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토지 수탈과 두 차례에 걸친 산미증식계획은 물론 8.15광복 후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더욱 피폐해진 농촌의 빈곤상은 1960년대 후반까지 연례행사처럼 보릿고개(春窮期, 麥嶺期)는 이어졌습니다.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 산간벽지나 농가의 식량사정은 매우 어려워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는 가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부황증(浮黃症)에 걸리거나 많은 궁민(窮民)들은 고향을 등지고 유리걸식(遊離乞食)하는 가정이 많았다. 그리고 부족한 양식을 늘려 먹을 요량으로 농가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산에 가서 장작이나 솔갈비(솔개비)를 한 짐 그리고 그동안 먹지 않고 모아 만든 계란 한 꾸러미와 차조 두어 되를 장의 방앗간에서 댓겨, 닷새마다 서는 시골 오일장에 내다팔아 일용품과 아이들 월사금을 마련하고, 아침을 굶고 무거운 장작더미를 지고 온 터라 허기진 배에 장국밥 한 그릇과 탁주 한 사발을 걸치면 돌아오는 길은 탁주가 얼큰히 올라 갈지자를 걸으면서도 지개다리에 매달린 퀴퀴한 냄새가 나는 자반고등어 한 손(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소금을 친 두 마리)으로 노모와 아내 그리고 자식새끼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장장 삼 십리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 자반고등어 한 손은 보릿고개를 이기는 힘이 됐고, 유일한 어류단백질원이었으나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고 가슴 아픈 정서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시인 유안진은 간고등어 한 손이란 시에서...한 마리씩 줄지은 꽁치 옆에 짝지어 누운 간고등어/ 껴안고 껴안긴 채 아무렇지도 않다/... 변색될수록 맛 들어져 간간 짭조롬 제 맛 난다니/ 함께한 세월이 갈수록 풋내 나던 비린 생선/ 서로를 길들여 한가지로 맛 나는가...(후략). 고등어(古登魚)는 명태와 더불어 서민들이 찾는 국민생선이다. 전갱이를 ‘바다의 쌀’이라고 한다면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이고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이다. 고등어는 그 이름도 가지가지이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복부에 반점이 없는 놈은 벽문어(碧紋魚) 그리고 반점이 있는 놈은 배학어(拜學魚)라고 하고, “동국여지승람”에는 칼 모양이라 하여 고도어(古刀魚), “재물보”에는 고도어(古道魚)라고 소개하였고, 중국에서는 태파어(台巴魚), 대패어(黛覇魚), 태어(台魚), 청화어(靑花魚) 및 청어(靑魚)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반점이 없는 놈을 혼사바(本鯖), 반점이 있는 놈을 고마사바라고 부른다. 일본어로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와 쓰이는 것 중 ‘사바 사바’란 말이 있는데 일본 에도(江戶)시대에서는 고등어 두 마리면 모든 민원이 해결된 데서 기인했다는 말도 전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함경도 지방에서는 고망어(古亡魚), 고도리 또는 통소고도리라고 부르고, 강원도에서는 고동어(古同魚)라고 부르기도 한다.(이상 어류박물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황해도, 함경도 지방의 토산어류로 소개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 에는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함경도 지방에 많이 난다고 하여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생산된 민족의 어류였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일 합방을 전후하여 일본인 고등어 어업자들은 평북 원도(圓島)에까지 진출하여 각처 주요근거지에 가족까지 이주시켜 가지고 우리나라 고등어를 마음대로 잡아갔다. 당시 우리나라 어부들이 잡은 고등어는 일본인들이 잡은 것의 백분의 일에 불과했다. 고등어는 밝은 것을 좋아하는 희명성(喜明性) 어류로 야간에 집어등을 켜면 모여드는 습성이 있어 분기망(焚寄網)이 고래로 발달하였다고 “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는 선망(旋網)어선과 저인망 어선에 의하여 다량 포획되고 있다. ‘가을 고등어와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도유지에 유의하여야 한다. 최고(最古) 어류학서인 “자산어보”엔 고등어는 ‘간과 신장 기능을 도와준다. 그러나 얕은 물에서 수압을 덜 받고 자라서인지 육질이 연하고 상하기 쉽다’고 적혀 있다. 깨끗한 피와 건강한 혈관을 원한다면 고등어를 자주 먹어야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과 중성지방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을 증가시키는 EPA와 DHA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DHA는 뇌신경을 활성화하여 머리를 발달시켜 뇌세포를 활성화 하고 체력을 증진시켜 어린이와 수험생에게 특히 좋으며, 치매,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동맥경화, 암(유방암, 췌장암, 대장암 등)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시력도 좋게 한다. EPA는 혈관의 혈전(血栓)을 막아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을 에방해주고, 치유에도 도움을 주는 힐링건강식품이다. 또 고등어에 들어있는 셀레늄은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비타민E보다 2천배나 되고, 각종 질환의 예방 외에 성적 기능을 증강시키는 효과 등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며, 물을 많이 먹는데도 변비가 심한 사람과 소변색이 진하고 소변을 자주보는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라 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신장병 등에는 자반고등어는 줄여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등어는 요리할 때 비린내가 심하므로 감자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넣고 요리하거나, 비타민C 즉 레몬즙을 살짝 뿌리고 요리하면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요즘 ‘욕지도’에서는 고등어 양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성실업(회장 박인성)이 거대한 가두리 시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정치망에서 포획된 고등어 치어를 입식하여 고등어를 양식하고 있고, 당일 서울로 직송하여 회를 즐길 수 있는 단계에까지 고등어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금년은 고등어 풍년으로 지난해의 반값으로 팔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조업구역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다. 행여 무리한 조업구역 조정으로 서민생선인 고등어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지갑을 닫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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