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방어는 가을철이 최고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하늬바람(寒意,북풍)이 부는 겨울철 방어가 그 맛이 최고라고 하며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방어는 살이 푸석 푸석하여 거의 소비되지 않는다. 방어(魴魚, 方魚)는 농어목 전갱잇과에 속하는 어류로 동해안과 남해안의 제주도 인근수역에서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많이 잡힌다. 특히 제주도의 모슬포에서는 ‘최남단방어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방어 새끼(마래미)는 보통 횟감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국이나 찌개거리로 이용하고 5-7년 쯤 자란 길이 70-90cm의 큰 것으로 지방질이 많은 것을 겨울철 최고의 횟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실학자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천주교를 믿어 1801년(순조11년)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유배된 동안 섬 소년 정창대를 조수로 삼아 기록한 해양생물 관찰기인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흑산도의 어느 집 벽지로 뜯겨 발려진 것을 정약용의 제자인 이청도가 필사하여 세상에 빛을 보았다. 여기에 방어를 해벽어(海壁魚)라고 표시하고 있는데 모양은 고등어와 유사하고 색깔 또한 푸르지만 무늬가 없으며 몸이 통통하고 고깃살은 무르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어권에서는 몸 색깔은 등 쪽이 청록색이고 배는 은색이며 몸통에는 노란색의 띠가 눈앞에서 꼬리까지 뻗어 있다고 하여 yellow tail이라고 부른다.

흑산도는 우리 수산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섬이다.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검푸르게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흑산도는 한반도와 중국의 절강(浙江)지역을 잇는 해로의 기착지점으로 중국 문물의 입수가 용이하여 자산어보 탄생에 촉매제가 되었다고 한다. 송사(宋史)에는 명주(明州) 정해현(定海縣)에서 순풍을 만나면 3일째에 대양에 들어서고, 다시 5일째에 흑산도에 이른다고 하여 망망대해에 떠있는 유배지로서 최적지였다. 조선말기의 유학자 최익현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여 그 유적지가 남아있다. 조선 숙종 때는 흑산진이 설치되는 등 서남해안의 국방기지였으며 해상왕 장보고가 쌓았다는 상라산성은 전라남도 지정문화재이기도 하다. 또한 홍어가 유명하며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방어는 지역마다 여러 가지 방언으로 불리고 있다. 무태방어(無泰魴魚), 마래미(함남), 마르미, 떡마르미, 방치마(바)르미(강원), 사배기(경북), 배기(제주도), 납작방어(포항), 부수리(전북) 등 방어와 유사한 잿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지 않고 부르고 있다. 이외에도 방어에 대한 기록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남환박물(南宦博物), 전어지(佃漁志), 시경(詩經) 등에 방어의 크기와 모양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세종 때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에는 방어가 동평현(東平縣)의 토산 곡물조에 실려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동래현의 토공조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세종실록에 의하면 1437년(세종19년)의 호조의 보고 가운데 각도의 주산어류를 열거한 것이 있는데 방어는 대구 및 연어와 함께 함경도 강원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물고기로 되어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방어의 큰 것은 6.7자에 달한다는 기록도 보인다. 한편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 의하면 동해안에 가을에 멸치 떼를 좇아 해안에 접근하는 방어 떼는 너무 커서 멸치를 잡으려다 방어 떼의 방해를 받기도 하였으며,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에는 지인망으로 방어를 잡는데 1회 사용에 3천-4천 마리를 잡는 일이 흔하다고 하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방어를 사(buri,鰤)라고 하고 약 40cm의 새끼 방어는 간사이(關西)지방에서는 hamachi(はまち) 또는 inada(いなだ)라고 별칭으로 부르고, 중국에서는 방어(fangyu, 魴魚)또는 방비(魴鯡)라고도 표기하고 있다. 방어는 그 맛에 있어서 풍부한 식감으로 생선의 왕으로 불리는 참치 뱃살(とろ)에 필적할 정도이고 등 푸른 생선을 특히 선호하는 일본에서는 항상 소비 순위가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방어회를 맛있게 먹기 위하여 활 방어를 ikesime(活けしめ)즉 뇌에 일격을 가하여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피가 살에 베이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으로 이 또한 참치 독항선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같다.

방어는 성분상으로도 EPA. DHA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불포화지방이 많아 윤기가 흐른다. 지방질 함유량은 16.1%로 소 돼지나 또는 전어 넙치 등 다른 생선에 비하여도 훨씬 높다. 이렇게 바다는 우리에게 풍부한 영양과 맛있는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 고마움을 망각한 채 온갖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바다로 쓸어 넣고 있다. 장차 중금속으로 오염된 해산물을 우리는 다시 먹게 될 것이다. 鮮的不吃 吃醃的(신선한 것을 안 먹고 절인 것을 먹다)즉 좋고 나쁜 것을 구분 못한다고 한 옛 성현의 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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