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인가보다. 20세기 초반의 영문학과 지성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며, 비평가이며, 극작가이던 T.S 엘리엇은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잔인(殘忍)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노래했다. ‘4월은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로 시작되는 그의 시는 한국의 정치 근대사에서 4월에 혁명을 포함해서 유독 큰 사건들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 시를 자주 인용해왔다. 반면 1888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를 졸업한 후 1927년 영국으로 귀화한 엘리엇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주검으로 대지를 뒤덮고, 혹독한 추위로 황무지가 꽁꽁 얼어붙었음에도 4월이 되니 라일락을 위시한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역설적으로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고도 한다.

1912년 4월 14일 북서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하여 1517명이 사망한 ‘타이타닉(Titanic)’호 사건과 1865년 4월 27일 미시시피강에서 보일러 폭발로 1547명이 숨진 ‘술타나(Sultana)’호 사건도 4월에 일어났고, 세계 선박 조난사 중에 다섯 손가락에 드는 대형 해난사고였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 맹골 수도에서 발생한 속칭 로로(Ro-Ro, roll-on/roll-off) 여객선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인재로 300명이 넘는 젊은 학생들이 피지도 못하고 부모 곁을 떠나간 어이없는 대사건이었으며, 한평생 우리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생채기를 남겼다.

로로선은 1833년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기차를 통째로 배에 실었고, 1,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장갑차 트럭 대포 등을 운반했으며 1960년대부터 자동차를 운반할 수 있는 로로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초기부터 화물 적재가 복원력에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었고, 1994년 9월 24일 핀란드의 발트해에서 발생하여 852명이 사망한 대형 훼리 ‘에스타니아(Estania)’호 사건과 2006년 2월 3일 홍해에서 기관실 화재로 1018명이 사망한 ‘알 살람 보카치오(Al-salam Boccaio 98)’호 모두 로로 여객선이었다고 한다.

하늘을 주름잡는 솔개는 그 수명이 80년으로 조류(鳥類)중에서는 그 수명이 제일 길다고 한다. 그러나 공중의 왕인 솔개도 약 40여년이 지나면 날카로운 부리는 그 수명을 다하여 무디어지고, 예리한 발톱도 그 기능을 못하고, 공중에서 마하 속도로 하강할 때 사용하는 날개도 깃털이 쓸모없이 헤어져 사냥할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솔개는 무디어진 부리가 다 닳아 없어질 때 까지 아픔을 참고 바위를 수 천 번 쫀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야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고 하며, 그 부리로 기능을 다한 발톱을 수 백 번 물어뜯어 뽑아내고 헤어진 깃털도 솎아내어 발톱과 깃털도 새롭게 한 후 다른 40년을 하늘을 제패하는 제왕이 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 중 값비싼 것으로 랍스터(닭새우)가 있다. 이런 랍스터는 처음 5년간 탈피를 20번 이상하여 완전한 성체가 된다고 한다. 처음 탈피한 랍스터는 너무나 연약한 피식자(被食者)로 포식자(捕食者)로 부터의 공격에 대비할 능력이 전무할뿐더러 노출된 연약한 피부는 주위의 환경에도 적응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20여회에 걸친 껍질을 벗고 아픔을 참고 살아남는 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랍스터는 튼튼한 철갑을 입은 무사가 되어 어느 포식자가 넘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솔개와 랍스터는 저미는 아픔을 견디어 참고 다시 태어남 즉 본 어게인(born again)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데 대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 대하여 사과하고, 안전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가개조에 착수하겠다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이다. 국민은 물론 정치권 노동계 좌파 그리고 정부의 모든 부처는 자숙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해야 할 줄 안다.

돌아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할 어느 후보자의 아들이 ‘미개한 국민... 미개한 국가...’라고 하여 그의 부친이 사과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러나 요즘 시중에는 그 젊은이가 말을 순화시키지도, 빙빙 에둘러 말하지도 않고 돌직구를 던졌으나 너무나 똑똑한 청년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의 어른들은 이 젊은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 먼저 국민들의 의식개혁 없이 국가개조가 되겠는가.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수도 없는 법률이 만들어질 기세이고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을 지켜야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이고 우리 모두이다.

요사이 회자(膾炙)되고 있는 ‘관피아’의 원조는 일본이고 역사도 깊다. 그리고 일본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일본이 관피아 때문에 안전이 위협을 받고 질서가 무너졌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선후배간의 의식의 문제이고 상호 절제의 문제이다.

필자는 최근 팽목항 현장과 종편에 출연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보고 놀랐다. 검증되거나 여과되지 않은 말로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심지어 작가들도 전문가로 나와 일갈하는데 소설의 재료를 얻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모르겠다. 다이빙 벨로 대표되는 이들 중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과연 몇이나 될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제는 저미는 슬픔과 분노를 생산적 에너지로 바꿀 차례이다. 특히 사회지도층 그리고 너도 나도 ‘본 어게인’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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