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이 풍성한 한가위가 머지않았다. 시골에 조상님이나 부모님 산소가 있는 분들은 교통사정을 고려하여 일찍 벌초를 하러 고향을 찾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부모님들은 벼와 보리를 심고 고추를 내다 팔아 자녀들을 교육시켜 대처로 떠나보냈다. 장례문화가 변하여 공원묘지가 많아지고 납골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도, 밤나무에 밤이 익어가고 산딸기가 영글고 머루 다래 넝쿨이 엉켜있는 한적한 곳에 평생 피땀 흘리며 고달피 살아온 부모님들이 그곳에 잠들어 계시기에 우리가 고향의 선영을 찾는 이유이다. 그러나 벌초 시 우리를 첫째로 맞아주는 것은 불청객 “땡삐(땅벌)”다. 예초기나 낫으로 풀 속에 은폐되어 있는 땡삐의 집을 건드리거나 밟을 경우 한꺼번에 떼를 지어 달려들어 융단 폭격을 가하기 일쑤이다. 머릿속은 물론 옷 속까지 파고들어 전신에 예리한 벌침을 찌른다. 토종벌이나 꿀벌은 한번 쏘면 바로 죽는다. 반면 땡삐는 수 십 번에 걸쳐 화살을 재장전하지 않고도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근처에 강이 있어 강물로 뛰어들어 물속에 숨었다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 다시 공격하는 끈질긴 습성도 가지고 있다. 물론 말벌(왕탱이)이나 장수말벌, 대추벌에 비하면 개체별 독성은 떨어지나 워낙 무리지어 공격하기 때문에 과민성 쇼크나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땡삐에 공격을 당하면 그곳에 된장을 바르는 것이 전부다. 이는 어릴 적 산속을 뛰어다니면서 봄, 여름, 가을 자연이 주는 진달래꽃,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와 산딸기 그리고 머루, 다래 등을 먹은 것이 땡비가 먹는 음식과 동일하여 몸속에 항체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땡삐는 평소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나 자기 집이 사람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파손이 되었을 경우 보통 6∼10층으로 된 집(지봉방 또는 토봉방)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적개심, 저장된 겨울나기 음식물이 유실되었다는 생각으로 그런 공격력이 살아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근래 중국 국가위생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산시성에서만 땡삐의 공격으로 1,640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42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기원전 2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바빌로니아 의서(醫書)에 이미 봉독(蜂毒)이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7)는 봉독을 가리켜 ‘신비한 약’이라고 하였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은 물론 한국 의사들도 봉독은 류마티스, 통풍, 신경통, 고혈압, 동맥경화 등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편 추석부터 내년 3월까지는 복어(鰒魚, puffer fish, Globe fish)가 각광받는 계절이다. 복어가 살이 오르고 독성도 약해진다. 복어는 종류나 부위(난소와 간, 혈액에 맹독)별로 차이가 있으나 뇌를 공격하는 치명적인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40∼50명씩 중독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복어의 독(한 개체에 33명의 치사량)에 중독되면 운동신경과 지각신경에 영향을 미쳐 안면마비, 구토, 복통과 경우에 따라 전신마비로까지 이어진다. 복어요리기능사와 같이 특별 면허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복(ふぐ)요리는 일본이 발달되어 있으나 복(河豚)요리를 즐기는 것은 중국의 한족(漢族)이라고 하며 중국 북송(北宋)때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복어의 신비스런 맛은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라고 복어 회를 먹고 그 맛을 찬양했다고 한다. 복어의 독은 먹이와 체내에서 자체합성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 진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으나 양식하는 복어에는 독이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먹이 사슬에 의하여 축적된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복어는 간장 해독 작용이 있어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여 주당들이 즐겨먹고, 혈액순환, 근육경화방지, 단백질과 비타민B1, B2 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어 고혈압, 당뇨병, 신경통 등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혈액을 맑게 하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효능이 탁월하다. 복어는 5∼7월에 가장 독성이 맹독으로 청산가리 보다 7∼10배나 강하며 2.0mg 정도면 치사량이 되므로 복어 마니아들도 그 독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120도에서 1시간이상 가열하여도 독성이 없어지지 않으니 중화작용을 한다는 식초와 미나리를 꼭 넣어 요리하여야 할 이유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아직은 특정 암에 한정하긴 하나 ‘의료진단견’이 등장하여 인간보다 10만 배나 뛰어난 후각을 이용하여 암환자를 정확히 식별한다 하니, 복어조리사 기능이 필요 없이 일반 가정에서 복어 독을 식별해내는 견공(犬公)이 등장하여 복어요리를 마음껏 즐기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된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연구진은 복어독이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마약중독을 치료할 수 있으며 진통제로 개발할 수 있음을 임상실험을 통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땡삐나 복어의 독 모두 양날의 칼이나 이용하기에 따라 인류에게 커다란 공헌을 할 수 있다. 옛말에 이독공독(以毒攻毒 독약으로 독을 치료한다)이라고 했다. 즐겁고 풍요로운 중추절에 땡삐에 놀란 가슴을 진정하실 겸 복어요리를 즐겨보심이 어떠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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