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제작 사상 최고의 제작비(500억원)가 투입되고, 한국의 여배우(張瑞希)가 주연으로 발탁된 것은 물론 500리터의 우유에 목욕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수당영웅(隨唐英雄)’이란 역사 드라마가 100회 분으로 제작되어 얼마 전 종영되었다. 수(隨)의 개국으로부터 시작하여 수문제의 네 아들간의 태자 자리를 놓고 전개되는 다툼과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 형(양용)을 제거하고, 음모로 동생 둘을 죽게 한 후 태자에 오른 둘째(양광)의 철저히 가식적이고 기만적인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는 양광의 부인으로 분한 유호경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유호경은 12년 전 ‘측천무후’역으로 출연했고, 2012년에도 ‘일월능공(日月凌空)’으로 부제가 무측천인 드라마에 출연하여 중국 사극사상 최고의 배우로 평가 받고 있는 그의 역할은 수당영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다.

물론 수당영웅은 진나라를 멸하고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가 된 수문제의 업적과 함께 2대 황제에 오른 수양제(양건)의 폭정과 호사의 극치로 나라가 패망의 길로 가고 있는데도 북경에서 항주까지 1700킬로의 대 운하사업을 착수했다. 당시 인구가 4천5백만 정도였다는데 대 운하 토목공사에 2천 만 명을 동원하였다고 하니 노인과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동원한 셈이다. 진나라가 쌓은 만리장성에 이용된 석재의 수와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죽은 노동자의 숫자가 같다고 하니 당시 이 운하를 건설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인부들이 죽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 운하의 건설 목표는 북쪽의 황하와 남쪽의 장강(양자강)까지 1700키로 즉 남·북간의 원활 한 물자교류가 목표였는데 사실은 수양제가 여러 곳에 궁전을 지어놓고 대운하를 이용하여 은밀히 이동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남쪽의 경관을 좋아해 이 운하를 이용해 양주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수양제는 운하의 준공과 함께 운하의 양 옆에 버드나무를 많이 심도록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수양제의 버드나무라고 하여 ‘수양버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초의 의도는 불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으나 오늘 날에는 교통과 물자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지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수양제는 두 번에 걸처 고구려를 침범했으나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에게 ‘살수대첩’에서 100만 대군이 몰살당하고 불과 2700명만이 살아 돌아갔다고 한다.

대운하가 준공되어 전 구간에 걸쳐 통수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대신’이라는 자가 하극상을 일으켜 준공식장으로 들이닥쳤으나, 수양제는 준공식을 마치고 밸브를 열어 통수를 한 직후 그곳에서 자기의 경호대장이었던 장군에 의하여 목이 베어지고, 그 목은 운하에 던져지고 만다. 한편 수양제의 후궁인 장수희 역시 운하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오늘날 이 운하는 수많은 하천 지류들과도 연결되어 교통은 물론, 물자의 원활한 소통, 남북간의 이질감을 완화시켰고, 고구려 원정 시에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수나라는 수양제가 벌인 토목공사와 고구려침공, 돌궐과의 마찰, 황제의 폭정으로 인해 2대 37년 만에 당나라에 의해 망했다. 특히 이 대운하의 큰 덕을 본 나라는 수나라를 멸망시킨 당나라였다. 당나라는 ‘안록산의 난’ 등으로 멸망직전까지 갔으나 강남의 물산을 대운하를 통하여 신속히 운반할 수 있었으므로 200년이나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사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지방 절도사들의 힘이 비대해져 중앙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1400여년이 지난 지금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양제의 대운하는 중국을 발전시킨 크나큰 동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대운하를 시도했다. 결국 환경론자들과 국회의 반대에 부딪쳐 4대강 사업이라고 변모되었으나 당초에는 물류의 신속한 운반과 매년 강과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농작물과 토지의 유실 피해를 예방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막대한 소요자금 조달문제가 큰 장애요인으로 부각되어 4대강에 보를 설치하고 하천 바닥을 준설하여 식수원 확보와 농·공업용수의 안정적 확보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점진적으로 지류까지 정비하는 것으로 하고 공사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권 말부터 4대강에 대한 여러 가지 의구심이 터져 나왔다.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면 국무총리실과 환경부는 별문제가 없다는 쪽이었다. 따라서 감사원의 재감사가 다시 시작되고, 국무총리실은 토목학회, 환경공학회, 농공학회, 문화관광연구원 등이 참여하여 전문 분야별로 보 안전성, 수질 상태, 가뭄, 홍수 대처 능력, 수변환경 등에 대한 종합평가를 하고 있다. 검찰도 다른 각도에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보면 이번 조사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4대강의 여러 분야 생태계를 조사한다면서 ‘어류생태계’를 조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수산분야에도 수많은 학회가 있음에도 어느 한 곳 이의를 제기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바로 ‘4대강 왕따’인 셈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수계를 조사한다면서 어류생태계와 관련분야 조사는 없을까? 시간이 좀 걸려도 이번 종합평과가 ‘파이널 리포트’이어야지 소모적인 조사는 곤란하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수산계 특히 내수면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업계나, 학교, 학회 등은 정부에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은(李商隱) 시인이 쓴 ‘수궁(隨宮)이란 시에 자천의 궁전은 안개 속에 묻어 둔 채(紫泉宮殿鎖煙霞)/...비단 돛 달고 배는 하늘까지 닿았으리라(錦帆應是到天涯)/...변함없이 운하의 버들엔 갈가마귀 날아든다.(終古垂楊有暮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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