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은 동해안의 특산물로서 명태와 같이 겨울철 이맘때 생산되는 어종에 속한다. 도루묵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하찮은 물고기로 일부 알려졌으나 사실은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으며 뼈가 연한 맛좋은 고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일본으로 수출되는 품목으로, 그리고 자원이 감소일로에 있는 어종으로 산지에서도 좀처럼 구입이 어려운 값비싼 고기로 알려졌다. 이조시대에 왕이 함경도에 갔을 때 시식한 도루묵이 너무 맛이 있어 은어(銀魚)라고 명명하였으나 그 후에 환궁하여 다시 먹었을 때에는 먼저 그 맛이 없었던 까닭으로 다시 도루묵으로 환명(還名)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아마도 임금이 환궁하였을 때에는 산란 후에 구입된 것이므로 맛이 그전보다 못하였으리라. 그래서 ‘말짱도루묵’ 이라는 비하된 표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도루묵을 일명 우레(천둥)고기라고 부른다. 옛날 어류도감에 우뢰소리(雷聲)를 좋아한다고 쓰여 있어 도루묵을 한자어로 ‘뢰(뢰)’라고 쓴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일본의 주산지인 동북부 아끼다(秋田)에서는 12월 동지 무렵 우뢰소리와 같이 거친 파도가 있는 날에는 풍어가 된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도루묵을 우뢰소리를 동반한 고기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겨울철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고기로서 옛날에는 영주와 무관의 집안에서는 정초에 도루묵을 먹으면서 집안의 번영을 빌었다는 풍습도 있었으며 지금까지 그 지방에 명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알집(bu-ri-ko)은 진귀한 명품으로 취급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도루묵은 평상시에는 깊은 바다 모래나 뻘이 있는 곳에서 살다가 11월~12월초에는 해조가 무성한 얕은 연안에서 산란하고는 다시 외양으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다. 이 산란차 연안으로 오는 시기가 거의 어획시기와 맞물린 시기인 것이다.

  도루묵은 동해안에서는 향토미각을 대표하는 중요수산물로 손꼽히고 있었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산란장소에 모자반 같은 해조류가 감소되었고 도루묵 알마저 채취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됨으로써 어획자원은 점차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1970~1980년에는 어획량이 1만톤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2천톤에 불과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자원회복은 물론 자원관리에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생선의 맛이 있고 없는 것은 사람의 입맛과 생산되는 그 지방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적어도 동해안에서만큼은 도루묵의 맛은 누구나 최고로 손꼽히는 맛 좋은 생선임에는 틀림없으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도루묵 어족자원의 보존에 좀더 힘써야 함은 물론 손쉽게 적정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