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고, 활어를 장거리 운송할 때 메기를 넣으면 평상시보다 폐사율이 낮다.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른바 메기효과(catfish effect)라고 부르는 것으로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가 그의 저서나 강연에서 자신의 역사이론을 전달하기 위해 자주 인용하는 말이나 현대에서는 기업경영에도 자주 쓰이고 있다. 어느 날 잉어 한 마리가 사는 연못에 어디서 왔는지 메기 한 마리가 들어와 터주 대감인 잉어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잉어는 놀라 뭍으로 오르고 지느러미를 곧추세워 발로 삼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10리는 채 안되고 9리쯤 달렸을 때 기진맥진하여 쓰러졌고, 길 가던 농부가 이를 발견하고 주워다가 보신했다는 중국 한나라 때 이야기로 어주(쭈)구리(魚또는漁走九里 물고기가 9리를 달렸다)의 어원이 되었고, 널리 쓰이고 있어 오늘날의 메기효과를 당시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함축하고 있는 뜻은 능력이 모자라는 이가 과장하거나 능력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제3자가 쓰는 말인 것은 틀림없다.

1962년 제1차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이듬해인 1963년 일본 도네강(利根川)에 서식하던 초어(草魚)와 백련어(白鰱魚) 2만 마리를 일본 사이타마현 수산시험장에서 기증하여 국내로 반입하였다. 이 중 일부는 낙동강 및 남강에 방류하고 일부는 부산수산대학 양어장 및 청평수산시험장에 입식했다. 당시 경제사정이 어려워 양어사료를 공급할 수 없었던 때였고, 부족한 국민 어류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이 후 1967년 또 한 차례 초어 20만 마리를 양식용으로 대만에서 들여왔다. FAO수산고문으로 대만계 미국인인 링 박사(林紹文)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기후 조건이 알맞은 전남 장성군의 어느 양식장으로 입식되었다. 이 후 초어는 양식용과 낚시용으로 인기를 누렸고 당시 수산청에서도 많은 양의 치어를 생산하여 10여개의 댐과 저수지에 방류하였다. 그러나 1982년 수산청은 초어 방류를 중지하였다. 초어가 다른 물고기의 산란장인 수초를 모두 먹어치우기 때문에 생태계에 변화가 빚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초어 도입 후 20여년만의 일이다. 물속의 말풀이나 마름, 물수세미는 고사하고 장마철에 수몰된 잡초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생태교란 어류라 낙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초어, 백련어, 흑련어(黑鰱魚)와 청어(靑魚 민물)는 이른바 중국의 4대가어(四大家魚)로 중국같이 대륙의 장대한 강에서 이어지는 호수군을 서식지로 하는 곳에서는 풀이 풍부하여 생태계에 영향이 적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협소한 곳에서는 맞지 않는 품종이다. 2007년 강원도 DMZ내 강산저수지에서 토종 물고기들이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바가 있다. 전문가들의 조사결과 플랑크톤 생산지역과 광합성작용을 하는 수초를 초어가 전부 먹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지난 7월 6∼7일 강원도 횡성군 소재 마옥저수지의 물을 빼냈다. 이유인즉 6월말 한 낚시꾼이 저수지에서 ‘레드파쿠’를 보았다는 정보에 근거하여 투망과 낚시로 피라니아(파라냐) 3마리와 레드파쿠 1마리를 포획한 후 잔여 식인 물고기를 찾아내기 위한 조치였다. 금년은 농번기에 평균 강우량이 적어 농민들의 한숨이 긴대도 저수지물을 전부 말렸다. 결과는 더 이상의 식인 물고기는 없었다고 한다. 관상용으로 키우던 피라니아를 누군가가 무단으로 방류한 결과이다. 환경부는 뒤늦게 이들 종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기 위한 관상어 처리규정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자칭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피라니아는 아마존이 고향인 열대어이니 틸라피아와 같이 자연히 놔둬도 죽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수산과학원 당국의 공식 입장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초어 이외에도 낚시꾼들의 손맛과 소득증대에 좋다고 1970년대에 들여온 배스, 블루길과 황소개구리(1958, 1973년)때문에 토착종들은 ‘어주구리’도 못하고 하루하루 고달픈 생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전국의 댐이나 저수지물을 다 퍼낼 수는 없지 않은가. 갈택이어 명년무어(竭澤而漁 明年無魚 물을 다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이듬해에 물고기가 없다)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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