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개봉되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겼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물고기인 ‘니모’가 사납고 험상궂은 물고기에 납치되자 아빠 물고기인 ‘말론’이 아들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을 그린 만화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 지구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중생태계는 너무나도 다양하여 니모처럼 아름다운 물고기가 있는가하면 아귀(餓鬼 blackmouth angler)같이 못생긴 물고기도 허다하다. 아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에서 나온 말이며, 살아서 탐욕이 많은 자가 사후에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서 되는 귀신을 뜻한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조사어(釣絲魚) 또는 아구어(餓口魚)라고 실려 있다. 몸 전체의 2/3가 머리인 아귀의 뱃속에는 통째로 삼킨 고급어 즉, 조기, 병어, 도미, 새우 등이 있는 수가 있다. 따라서 속담에 ‘아꾸(방언)먹고 가자미 먹고’라고 하여 일거양득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아귀는 생김새와는 달리 맛이 있으며 아귀찜은 별미다.

아귀와 더불어 개복치(head fish/ocean sunfish) 또한 못난이다. 온대성 어류로 하늘이 맑고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에는 외양의 수면위에 등지느러미를 보이면서 천천히 헤엄치거나 옆으로 누워 뜨기도 한다. 개복치는 부산지방에서는 안진복, 영덕지방에서는 골복짱이라는 방언으로 불리나 그 맛이 특별나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물고기는 아귀나 개복치가 아닌 ‘블롭 피시’(blobfish)라고 한다. 영국의 ‘못생긴동물보호협회(The 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에 의하면 호주의 어부들이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저인망으로 바다를 훑다가 잡혀 나왔다고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 연안의 수심 800m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로 몸길이는 30cm정도로 해저에서 몸을 숨긴 채 근처를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먹으며 서식하나, 맛이 있어 게를 잡는 어부들이 포획을 많이 하여 멸종 위기 종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못생긴 어종은 ‘주름상어(frilled shark)’로 3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상어화석과 가장 유사한 어종으로 밝혀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어류로 입이 크고 늘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돌목상어(bascing shark)로 최대 몸길이 15m나 되는 것도 있는 고대 상어에 이어 큰 상어로 생김새와는 달리 성질이 온순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네 번째는 타이거 피시(goliath tigerfish)로 콩고 강과 잠비아 호수 등에서 발견된다고 하며, 다섯째로는 울프 피시(wolf fish)로 이름처럼 험상궂은 생김새와 성질로 유명하다고 한다. 해저 50-100m의 해초 바위지대에 서식하며 해저의 인상파라고도 한다. 여섯째로는 우리나라 동남해와 서일본해, 시베리아, 연해주 등에 서식하는 칠성장어로 물고기 한쪽에 별모양의 아가미구멍이 7개씩 있어 붙여진 이름이며 입에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하다. 일곱째는 고블린 상어(goblin shark)로 짙은 회색에 뾰죽한 코를 가진 상어로 빛이 없는 해저 1200m의 바닥에 서식해 시력이 아주 나쁘다고 한다. 여덟 번째는 스톤 피시(stone fish)로 주로 열대 인도양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며 머리와 입이 크고 눈은 작으며 피부가 울퉁불퉁하고,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아 식별하기가 힘들고, 건드리면 독을 발산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아홉 번째는 북태평양의 열대해역에서 사는 저서어인 쑤가미(lumpfish/devil stinger)로 흉측하고 무섭게 생겼지만 복어와 맛이 유사해 매운탕거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열 번째로 긴코 키메라(longmose chimera)로 수심 200m 이상에서만 서식하는 연골어류로 상어목에 해당한다고 하며, 긴 코가 특징이다.

한편 우리나라 동해안에 12월에서 2월 사이 산란을 하며, 주로 얕은 연안의 바위에 붙어서 서식하며, 우직할 정도로 산란한 새끼를 지키는 모성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 맛이 최고라는 ‘도치(pacifuc spiny lumpsucker)’라는 어종이 있다. 위에 열거한 종류에 비견되는 물고기로 특히 아귀와 닮았다. 커다란 입과 눈을 가진 도치는 흡사 올챙이의 큰 형님같이 생김새가 꿈에 나올까 염려되는 모양새이고, 심퉁 맞다 하여 ‘심퉁이’, ‘심퉁어’, ‘뚝지’라고도 불린다.

이맘때면 강원도 고성, 주문진, 속초 앞바다에는 도치 풍년으로 어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띤다고 하며,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으로 고성 8미의 하나인 도치는 겨울철이 제맛이며 이름과는 달리 살이 질기지 않으며 쫄깃하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아 인기가 좋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낸 후 한 번 더 데친 도치숙회, 알을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찐 알찜이나, 묵은지 위에 도치를 얹어 조려낸 두루치기와 잔칫날에 만들던 도치알두부 등으로 많이 조리하며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소개가 된 바 있다. 도치는 노화방지와 도치의 간에는 비타민 A와 E가 많아 시력보호, 뼈와 이의 발육, 야맹증 등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세균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며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손톱이 갈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겨울철 동해안에 도루묵 알탕을 먹으러 간 사람들은 결국 도치 알탕과 숙회를 먹고 온다고 한다. 특히 소주 한 잔을 겉들이면 그야말로 이태백이 따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오징어를 비롯하여 도루묵, 양미리, 도치 등 중요 어종의 보고이다. 명태자원이 사라진 안타까운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어민들이 공동으로 자원보호에 더욱 적극적인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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