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6월 20일자 동아일보는 원산(元山) 근해 정어리 대회유(大回遊)라는 제하에 ‘정어리 어군이 이곳저곳 노라서(놀아서) 여도(麗島) 부근에는 동(同)어군이 일면(一面)으로 압기(押寄)하야 처소(淒騷)한 상태로서 잘못만하면 투하하였든 금을(網-그물)까지도 유실할 염려가 있다하며’...‘하로(루)밤 사이에 약삼천통(捅단위) 이상을 잡어서 한통에 일원이십삼전씩 한다는데 대개는 조선내각지방과 멀리는 안동현 봉천방면까지 보낸다 한다’라는 기사가 보이고, 약어풍획(鰯魚정어리의 일본식 표기豊獲), ‘칠천오백준(樽단위)이나 수양(水楊어획, 양육)한 바’ ‘건착망기선(巾着網機船기선건착망)’이라고 낯설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흥미롭다.

당시 성어기의 원산항을 표현하기를 원산부두는 ‘정어리 무덤’으로 촌보(寸步)를 옴(옮)길 수 없을 만큼 다량입항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1923년의 기사에는 함경북도 성진 연안에 정어리 떼가 몰려와서 성진시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해안에 나가 손으로 주워 들이는 형편으로 많이 잡혀 소금 값이 폭등하고, 대부분 정어리가 썩어버렸다고 하였다. 청어과에 속하는 정어리는 한국의 동해안과 남해안, 일본, 오호츠크해, 동중국해, 대만 등의 태평양 서부에 분포하며, 대서양이나 지중해에도 분포한다. 한국의 정어리 어업이 미증유의 대호황을 누린 시기는 일제 후반기인 1939년(120만톤)이었으나, 정어리 어업이 시작된 것은 그 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조선 말기 실학자들에 의하여 저술된 어보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우해이어보는 정어리를 증울(蒸鬱,매우 찌는 듯이 더워 답답한 두통)이라 하여 주산지 어민들은 정어리를 많이 먹으면 몸에 이롭지 못하다고 많이 먹지를 않고, 인근 지방의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제가 패망 직전인 1942년부터 정어리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여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수행에 큰 타격을 주었다 하여 일본을 망하게 한 물고기란 뜻의 ‘일망치’라고 어민들 사이에서 부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후 1980년 말부터 정어리 자원이 회복되고 있으나 어가가 낮고 대량 가공시설이 노후되어 전성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정어리 떼는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하여 거대한 덩어리와 수만 마리의 지느러미의 강렬한 진동음을 내면서 피시 볼(fish ball)형태로 내유하는데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이 현상을 ‘이기적인 무리의 기하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통 정어리 어획은 유자망이나 기선건착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당시 양망기가 없고 인력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든 시절에는 너무 많이 잡혀도 양망에 문제가 되었음으로 겨울철 주 어기에는 ‘도지기’ 또는 ‘동삼바리’라 하여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조업하였고 간혹 먼 곳에 그물을 쳐놓고 다음날 걷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우해이어보에 정어리의 맛은 비옷청어(飛衣鯖魚)와 유사하나 맛이 좋고 조금 맵다고 하였고, 자산어보에는 정어리가 19세기 초에 흑산도에 내유하였다고 하며, 그 이름을 대추(大鯫), 속명을 증얼어(曾孼魚)라고 하는데 멸치보다 먼저 회유해 왔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정어리는 눈치, 순봉이, 징어리(曾糵魚)등의 별칭이 있고, 식용이외에도 지방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공업용 유비(油肥)로 가공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도마도 즙을 넣어 만든 ‘토마도사딘’이라는 통조림은 당시 수출품으로 인기였다고 한다.

 

2014년 11월 초 일본 홋카이도 태평양 해안지역의 우라카와 항구에 100여 톤에 달하는 정어리 사체들이 밀려온 현상을 일본수산과학연구소는 홋카이도의 태평양 해안 지역에 불어온 폭풍으로 인한 저 수온으로 산소가 결핍되어 대량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곳 어부들은 홋카이도는 본래 태풍이 많은 지역이나 과거 이런 현상은 없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1923년 관동 대지진 시에 일본과 한국 연안에서 정어리가 대량 폐사한 것과 관련하여 대지진의 징후가 아닌지 우려를 표시한다고 한다. 정어리의 영어 표기로는 sardine(영국 pilchard)이라고 하는데, 이 어원은 지중해 서부에 위치한 섬(島)의 명칭으로 이탈리아어인 ‘사르데냐(Sardegna, 영어명은 사르디니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시칠리아 다음의 큰 섬으로 한 때 정어리 자원이 풍부했고, 지금은 참치와 바다가재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고 한다. 일본어는 いわし(鰯약, 鰮온), まいわし(眞鰯)라고 부르며 통조림 외에 초밥 재료나 정어리를 통째로 구워 김으로 싸서먹는 정어리김밥 등으로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중국어는 鰮魚(wenyu), 小丁魚(xiadingyu)라고 하고, 음역어(音譯語)로 橵眞魚(sadianyu), 沙丁魚라고 한다. 정어리는 다획성 어종으로 그 진가가 과소평가되고 있으나 타종에 비해 대량 함유된 ‘펩타이드’ 성분은 뇌혈관 질환과 고혈압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하니, 고령화 시대에 惜脂失掌(손가락을 아끼려다가 손바닥을 잃는다)의 우를 범해서야..어식백세(魚食百歲)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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