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어 노벨상 수상순위가 영순위라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30대의 나이에 일본 과학계의 총아(寵兒)로 불렸던 이화학연구소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박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권두논문으로까지 채택된 ‘STAP세포’(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cells)에 관한 논문이 조작되었다고 한다.

이 논문은 종전의 만능세포인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을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지적된 터여서, 금번의 STAP세포는 유전자 조작 없이 외부자극만으로 줄기세포로 유도된다는 점에서 생물학 상식을 뒤집은 대발견이며 의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는 일본의 세포생물학자로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세포 리프로 그래밍 연구그룹의 주임으로 와세다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뿐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학에도 2년간 유학한 영재였다. 그의 와세다대학에서의 학위 논문은 ‘삼배엽유래 조직에 공통된 만능성 성체 줄기세포의 탐색’이었다. 특히 STAP세포는 다능성을 지닌 자극 야기성 다기능성 획득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14일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기자회견에서 오보카타의 STAP세포 논문이 3년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같은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영국 네이처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사죄했다. 더구나 하버드 유학시절 그녀의 스승인 버캔디 교수도 논문 공동 발표자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아 논문의 신뢰성을 입증하려는 철저함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신뢰성과 정직함을 모토로 삼아온 일본 과학계의 씻지 못할 굴욕이 되고 말았다. 혹자는 이번 논문조작 사건을 한국판 황우석 사건이라고 비견하고 있다. 2011년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교수가 ‘유도만능줄기(iPS)세포로 노벨상을 받고 일본정부가 ‘생명과학을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면서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자 무리한 연구결과가 나타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여의도에서 열린 학술토론회에 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한 일이 있다. 당시 중부권의 모 대학교수는 미꾸라지의 유전육종(breeding)에 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유전자조작으로 20cm전후의 미꾸라지를 메기같이 크게 품종 개량하여 생산할 날이 곧 온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필자는 토론에서 유전육종을 할 종류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미꾸라지는 미꾸라지다워야지 메기 크기의 미꾸라지가 탄생되어 소고기나 상어 또는 참치같이 ‘미꾸라지 뱃살(とろ)로 한 근’ 달라고 한다면 여름 보양식으로 으뜸인 추어탕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 수요자들의 반응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아 지금 쯤은 유전육종 기술로 태어난 메기형 미꾸라지 전용 판매장이 수도 없이 있어야 할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산 미꾸라지 수입량이 엄청난데도 우리는 아직 진해내수면연구소 등 몇몇 국·도립 연구소에서 종묘 양산단계의 초입에 머무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미신의 산물인 ‘좀비(Zombie 살아있는 시체)’ 연구 열풍이 일고 있고, 영화 제작은 물론 관련학술서와 논문 수도 급증한다고 한다.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유타대 카일 비숍 서던 교수의 논문 발표로 그는 각지로부터 연구 지원비가 답지하고 세계 곳곳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고 있다 하니 놀랍기만 하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나 기업 또는 학술재단 으로 부터의 연구비 지원은 매력이 아닐 수 없으며 선망의 대상으로 연구자들은 인류에 공헌한다는 기치 아래 새로운 첨단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있고 그동안 획기적인 결과물도 얻었다. 그러나 성과 도출의 조급함 때문에 그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연구 결과를 조작하여 유수의 학술지에 실린 논문조차도 상당 수 철회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수없는 실패의 반복 속에서 교훈을 얻어가면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이루어 낸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신화에 발명왕 다이달로스를 아버지로 둔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미노스 왕의 뜻을 거역한 죄로 부자가 함께 미로에 갇히게 되었는데 아버지 디아달로스가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함께 날아올라 미로를 탈출하게 된다. 그런데 날아오르기 전 아버지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된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까맣게 잊고 점점 높이 날다가 태양열에 날개가 녹아 추락하였다는 이야기로 자만한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금번 연구 논문 조작은 그 진실이 밝혀지는데 4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카루스의 밀랍 날개로 수직 상승하여 태양 가까이 돌진한 도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황된 결과다. 이 이야기를 일본의 젊은 여 과학자의 한 사람의 허황된 꿈이 만들어 낸 먼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아니 분야를 좁혀서 수산업 분야에는 단연코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좁은 우리 안에서 자신만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바벨탑을 쌓지는 않았을까. 그간 연구를 위한 연구는 하지 않았고,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연구비에 부응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자부할까. ‘이카루스의 날개와 미꾸라지 뱃살 한 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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