일마을 명칭의 ‘거일’이 ‘게 알’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반면 속초 장사항의 맛집들도 대게의 원조는 속초라고 주장한다. 그 외지역도 특정 지역에 지명을 양보할 뜻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게는 몸통에서 다리가 대(竹)나무처럼 쭉 뻗어있고 길이가 길고 마디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대’가 동음이의어로 큰(大)게(蟹)로 이해되기도 하고 오해되기도 한다. 세발낙지는 낙지의 발이 세 개(낙지발은 8개임)가 아니고, 가늘다(細)는 뜻인데 발(足)이 세 개로 오해되는 경우로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예(例)이다. 따라서 세발낙지를 세족(細足)낙지라고 부르거나 쓰지 않는다.

대게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게(蟹)의 종류 중 가장 크다. 다리가 길고 몸집이 커서 살이 많고 맛이 일품이다. 이마에 솟은 돌기는 넓고 짧으며 걷는 다리의 마디는 납작하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크고 맛도 좋다. 한편 산란기의 암컷 게(일명 빵게)는 포획 금지체장(9cm)이 설정되어 있어 불법으로 포획 시에는 엄청난 벌과금을 각오해야 한다. 대게는 한류성으로 한국의 동해, 일본, 캄차카 반도, 알래스카 및 그린란드 등지에 서식한다. 대게는 영어로 ‘스노우 크랩’(snow crab, queen crab)이라고 표기하는데, 왕게라고 칭하는 ‘킹크랩(king crab, たらばがに)과는 다른 종으로, 눈이 오는 계절 또는 눈 오는 곳에서 잡힌다는 뜻과 대게의 속살이 눈(雪)처럼 희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게는 중국어로는 다라파해(多羅波蟹), 황후해(皇后蟹), 죽해(竹蟹, Zhuxie) 등으로 부르나, 대게 회(膾)의 경우는 설해생어편(雪蟹生魚片)이라 쓴다. 일본어로는 바다참게라는 뜻의 즈와이가니(ずわい蟹), 초해(楚蟹), 율화정해(津和井蟹), 송엽해(松葉蟹) 등으로도 쓴다.

대게는 붉은 대게, 털게, 왕게 등과는 달리 바다 향을 한껏 머금은 속이 꽉 찬 뽀얀 살의 부드러운 감칠맛과 약간 달며 담백함이 짙은 편이다. 흔히 미식가들은 대게 한 마리에 12가지 정도의 깊은 맛이 있다고 평가한다. 대게는 그 맛이 뛰어나 옛날 임금님도 염치불구하고 다리를 손에 들고 쪽쪽 빨아먹었다고 하나 거짓말은 아닌 듯싶다. 특히 대게는 소금을 비롯해 일체의 양념 없이 배 쪽을 위로하여 그대로 찜통에 찌기만 하면 되는 천연의 웰빙 음식 중의 왕이다. 대게는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감칠맛을 지닌 글루타민산, 이노신산 등을 비롯하여 필수 아미노산(리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 최적의 식품이고 더욱이 저지방 고단백식품으로 단백질 구조상 소화가 잘되며, ‘게먹고 체한 사람 없다’는 옛말이 전해진다. 또한 몸을 차게 하는 성분이 있어 해열작용을 하며, 숙취해소에도 탁월하여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키는 작용이 있어 동맥경화 완화에도 기능할뿐더러 항 노화 작용도 한다. 중국에서는 게는 때때로 게의 하복부가 오염되어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조리하여 먹으면 남성의 상징인 스테미너에 좋고 골수를 채워준다고 믿는다. 더불어 대게는 태양과 행운을 상징한다 하여 황금, 백금, 다이야몬드 등 보석류를 이용한 브로치를 개발하여 여성들이 즐겨 착용하고 있다.

대게 산지에서 살이 없는 저렴한 대게를 ’물게‘라고 하는데 여기에 비하여 황금색을 띠는 것을 ’박달게‘ 또는 ’참대게‘라고 하여 가장 맛이 뛰어나고 값도 비싸, 마리당 10만원을 호가한다. 박달의 어원에는 새로움, 크다, 강함, 밝다의 뜻도 있고, 박달나무 같이 속이 꽉 찬데서 기인하는 말로 정식 게의 명칭은 아니다. 보통은 2∼3월에 많이 잡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나 크기와는 달리 살이 몇%정도 차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이 외에도 대게는 황금색을 포함하여 은백색, 분홍색, 홍색 등 네 종류로 구분하고,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이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바레인, 베트남,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여러 종류의 게를 수입하고 있다. 대게는 영덕이냐 울진이냐의 원산지 논란에 앞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수산자원으로 자원을 어떻게 보호하여 지속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광 굴비와 법성포 굴비도 선의의 논쟁과 경쟁을 통하여 건전한 지역특산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해 대게도 온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지역 특산물로 사랑받도록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화매식가(貨賣識家)라 했다. 물건은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팔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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