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먹는 대표음식이 삼계탕이다. 7월23일 중복(中伏)에 삼계탕 집에 가서보니 만원사례다. 받아 든 대기 번호표가 50번이다. 초복(初伏)에는 두 배 정도 장사진을 이루었다하니 과히 짐작이 간다. 전국에 삼계탕 집이 수천 개나 있을 터이니 당일 수난당한 닭을 생각하니 애처롭다. 한편 개장국 식당 풍경과 당일 수난을 당한 견공은 얼마나 될까. 여러해 전 삼천포에서 남해로 가는 카페리를 탔는데 마침 황구(黃狗)와 잡종 개를 잔뜩 실은 화물차 기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운전기사는 나보고 사철탕을 먹느냐고 묻기에 힘을 주어 ‘노’라고 대답하니 아주 잘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런데 옛 문헌을 찾다보니 우리 선조들의 복날 보양식 종류와 순위가 나온다. 일품요리는 민어탕(찜)이고, 이품요리는 도미탕(찜)이며, 삼품요리가 보신탕이라 되어 있고, 닭에다 수삼을 넣어 조리하는 삼계탕 얘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음식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나 보다. 조선시대 요리전서인 “시의전서”에 삼계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계백숙 이야기가 나온다. 당초에는 어린 닭을 고아서 이열치열 원리로 삼복더위를 이겨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에 인삼과 대추 마늘에 찹쌀까지 더하여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고, 최근에는 한약재와 해산물인 전복까지 넣으니 정확히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일품요리라는 민어탕집이 복날에 문전성시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6-8kg 크기 한 마리의 가격이 7-8십 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국민 물고기(民魚)라는 이름과는 달리 귀족 물고기가 되었다.

옛날 숙종임금은 송시열의 80세 생일에 민어 20마리를 보내어 생신을 축하했다고 한다. 지금은 민어 자원의 고갈로 어획량이 현저히 떨어졌고, 민어양식 기술은 초보 단계이기 때문이다. 민어는 산란기를 앞두고 7-8월에 그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지금은 민어를 잡기위하여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지만 옛날에는 속이 빈 통대나무를 바다 속에 집어넣고 귀를 대면 민어가 개구리나 두꺼비 울음과 비슷한 소래를 내므로 이곳에 그물을 던지면 틀림없이 민어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민어의 주산지는 목포 앞바다, 신안(임자도), 영광 부근으로 이곳에서 가장 많이 잡혔다. 민어는 조선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갔고 특히 영조임금이 제일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민어는 270여종의 민어과에 속하는 대표어종으로 조기, 부세, 수조기, 보구치 등에서 가장 큰 형님뻘이다. 민어의 몸값이 천 냥이면 그 중 민어의 부레 값이 구백 냥이란 말이 있다.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나 콘드로이틴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를 예방하여 장수시대의 꿈을 실현해주고 조직 세포에 탄력을 준다. 한방에서는 부레를 원료로 만드는 아교주(阿膠注)로 피로와 몸의 허약을 치료하였다고 한다. 민어는 옛날부터 우리민족이 좋아하는 물고기로 어업이 역사가 오래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중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 정약전의 “자산어보” 그리고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도 면어(鮸魚) 또는 민어(民魚)라는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흑산도) 및 황해 평안도에서도 고루 잡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자원이 오늘날과는 달리 광범위한 해역에 분포했다.

민어는 민어(鰵魚)나 면어(鮸魚)라고도 하여 일본이나 중국의 명칭과 대동소이 하다. 일본에서는 니베(にべ 鮸)라 호칭하고, 중국에서는 황고어(黃鯝魚)나 민어(民魚 minyu), 민(鰵 min)이라고 하였다. 민어의 새끼는 암치어(巖峙魚)라고 하고 방언으로 깜부기, 통치라고 한다. 1908년에 나온 “한국수산지” 제1집에 따르면 민어는 서남해에 많고 동해에서는 자원의 량이 점차 적어 강원, 함경도 연해에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어법은 안강망이나 일본조 등으로 어획하였다. 더불어 금강 강구(江口), 군산 근해도 어장성이 높았다고 어업의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민어의 부레는 교착력이 강하여 부레풀(阿膠 魚膠)이라 하여 아교는 전부 민어의 부레로 만들어졌고, 나전칠기 등 고급 장롱과 문갑, 합죽선의 부챗살과 갓대를 붙이는데 최고 이였으며, 일본에서는 민어 부레풀을 ‘니카와(膠)’라 불러 접촉제의 대명사가 되었고, 활 애호가 중에는 아직도 민어 부레풀이 사용된 활만을 고집하는 궁사가 있다고 한다. 민어의 어란은 진귀한 식품이고, 오늘날 민어굴비라 부르는 민어의 염건품은 재수용으로 쓰였다. 특히 음력 7월의 관월제(觀月祭)나 8월의 우란분(盂蘭盆 하안거의 끝 날인 7월 보름날에 행하는 불사)에는 조기와 함께 민어를 사용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민어는 비늘을 빼고는 전부 먹는다. 수컷이 암컷보다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고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다르다. 쓸개까지도 술로 빚고 껍질은 쫄깃쫄깃하여 회로 먹거나 무침으로 일품이다. 돌아오는 말복(8월12일)에는 가격이 조금 높다고 해도 일품 복(伏)달임 음식인 민어탕 한번 맛보면 삼복을 극복한 후회 없는 해로 기억 될 것이다. 황금당생동 진주당녹두(黃金當生銅 珍珠當綠豆 황금을 구리라 말하고 진주를 녹두라 한다). 물건을 볼 줄 모른다는 뜻이다. 삼복더위 극복에는 제철 힐링푸드인 민어탕이 으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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