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KBS는 6부작으로 차마고도(茶馬古道 Ancient Tea Route)란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일본의 NHK나 중국의 CCTV도 같은 내용을 제작해 방영하였으나 KBS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KBS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작품을 제작한 것은 제작진이 고증을 철저히 한 노력의 결과이나 작품을 구수하게 설명한 최불암씨의 공이 크다고 하겠다.

차마고도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길(Silk Road)보다 앞선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무역로이다. 차마고도는 크게 8개 노선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대표적으로 중국 윈난성(云南省)과 쓰촨성(四川省)에서 출발하는 2개의 차마고도가 티베트, 인도, 파키스탄 등지를 거쳐 비단길로 이어지는 대표적 고도이다.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상인들과 야크를 이용해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을 서로 사고 팔기 위하여 지나다녔고, 전성기에는 이곳을 통해서 유럽까지 문화의 교류도 활발하였다고 한다.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험준하고 가파른 길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길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윈난성에는 중국 전체의 소수민족 절반에 해당하는 25개의 소수민족(彝族, 白族, 太族, 合泥族 등)이 살고 있으며 윈난성 인구의 3분의 1을 구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데로 이곳이 차마고도의 출발지가 된 것은 중국 최대의 차 생산지이고 윈난성의 푸얼차(普耳茶)와 산다오차(三道茶)는 중국최고의 품질이라고 이곳 사람들의 차 사랑과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시송반나(西雙版納), 쓰마오(思茅), 다이리(大理), 상그릴라, 더친(德欽), 티베트, 네팔, 인도로 이어지는 차 교역로는 일찍이 개척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건축물에 쓰는 대리석(大理石)의 어원은 이곳 다이리에서 생산되는 돌에서 기원하였다고 한다. 윈남성은 중국 서남쪽 변방에 위치하며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삼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서북쪽은 기세가 험준한 협곡이 펼쳐져 있어 모험을 즐기는 세계인들의 모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뚝 솟은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 옥룡설산, 협파설산과 매리설산 등은 그 기묘하면서 험준한 봉우리로 빙산 등반가들에게 매력이 있는 코스라고 한다.

쿤밍은 윈난성의 성도로 해발 1900미터의 운귀고원(雲貴高原)에 위치해 있고 사계절 꽃이 끊이지 않고 피어 춘성(春城)이라고도 불린다. 쿤밍이라는 이름은 고대 이 지방에 생활하고 있던 민족의 명칭으로 이족(彝族)의 고대 언어의 음역으로 추정되며, 사마천의 ‘사기(史記)’ 서남이전에 나온다. 쿤밍은 24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기원전 279년 초(楚)나라의 한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와서 지배한 뒤 한나라를 거쳐 원(元)대인 1274년에  쿤밍현이 설치되었고, 1922년 정식으로 쿤밍시라 칭해졌다. 특히 쿤밍 인근에는 유서 깊은 사원과 호수 등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석림(石林), 토림(土林)과 주샹동굴(九鄕洞窟)은 손꼽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쿤밍은 한때 프랑스의 조차지로서 프랑스인에 의해 건설(1895-1904년)되어 하노이에서 시작되는 협궤 열차는 지금도 운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지방의 주석, 텅스텐, 아편 등을 가져갔고, 태평양 전쟁 시에는 일본의 동남아 침략의 교두보로 이용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명승지인 석림(石林)은 2억5천 만 년 전 바다 속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만들어진 바위들이 100만 년 전 해수면에서 돌기둥이 나무줄기 모양으로 웅장하게 지상으로 치솟아 올라 현재 해발 2000미터 위치에 12평방키로 미터의 면적에 형성되었다.

한편 쿤밍에서 약 90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주샹동굴은 석회암 동굴지대에 있는 종유동굴로 국가지정 풍경명승지로 지정되었으며, 약 10년 전에 처음으로 개발되어 자연 그대로의 동굴 형태를 보존하고 있으며, 200평방킬로미터에 총66개의 동굴 중 일부만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동굴 투어에 앞서 자웅폭포가 물줄기를 품어내는 상류로 약 15분 동안 짧은 보트 놀이를 할 수 있는데 우리 일행 중 누가 선창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리랑이 흘러나와 합창을 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을뿐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의 뱃놀이가 되었다. 동굴은 길이가 3000미터가 넘고 옥주동, 백옥동, 등 크고 작은 방이 1000개 이상 있으며, 높이 53미터의 협곡관광삭도를 타고 내려가 동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동굴은 30미터 높이의 자웅폭포(雌雄瀑布), 계단식 논처럼 생긴 연못 신전(神田), 혼협(魂峽), 웅사대청(雄獅大廳), 신녀궁(神女宮), 이가채(彝家寨) 등 9개 지역으로 나뉜다. 동굴안에는 그림벽화나 사냥을 하고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고, 선사시대의 유인원의 화석과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웅사대청은 거대한 소용돌이형 지형으로 기둥이 없는데 1999년 세계최초로 동굴 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큰 공간이다. 흡사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 만년에 거주한 바 있는 지중해 마요르카섬의 동굴같이 대규모 관중석 앞을 곤돌라를 타고 선남선녀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광경이 오버 랩되는 곳이기도 했다. 주샹동굴안은 엄청난 양의 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에 눈이 퇴화하여 눈의 형체도 없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약 15센티 크기의 주샹맹어(九鄕盲魚)로 빛이 없는 캄캄한 곳에 서식하다보니 눈은 보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답답할까.. 중국 속담에 사람은 ‘눈이 비뚤어지면 마음도 바르지 않다(眼斜心不正)’고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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