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 대통령의 규제 혁파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신문지상에서 요란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창의적 도전과 지원이 필요한데 시대에 맞지 않는 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에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이로 인해 고용이 늘지 않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심지어 ‘규제는 암 덩어리로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까지 지적하고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론’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국민들 눈에 보이는 규제개혁 성과를 내놓지 못한 대통령의 초조감도 있겠으나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적 도전과 지원이 절실한데 규제혁파 없이는 현재의 상태로는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베여있다.

DJ정부시절인 1996년 1년간 피교육생으로 ‘고위정책 관리자반’에 입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규제완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있었다. 국무총리실에 특별 점검부서를 두고 각 부처별 규제개혁 상황을 백분율(%)로 점검해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정부 37개 부처에서 정무직을 제외한 국장급 실무책임자 50명이 피(被)교육생신분으로 특별 강사 초빙 위주의 교육 중에, 송자 연세대 총장과의 토론에서 규제개혁이 도마에 올랐으며, 규제개혁방안에 대한 송 총장의 의견을 물었다. 송 총장의 의견은 가히 ‘천재지변급’이었다. 규제내용이 들어있는 모든 법령과 소위 공직자들의 ‘밥 그릇’으로 인식되고 있는 행정지침을 전면 폐기하고 ‘규제 제로’ 상태를 만든 다음 필요 시 새로이 법을 만들기 전에는 규제개혁이니 완화는 행정용어로 공직자들의 말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당시 피교육생들은 이 지적에 반신반의하여 그 방법론으로 패널토의도 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었다. 국제적으로 설정된 규범이나 기준을 우선 법제화하고, 환경이나 자원보호강화는 강조할수록 부족함이 없다는 식의 과잉규제, 한정된 자원의 적정배분과 시장실패 방지라는 명분으로 진입장벽을 두는 독점적 규제라는 경제적 논리 차용과 함께 실무자 본인은 규제라는 의식도 없고, 규제가 몇 건인지도 모르는데 규제가 혁파가 가능할까.

건전성 규제(prudential regulation)로 우리만 가지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자랑하는 ‘그린벨트’라는 환경규제가 있다. 공익에 우선한다고 하여 사유지까지 규제하는 정책이다. 하긴 자랑할 것도 없다. 지난 정부까지 그린벨트 완화는 완료하였다면서 더 이상 할 곳도 내용도 없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에서 또 완화 방안이 나오니 규제 완화는 무한대인가 보다. 그동안 예외 조항을 두어 부분적으로 푸니 수십까지 완화로 보이나 사실 한 가지 규제를 세분화한 것뿐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각 부처는 규제완화를 독촉 받다보니 한 가지 규제를 대 여섯 개로 세분하여 규제비율을 높였다고 한다. 한번 만들어진 정부규제는 완화되지 않고 계속 강화되는 현상 즉 규제체계의 효율화라는 명분하에 규제정책이 관성적으로 지속되고, 여기에 자율규제라는 친환경제도, 자율협약이라는 책임성 확보, 집행감시 곤란과 기득권자의 이익 대변 가능성이 높은 어정쩡한 방법도 남발되고 있다. 규제정책론에서의 결론은 규제 완화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대안은 없고, 규제수단의 융통성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지시, 명령방식 또는 시장 유인적 방식과 연계하여 보완적으로 사용함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서의 송 총장의 고민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어느 골목길 전봇대 하나를 뽑았다고 언론과 국민들이 열광하는 코미디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날이 갈수록 더욱 구체적이고 방법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생결단 정신으로 규제를 혁파하되 ‘잘 안 되고 있는 것을 나에게 갖고 오라’. 현장에선 투자가 규제에 막히는 상황이 여전한데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보고는 그런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각 부처가 올렸던 ‘해당분야 규제의 몇 %를 없앴다’는 식의 성과 보고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한 것이다. 현재 업무의 80%가 규제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20%만이 진흥업무인 현실의 벽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 혁파를 ‘대한민국 생사’의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규제 개혁의 바람이 관료사회에 태풍으로 변하여 곧 닥칠 것이니, 과거의 방식은 빨리 잊을수록 좋다.

수산분야는 타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업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국, 일본과 바다를 공유하기 때문에 자원에 관한 규제와 아울러 환경에 관한 규제 역시 혼재되어 있다. 수산업법에 우리의 현실만을 담아 전면 개정이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에 동서남해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60만 명 이상의 어업인들이 있다. 또한 어업인들의 소득 수준이 농업인이나 도시 근로자에 비하여도 왜 낮은가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업인들에게 배타적 기득권을 인정한 현재의 수산업법으로는 기업의 수산자원과 양식 개발 투자가 원천적으로 어려워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환경오염은 심각해지고 어촌사회는 급속한 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소득을 높일 방법이 없질 않은가. 128도 규제하나 생산적으로 해결 못하는 현실도 안타까울 뿐 더러, 다른 문제이긴 하나 갯벌을 보호한다고 조력발전소 건설까지도 막아야 할까. 각 부처의 전체 ‘규제(規制)를 규제’하는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어 규제혁파로 수반되는 혼란을 막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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