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대세이고 큰 흐름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교역량을 증대시켜 소득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수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1차 산업인 농업이나 수산업의 기초 체력이 약하여 항시 농업인이나 수산인이 곤경에 처하기 일쑤이다. 반면 제조업 분야에서 큰 이익을 창출하니 국가는 큰 그림에서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수출 시장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항시 서두르고 있다. 칠레를 필두로 미국과 EU, 최근에는 베트남과 호주 등으로 확대되더니 최대 관심국인 중국과도 낮은 수준의 FTA라는 말로 수산물 시장이 개방되어 전 세계 52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우리 수산업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쓰나미가 몰려오리라고 우려하고 있고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러시아의 원제로 ‘쁘리즈나니예(Priznaniye 고백)’ 또는 ‘마법에 걸린 듯 사랑스런 나의 여인이여’라는 가요를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의 최성수가 번안하여 부른 ‘동행’이란 노래는 1980년대 후반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아직도 내게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 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날은 어디로 가야만 하나/.../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로 불리는 이 원곡의 노랫말은, 눈물과 시로 애틋한 그대를 불타오르게 할 것이네/ 사랑스런 여인이여/.../지나간 슬픔을 생각하며 애태우지 마오.. 라고 동행과는 내용이 다소 다르나 여기에 FTA라는 말을 대입시켜 생각하면 너무나 그 뜻이 절절하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 지는 겨울에는 누군가와 동행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2007년부터 방영하여 2013년까지 259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100% 리얼리티 형식의 휴먼 다큐멘터리 동행(fellow traveller)은 현장 르포로 여러 분야에서 진한 감동을 준 한편의 대서사시로 불우한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근래 호주 연안에서 종류를 특정하지 않고, 고래 무리가 원인 모르게 집단적으로 좌초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되고 있으나 해양생물학자들도 확실한 사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전자파나 지구의 자기장 교란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범고래나 상어 또는 청새치의 공격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고래류와 같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포유류에서는 한 마리가 아프면 그를 떠나지 않고 죽음에도 동행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FTA와 관련한 박대통령의 어록에 ‘코이(Koi)’라는 잉어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는 5~8cm의 피라미로 자라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 놓아주면 15~25cm의 중형어로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대형어로 크는 물고기로, 사람도 어떤 크기의 꿈을 꾸고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코이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말로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도 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 대어(大魚)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생태계에는 먹이사슬(food chain)이 존재하여, 약한 고기, 작은 고기는 크고, 힘센 고기의 먹이가 된다. 그러나 자위 수단을 발휘하는 작은 물고기도 많다는 사실이다. 남해안의 중조대(中潮帶)에 서식하는 말미잘은 작은 돌 사이 벌 밭에 뿌리를 내리고 무수한 아름다운 촉수를 바깥으로 내놓고 꽃잎같이 너풀너풀 춤을 추고 있다가 작은 물고기가 접근해 오면 촉수 끝에 있는 독침으로 공격하여 잡아먹는다. 그러나 15cm 크기의 작은 ‘흰동가리돔’은 말미잘의 부근에서 놀다가 큰 고기가 습격해 오면 말미잘의 독침 사이로 피신하는 자위 수단의 귀재이다. 이 돔은 말미잘의 독에 내성이 있어 독침 사이를 자유로이 돌아다녀도 아무 탈이 없다. 반면 자신의 아름다운 체색으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하여 말미잘의 먹이가 되게 하는 공존공영의 공생 관계에 있다. 특히 야간에는 말미잘의 촉수 깊숙이 들어와 수면을 즐기고, 잡은 먹이를 말미잘의 촉수가운데로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네모네 피시(Anemone fish)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해파리와 꽃잎고기, 해삼과 숨을치, 집계와 말미잘, 및 대합조개와 게 등은 잘 알려진 공생관계에 있는 것들이다.

우리 수산업도 FTA와 공생 번영할 수 없을까. 아니다, 분명 답이 있다. 코이 물고기와 공존 공영하는 수산 동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큰 시장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는 곧 기회인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자금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단견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지난 수 십 년 농업이나 수산업에 엄청난 자금 지원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농촌이, 어촌이 살아나고 소득이 올라갔는가. 아니라면 자력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제 FTA는 떼놓을 수 없는 동행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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