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새해에는 새로운 한 해의 화두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올해 수산물 양식 정책에서의 화두는 단연 양식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토마스 쿤이 자신의 책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말이었으나, 이제는 자연과학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 전반에서 기존 체계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새로운 체계로 변화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됐다. 

양식산업도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양식업은 지난 30여 년 간 수산업 발전과 어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였으나, 기존의 품목과 소규모·영세한 경영 형태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지금상태로는 해양수산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20년, 양식량 200만 톤 달성도 요원하다.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는 양식업의 진정한 산업화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고자 한다. 특히 어류, 해조류, 패류, 내수면으로 분야를 나누어 맞춤형 전략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양식전략품목 육성 TF’의 운영도 준비 중이다.

먼저 어류 양식은 투 트랙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기존 양식 품목은 수요에 기반한 생산과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도록 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양식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양식 품목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양식 어류의 80%를 차지하는 넙치·우럭 등의 품목은 수요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요에 기반한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대량생산체제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대규모 자본 유치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스마트 양식장 통합관리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변화하고 있는 시장수요와 부가가치를 고려하여 새우·참다랑어·연어 등으로 양식 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양식 품목은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다. 특히, 최근 연어는 소비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이 거의 없어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2만5천톤이 수입되었는데 2015년에는 3/4분기에 이미 전년도 수입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참다랑어나 연어에 대한 우리의 양식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으므로 대체 가능성의 전망은 밝다.

둘째, 김·미역 등 해조류 분야이다. 해조류는 우리나라 양식생산량 156만 톤 중 110만 톤을 차지하고 있으며 식품, 의약품, 바이오 에너지 등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그 생산 및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어장을 확대하여 생산량을 높이는 한편, 고차 가공식품 개발 및 바이오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R&D에 집중 투자를 할 계획이다.

해조류는 현재 주로 기초 가공식품 수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생산량 대비 생산액이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낵김과 같이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외국 품종 사용으로 인한 로열티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체품종도 개발해 나갈 것이며, 김제품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식품규격(CODEX) 제정을 주도함으로써 수출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2017년에 완도 국제해조류 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조류가 청정 해조류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해조류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위한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올해는 ‘17년도 박람회가 차질없이 개최될 수 있도록 준비에 힘쓰고자 한다.

셋째 패류는 품목마다 상황이 상이하여 시장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굴은 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였으나, 국내 생산은 정체상태이므로 단위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혼합 양식 시험어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굴은 생육환경의 특성으로 인해 위생문제가 국민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방자치단체의 생산해역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자 굴 등 패류가 생산되는 해역에 관한 위생조사 결과를 매월 공개·발표하고자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웹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는 10월 경 시범운영을 할 예정이다.

전복은 꾸준한 생산량 증가가 소비로 이어져 소비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여전히 시장수요가 높은 품목이어서 해조류와 같이 선별적으로 어장 확대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 나갈 것이다. 다만, 최근 어장환경 및 적조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어장 이설 등 보완책을 마련함으로써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내수면 어업의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수업 어업은 전체 수산업 대비 생산량 0.9%, 어가수 6.2%로 극히 미약한 실정이다. 더욱이 한·중 FTA가 타결됨에 따라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로써 중국 내수면 어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내수면 수산물의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대규모의 친환경 양식단지를 조성하고, 전문적인 유통 채널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전용 유통·판매센터 조성도 추진하는데 이 사업에는 각각 3년간 2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한 내수면 어업을 위해 어도(魚道)를 보수하고 유휴 저수지를 활용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회복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시장 규모에 비해 국민 인식이 낮지만 발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관상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상어와 관련된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2015년 관상어 박람회에 이은 제2회 관상어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품목별 접근을 통해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양식산업 전반에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정책도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다.

201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우량의 수입대체 종자 확보를 위한 ‘Golden Seed Project’를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우량 수산종자 개발 및 종자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종자주권을 회복해 나갈 것이다. 또한 양식 수산물의 항생제 사용 및 폐사율 저감을 위해 백신사업을 확대하고, 혼합백신 개발을 위해 2022년까지 1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IT와 BT를 활용한 친환경 첨단 양식 시스템 도입도 촉진하고자 한다. 생산 全 과정에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하는 ‘친환경 양식장’을 조성하고, 이러한 양식장에 대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친환경 첨단양식에 대한 업계의 추진 의지를 높이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식탁에서 안전한 양식 수산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생산단계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관리는 올해도 지속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패류 생산해역의 위생관리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월별로 위생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확대율이 미미했던 양식장 HACCP 등록을 강력히 추진하여 2015년 70개소였던 것을 2016년에는 100개소까지 확대할 것이다. 양식장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 예방·관리와 유해물질 안전성 검사 확대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식 수산물이라는 인식을 넓히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서 올해의 양식분야 화두는 양식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했다. 한 체계가 한계에 달했을 때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인 자명한 일이다. 양식업도 그렇다. 친환경, 스마트 시스템에 기반한 대량생산체제로 전환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품목을 생산하고, 안전한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양식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패러다임을 바뀔 때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양식산업발전법이 아직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고, 이후 다양한 제도의 변화들이 예상된다. 2016년 원숭이해, 원숭이의 재치와 기지로 슬기롭게 해결하여 양식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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