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바위에 지천으로 분포하고 있는 조개무리가 있다. 삿갓조개로 그 동안 별로 이용가치가 없었다. 따개비와 바위 하나를 두고 영역싸움이나 하고, 바위에 붙어있는 미세조류를 먹고 살고 있으나 바위에 부착한 빨판의 힘이 너무 강하여 사람의 손으로는 떼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예리한 칼이나 도구를 사용해야만 채취할 수 있다. 특히 해안의 바위에 붙어 살다보니 삿갓조개는 시속 500km의 파도가 쳐도 떨어지지 않고 서식하는 초능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선박의 선저에도 따개비와 함께 달라붙어 철판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배의 속력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패류이다. 삿갓조개는 그 모양이 타원형의 삿갓처럼 생겨서 이름이 붙여졌고, 된장찌개나 일부 큰 것은 뜨거운 물에 삶은 후 초장에 찍어먹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삿갓조개의 육질에 포함되어 있는 타우린은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지혈증 예방에 좋고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정도이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삿갓조개 중 장수삿갓조개만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을 뿐 그 외에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적어 관심 밖의 종이었으나 최근에 뜨고 있다.

삿갓조개의 이빨은 생체물질 중에서 가장 튼튼한 핵이빨을 가지고 있어 바위에 붙어있는 조류를 갉아먹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연구진들은 1mm이하 크기의 삿갓조개의 이빨을 분석하고 미세구조를 응용하면 최첨단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한다. 최근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의 연구진들은 삿갓조개의 이빨(Limpet teeth)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재료물질로 밝혀졌다고 하며 이를 신소재로 개발하면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의 제조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르네상스 시대까지 다이아몬드는 그 어떤 불, 도구로도 깰 수 없었기 때문에 불멸의 상징으로 여겨져 현재까지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로 전해졌고, 더불어 거미 실크(spider silk)가 무게 대비 뛰어난 탄력성과 강도를 가지는 생물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어 방탄복이나 컴퓨터 장치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물체라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는 삿갓조개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자연은 뛰어난 기계적 특성을 지닌 구조물을 디자인하는데 가장 큰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어왔다. 삿갓조개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침철석(goethite)이라는 딱딱한 광물섬유가 이빨에 생겨난다고 하며, 이러한 강력한 치아는 바다 암석의 표면을 다듬고 생존하기 위해 조류를 먹기에 알맞게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침철석이라는 이 섬유는 가볍고 탄력 있는 복합재료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어 무한대의 속력을 내는 경주용 자동차나 대기 중 엄청난 마찰을 견디어 내는 항공기의 구조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삿갓조개 이빨의 구조는 그간 발견된 구조물의 단점을 모두 커버할 수 있어 그 이용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영국 웨일즈 옥스위치 해안에 외계생명체가 나타났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길이가 90cm인 삿갓조개 무리의 촉수가 뒤엉켜 외계인의 몰골을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 났으나 수 백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UFO가 침공한 것이라고 야단법석을 쳤다고 한다. 또 한 번 삿갓조개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삿갓조개는 식용이나 산업적으로 크게 개발되지 못했으나 연구 진행 속도에 따라 신소재로서 그 명성을 얻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미국의 연구진들은 대서양에 서식하는 삿갓조개의 특징인 푸른색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한 바 푸른 선과 빛의 비밀이 이중의 탄산칼슘구조가 푸른 선을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라서 이를 응용하면 별도의 조명이 없이도 밝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삿갓조개는 인류의 발전을 가져다 줄 유용한 자원인 셈으로 금후 자연산에만 의존한다면 머지않아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이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양식에 유용한 적지가 많다. 더욱이 굴이나 홍합 등 패류양식의 노하우는 선진국 중 선두이다. 그러나 삿갓조개의 특성으로 보아 동서남해 어디든지 양식이 가능할 것이다. 삿갓조개의 침철석이나 푸른빛은 의외의 동물에서 발견된 의외의 신소재라는 점에서 우리 인간이 유용한 물질로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면 인류가 작고 보잘 것 없던 삿갓조개에서 큰 교훈을 얻는 셈이 될 것이다. 여기에 시속 500km에 저항하며 살아가는 삿갓조개에게서 우리는 은근과 끈기도 배워야할 점이 아니겠는가. 不辨菽麥 白面書生(불변숙맥 백면서생, 콩과 보리를 구별 못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서생)이 되어서야 수산업 발전이나 어민들의 소득증대가 이루어지겠는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미개발 자원이 어디 삿갓조개 뿐이랴, 연구자들의 거시적인 분발이 촉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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