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에 살았던 고대 동물의 시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최근 호주 남부의 캥거루 섬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현대의 곤충과 갑각류(甲殼類)가 수십만 겹의 수정체로 이뤄진 ‘겹눈’을 가졌으며, 날카로운 시력은 몸의 움직임을 빠르게 해 최초의 포식자를 탄생시켰고, 이 시기는 5억4000만년 전에 시작된 ‘캄브리아기’인 사실을 호주의 애들래이드대학 연구팀이 밝혀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화석의 주인공은 아마도 커다란  새우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시력을 가진 갑각류로는 2억년 전부터 출현하여, 살아있는 화석으로 일컫는 투구게(horseshoe crab)로 1000픽셀(Pixel, 畵素)이고, 가장 시력이 좋은 겹눈 곤충은 잠자리로 2만8000픽셀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을 보면 시력이 좋은 동물들이 다 나온다. 제1위의 시력을 가진 타조는 날지 못하는 대신 멀리 보는 능력이 있어 무려 20Km떨어져 있는 사물도 판별할 수 있는 25.0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위는 하늘을 나는 매로 시력이 9.0이고, 3위는 독수리로 역시 시력이 5.0로 가시거리가 무려 10Km에 달한다. 4위는 갈매기로 인간의 시력 측정 기준으로 볼 때 5.0정도에 달하고, 5위는 포유류 중 키가 가장 큰 기린으로 가시거리가 약 7Km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 어류는 어떠할까, 일본의 낚시 잡지인 ‘이소츠리 스페셜’에 벵에돔은 0.1283정도고, 일본 열도 인근에서 잡히는 빨간눈복어(아까메후구)는 0.0689정도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게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을 종합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안테나가 있어 여기에 의존하여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고등계 갑각류의 경우엔 길이 막혀있건 뚫려있건 전진하려는 성향도 있어 이를 이용해 닭새우나 대게를 잡기도 한다. 더욱이 우두머리가 가는 방향에 그물을 쳐놓으면 뒤를 따라오는 전체를 일망타진할 수 있다.

‘갯벌에 살아남기’에 따르면 물기가 많은 갯벌 바닥에 70∼90cm 정도의 굴을 파고 사는 칠게는 갯벌에 사는 게들 중에는 시력이 가장 좋아 썰물이 되면 먼저 긴 눈 자루를 구멍 밖으로 내밀고 주변을 살핀 다음 바깥으로 나와 허겁지겁 갯벌을 집어먹고,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칠게들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갯벌의 싸움꾼으로 알려진 방게는 크고 강한 집게발을 이용해 굴을 파고, 굴을 팔 때 나온 흙을 구멍 둘레에 성벽처럼 쌓아놓고는 다른 게들과 싸움을 하여 다른 게의 집게발을 떼어놓기가 일수다. 한편 큰 것이 1.5cm에 불과한 모래 색깔의 엽랑게는 모래에 섞여있는 유기물을 먹은 후 나머지는 단단하게 뭉쳐서 둥근 덩어리를 구슬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갯벌의 핵주먹으로 불리는 갯가재는 새우류, 조개류, 어류 등을 잡아먹어 갯벌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심지어 자기보다 큰 물고기가 공격해 와도 결코 도망가지 않는 갯벌의 조폭이다. 이 외에도 조개를 부수는 민꽃게도 바위 밑에 은신해 있다가 고동이나 조개의 껍데기를 집게발로 부수고 잡아먹기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 똑같은 속담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지 빨리 먹어치울 때 쓰는 말이다. 마파람은 뱃사람들이 쓰는 은어로 여름에 부는 훈훈한 그러나 비를 몰고 오는 남풍을 의미한다. 게가 마파람이 불면 비가 오는 것을 직감하고 눈을 감추고 자기 구멍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하도 빨라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어떤 이는 이를 속도로 계산해내고 있다. 사람이 눈을 깜박이는 속도가 1/40초라고 하는데, 게의 눈이 이동하는 거리와 사람의 눈꺼풀이 내려와 덮어야 하는 면적을 계산해 보면 1/2 즉 1/80초로 사람이 눈을 깜빡하는 것보다 2배는 빠르다는 것이다.

더불어 시간을 나타내는 용어 중 ‘찰라’라는 불교 용어가 있는데, 이를 시간으로 계산하면 1/75초로 찰라보다도 게눈 감추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찰라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Ksana)를 음역한 말로 일념(一念)으로 번역하기도 하나, 2명의 남자가 카시국에서 생산한 명주실 한 가닥을 중국에서 만든 가장 예리한 칼로 절단할 때 걸리는 시간이 64찰라가 경과한다고 서술한 것으로 보아 찰라는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알 수 있는데, 게 눈 감추는 것이 이 보다 더 빠르다고 과장된 표현을 한다. 마파람과 관련된 속담으로 ‘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 그리고 ‘마파람에 호박꼭지 떨어진다.’ 라고 하여 무슨 일이 그 시작부터 방해를 받고 있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여류 소설가 박완서의 ‘오만과 몽상’이라는 단편에는 ‘봉당이나 추녀 끝에서 더러운 아이들이 국에 만 밥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엄마 치마꼬리에 숨어서 빈 그릇을 내 밀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4년은 우리 수산업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연근해어업은 중국과의 FTA 협상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그 체질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고, 원양어업에 있어서도 발상의 전환으로 그 간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이젠 접어야 할 때로, EU를 위시한 국제수산기구에서 IUU(불법조업)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야할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관련 민간기구의 과감한 혁신과 더불어 정부의 국내외 정책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지 말고, 갑오년 청마(靑馬)처럼 힘차게 꾸준히 달려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