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5월 3일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은 당시 네덜란드령인 동인도(현재의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고, 파푸아 뉴기니 섬의 전략적 요충지인 포트모르즈비로 진출하기 위하여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동원하여 일본의 소형 항공모함을 비롯하여 수척의 함정을 침몰시켰다. 반면 일본 해군 역시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투기로 이에 대항하여 양측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로써 연합군이 일본보다 피해가 컸지만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전략적 요충지를 수호할 수 있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전투로 이를 두고 ‘산호해 해전(Battle of the Coral Sea)’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 101개국이 가지고 있는 산호초군집(珊瑚礁群集)은 전지구의 284,000㎢ 정도로 프랑스 영토의 반 정도의 면적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엄청난 자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산호초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약 2만 종의 해양 동식물이 산호초를 기지로 삼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산호초 생물의 1/10에 해당하는 해양 생물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산호해 해전이 있었던 인도네시아에 있는 산호초는 전 세계 산호초의 18%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호주와 필리핀이 각각 17%와 9%를 차지한다. 프랑스의 경우 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제도군과 인도양의 카리브해에 서식하는 산호초의 면적은 14,280㎢로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의 5%를 점유한다. 그러나 이런 산호초 군집은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차별 없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의 환경 분야 연구 프로젝트는 지난 1998년에 전 세계 기후변화 요인인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인도양에 서식하고 있는 산호초군집의 9/10이 멸종됐다고 보고하고 있고, 카리브해에서는 산호초군집이 완전히 멸종됐다고 한다. 또한 산호는 인간 활동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산호초에 퇴적된 퇴적물과 마구 자란 해초에 의해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호흡에 곤란을 겪고 해양 동물의 분비물로 파괴되고 있다. 더욱이 산호초는 무분별한 스쿠버들과 관광객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해양 동식물들을 잡기 위한 독성물질로 인해 길게는 산호초의 생태구조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82%의 산호초가 위험에 처해 있다. 산호는 보석으로 3월의 탄생석이고, 동양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목걸이, 커프스 버튼, 넥타이 핀, 비녀, 관자, 단추, 노리개 등 상업적 판매를 위한 채취로 산호가 파괴되고 있다. 또 암 퇴치(에이즈)를 위해 연구하는 분자 생물학의 연구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 파괴되는 산호초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자포동물인 산호는 18세기까지만 해도 식물로 분류되었으며, 석회질 골격을 가졌다 하여 광물로 오인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산호초를 이루는 산호는 해파리나 말미잘처럼 강장(腔腸)과 입을 가진 작은 개체인 산호충들이 모여 있는 군체(群體)로 자포동물(刺胞動物)로 분류되고, 야행성인 산호는 낮에는 외골격이나 가시형태로 있다가 밤이 되면 산호충은 입 부분에 있는 수없이 많은 촉수를 이용하여 동물성 플랑크톤(게, 새우, 작은 물고기)을 잡아먹는다. 이들 촉수를 폴립(Polyp)이라고 한다. 폴립은 그리스어로 ‘많은 다리’라는 뜻이고, 전 세계에 분포하는 2500여 종의 산호들은 폴립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색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산호는 동물 플랑크톤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을 수 없어 편모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와 공생한다. 주산텔라는 폴립에 보금자리를 틀고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받으며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 같은 당류를 산호에 공급하므로 광합성의 필수 조건인 태양광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맑고 깨끗한 바다에서 살 수가 있다.

1842년 찰스 다윈은 산호초를 ‘거초(Fringing reef), 보초(Barrier reef), 환초(Atoll), 탁초(Platform reef), 패치 산호초(Patch reef)’ 등으로 구분하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학적 구조물인 산호초는 왕성한 생명활동으로 바다 속 ‘삶의 제국(帝國)’을 형성하고 있다. 지구 전체 바다에서 산호충의 분비물이나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초인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0.1%도 안 되지만 해양생물의 1/4이 이곳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며, 인간이 먹는 물고기의 20-25% 정도가 산호초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그 중요성이 새롭다. 1980년도에 상영된 ‘푸른산호초(The Blue Lagoon)’에서 당시 청순미의 상징인 브룩쉴즈가 선박의 화재로 무인도인 산호초섬에 상륙하고, 그곳에서 성장한 후 아이와 함께 잠자는 딸기를 먹고 쪽배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로 표류하다가 구조된다는 이야기는 어른이 된 지금도 새롭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의 양심’ 이라는 오에 겐자부로는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산호바다와 야자수 그리고 오키나와 전투와 주민들에 대한 옥쇄를 강요한 일본제국의 잔인함에 대한 ‘오키나와 노트’를 출간했고, 한국 시인 강신애는 그의 시 ‘산호와 시멘트’에서 ... 낮선 어족이 가꾸는/ 푸릇푸릇한 푸성귀들 오채(五彩)의 정원/... 물속에 오래전 두고 온 제국을 건설하는/ 이 산호의 발원지가/ 사라진 대륙의 사라진 종족인 줄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라고 노래하고 있다. 지난 9월 블라벤 등 세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찾아 온 태풍은 서귀포 앞바다 문섬을 비롯하여 제주도 전 수역과 남해안을 강타하여 많은 산호초가 파괴되고 산호가 폐사되었다고 한다. 산호초 군집을 기초로 살아가는 산호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지표임과 더불어 바다 전체 한경을 지키는 불침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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