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마모토현(縣)의 아소시(市)에 있는 야마나미(山南) 골프장(阿蘇あそ, 祖母そぼ, 九重くじゅ 코스)을 일행 열 분과 함께 다녀왔다. 9월 14일 아소산의 분화구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분진이 2000m 상공까지 치솟았고, 주변 2km까지 접근이 금지(경계레벨 3)되었을 뿐더러 1979년과 같이 대폭발의 징후가 보인다는 일본 기상당국의 발표가 있은 터라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지의 표정은 일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모두가 평온하였다. 하루 일정을 잡아 아소산 근접 전망대에서 본 화산 분화구에서 검은 연기만 약간 피어오를 뿐 낙진이나 후각이 다소 떨어지는 필자로서는 유황냄새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전망대 임시 가판대에서는 유황덩어리를 팔고 있었다.

구마모토는 일본 남부 규슈(九州)에 있는 현이고 아소(阿蘇)는 현의 여러 시 중의 하나이다. 아소의 소(蘇)에 고기 어(魚)자와 벼 화(禾)자가 들어있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확실한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벼화(禾)자는 주산업이 농업이고 유명한 쌀의 주산지라고 하니 이해는 되나 바다와 연접해 있지 않고 규모가 작은 아사쿠사해(天草灘)에 접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식탁에는 민어, 삼치, 전갱이, 문어 등의 조림과 어묵, 회(膾)가 자주 오르고 있어 연안에서 잡은 것인지 아니면 규슈의 다른 지방에서 온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또한 인근에는 대단위 목장이 있어 말과 소 그리고 젓소를 방목하고 목초지가 광활하여 타 지역 가축도 이곳으로 옮겨와서 방목을 한다고 한다. 일본의 소고기인 와규(和牛)는 물론 말고기 육회는 유명하고 값이 비싸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일본 최고의 품질로 이를 재료로 만든 소프트크림(아이스크림)은 그 맛이 뛰어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구마모토현은 총면적이 7,410㎢로 인구는 우리나라 전북과 비슷한 170만 정도로 곰(熊)이 현의 상징이다. 주산업이 농업으로 쌀, 비단, 이구사(簡草 いぐさ, 다다미를 짜는데 쓰는 골풀), 담배 농사가 유명하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이구사인지 일반 갈대인지 모르지만 전평원이 갈대밭으로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구마모토시(현청 소재지)에는 일본 3대 성(城)중의 하나인 구마모토성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1607년 기요 마사(加?淸正)가 건립했다는 것으로 혹자는 일본 제일의 오사카성을 능가한다고도 한다. 이후 화재 등으로 소실된 것을 1960년에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대천수각(大天守閣)과 소(小)천수각 및 제3의 천수각이라는 우토야구라(宇土櫓)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라(櫓)는 망루를 뜻하는 것으로 총 5개의 망루가 있다. 1600년 세키기하라 전투(關け原の合戰)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동군이었던 기요 마사가 승리한 거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일본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어 지진과 화산폭발이 빈번하고 전 세계 지진과 화산 폭발의 7%를 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화산 폭발은 1783년 5월 혼슈(本州)의 아시마(淺間山) 화산 폭발의 결과로 수년간에 걸쳐 일본 각지에 대기근을 가져왔다. 대홍수와 가뭄, 냉해가 전국을 덮치고 전염병이 돌아 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이 결과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다급한 에도(江戶)막부는 모든 부체를 탕감하고, 비축제도를 만들어 수습했다는 기록이 있다. 2015년 5월 29일 가고시마현(廘兒島縣) 남쪽 구치노에라 부지마섬(口永良部島)에서 경계 레벨 5의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쇄설물이 해안까지 날아들고, 연기가 9km 상공까지 치솟았으며 섬 주민 150여명이 긴급히 섬을 떠나기도 했다.

최근의 아소산 폭발을 비롯하여 일본에서는 수백회의 분화가 일고 있어 일본 열도가 화산으로 들끓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전문가들은 후지산 폭발도 멀지 않았다고 예고하고, 동경대의 다치바나 교수는 일본 침몰까지 예고하고 있다. 최대 활화산인 후지산(富士山,3,776m)은 10만 년 전 대량의 용암이 분출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후지산은 1만 년 전 분화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한다. 마지막 대분화는 1707년 12월 16일간 분화로 100km 떨어진 에도(도쿄)에 2cm이상의 낙진이 쌓였다고 한다.

후지산의 분화와 연관하여 백두산의 활화산 폭발도 예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백두산화산 폭발이 발해의 멸망 원인이 되었다는 학자도 있으나 실제로 고려사에 언급이 없고 시기적으로도 일치하지 않는다. 백두산 폭발 시기는 939년과 약 천 년 뒤인 1903년 대폭발이 있었다. 다시 폭발이 일어난다면 20억 톤의 분화구 물로 대홍수가 일어나고 100억㎥의 화산재는 한반도 전체를 5cm 두께로 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탈리아의 폼페이를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보다 수 십 배 강력한 대규모 폭발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나, 지역의 특성상 편서풍이 불어 남한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서기 79년 8월 24일 제정로마의 휴양지였던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으로 고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신학자들은 폼페이는 쾌락의 도시로 신이 화산 폭발을 통하여 징계한 결과라고 한다. 18세기 발굴을 시작한 결과 온갖 우상을 만들고 사창가를 비롯하여 인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본 여행을 통하여 우리는 가장 안전한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왜 그 고마움을 망각하고 있는지 새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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