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무명 노숙인의 기도가 눈에 밟힌다. 기도라기보다는 절규이다. 무료급식소 대열에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걸어가야지..걸어가야지..

어느 일간지의 칼럼을 보니 지난해는 ‘분노(憤怒)의 해’였다고 정의했다. 세월호 참사는 처음 출동한 헬기에서 줄만 내렸어도 귀한 생명 몇 명은 구조했을 것이고, 처음 현장 도착한 해경정은 물에 떠있는 사람에게는 구명정만 던져주고 줄사다리를 들고 배위에 올라갔다면 수많은 젊음을 살리지 않았겠는가.

유병언 일가 사건을 필두로 ‘60년대 군대에게서나 있을 법한 폭행 치사사건과 가혹행위, 고위공직자들의 성추문 릴레이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의 연속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전 국민이 분노했다. 그래도 한 가지 위로는 법과 안보의 울타리가 복에 겨운지 뛰쳐나와 핵을 자랑하며 북을 맹종하던 종북 숙주 정당의 해산이다.

이 세상 씨앗 중에서 제일 작다고 알려진 겨자씨는 싹이 트고 자라면 세상에서 제일 큰 거목이 된다. 세월호 인명 구조 관계자들 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겨자씨 크기의 구조에 대한 열망만 있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LPGA에서 땅콩별명을 가진 김미현 선수는 체격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금자탑을 쌓아 국위를 선양한 반면, 땅콩리턴의 주인공인 재벌3세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

미국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라스트 캐슬’이라는 영화에서 군인교도소에 수감된 3성장군인 어윈은 교도소장의 학정에 대항하기 위하여 성조기를 거꾸로 게양하다가 실탄을 맞고 쓰러지면서도 사력을 다해 국기를 게양한다. 그러나 게양대의 국기는 올바르게 펄럭이고 있었다.

미국의 성조기는 1776년 독립선언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냈으나 현재의 모습은 1960년 하와이가 50번째 주로 탄생되면서 완성되었다. 미국은 영국, 불란서, 스페인과의 전쟁은 물론 제1.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수많은 미국인들은 국기 앞에 단결했고, 생명을 기꺼이 희생했다. 1944년 태평양 전쟁 중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약2만8천명)를 기록한 마리아나 제도의 작은 섬 유황도(이오지마)를 탈환하여 스바라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세우는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전사자들의 관이 성조기로 감싸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고 그 성조기를 가보로 삼는 나라가 미국이다.

지난해 말 관객동원 500만 명을 돌파한, 흥남 철수를 그린 ‘국제시장’이란 영화에서는 부부싸움 중에도 국기에 대한 맹세와 함께 국기가 게양되자 배례하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근래에는 고위직, 고학력자에게서 국기와 애국가 무시풍조가 만연하다니 결승점이 벼랑인줄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1936년 일제 강점기에 열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우승하자 모든 국민이 울분을 토했고, 당시 동아일보는 일장기를 말소한 사진을 실었다.

이집트나 중동지방에 서식하는 수종(樹種)으로 에셀나무라는 상록수가 있다. 이 나무의 특징은 잎 속에 있는 특수한 선에서 염분을 분비하여 그 잎을 씹으면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많은 양의 소금기를 포함하고 있고, 소금기가 포함된 이슬은 증발열 때문에 한 낮이라도 주변보다 온도가 10도 정도 내려가 이글거리는 태양열 아래 광야에서 길을 걸어가야 하는 나그네에게 에셀나무의 그늘은 안식처가 된다고 하며, 기독교에서는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이 처음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새해에는 노숙자의 기도가 이루어지고, 더불어 수산업계도 EU로부터 촉발된 IUU문제로 생산이나 수출에 큰 타격이 없도록 잘 마무리 되고, 선령 노후화로 인한 사고 다발의 불명예를 씻기를 기원한다. 과연 정부는 수산업을 미래의 식량산업으로 확신하고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난 정부 하에서 자원 확보라는 미명 아래 수 십 조 원의 국민 세금이 남용되었다고 국정조사까지 합의한 상태이다. 이 돈의 몇 십분의 일만 수산업에 할애해 주면 수산업 전체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 전 세계 거친 바다에서 외화를 쓸어담던 원양대국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굉음을 정부만 듣지 못하는 것인가.

새해 정부의 혁명적 발상을 촉구하며, 우리를 분노케 했든 모든 일들을 팽목항의 맹골수도에 묻고, 마음속에 에셀나무를 심으며, 국운과 수산업이 함께 융성하도록 힘을 합치는 을미년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捨不得釣餌 釣不到大魚(낚시밥을 아까워해서는 대어를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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