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든’이 타고 다녔다는 해마(海馬, sea horse)는 히포캄포스(hippo-하마, 말, campus-괴물, 연충)라고도 부르며, 몸이 편평하고 머리에 정관(頂冠)이라는 뿔이 있고, 머리와 몸통은 직각에 가깝고, 꼬리 부분은 긴꼬리원숭이와 같이 꼬리가 안쪽으로 감겨 있다. 해마의 암수 한 쌍은 교미를 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 어울려 다니며 색깔을 바꾸거나 꼬리를 걸거나 함께 헤엄치면서 구애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밀월기간이 끝나면 암컷이 산란관을 수컷 배에 있는 육아주머니(育兒囊)에 넣고, 암컷으로 부터 알을 받은 수컷은 그곳에서 수정 부화시킨 후에 약 20일을 동안 육아낭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바닷물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다. 수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암컷은 매일 규칙적으로 수컷을 찾아와 상태를 살핀다고 한다. 이것은 수컷이 출산하면 다시 난자를 수컷에게 넣어 주기 위한 행동 이라고 한다. 이것은 모든 생물은 암컷이 생산하고 육아를 책임지는 것과는 달리 남녀생식의 역행(逆行)이다.

또한 해마는 어류 중에서는 극히 드물게 일부일처주의 사랑을 보여준다. 한번 짝지어진 암수는 해로하고 아무리 건강한 새것이 나타나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한다. 고대 유럽 사람들은 바다에서 죽은 어부들의 영혼을 지하 세계로 안내한다고 생각했으며, 고대 중국 사람들은 바다용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이러한 해마는 만족, 끈기, 인내, 관용과 좋은 성격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마는 직립하여 수영하고 음식을 빨아먹는데 사용하는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두 눈은 카멜레온과 같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당할 위험을 느낄 때는 물속의 우거진 갈대나 수초사이에 들어가 수초와 비슷한 모양으로 위장한다. 16세기 유럽의 해양생물 학자들은 불가사리나 새우의 한 종으로 오인하기도 했으나, 유럽 석기시대 동굴 벽에 해마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원시인들도 해마의 모양이나 새끼를 낳는 습관에 대하여 무엇인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중세 유럽의 어떤 나라에서는 해마는 유독한 괴물이기 때문에 가루를 술에 타서 마시면 죽는다고 믿어왔고, 또 한편으로는 미친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타부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용의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타스노 오토시고(龍之落子)’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는 성은 평온(平溫)하고 독이 없으며 난산을 주치한다. 부인의 난산 시에 이것을 말린 것을 마스코트 같이 손에 쥐면 양과 같이 순산한다고 하여 해산에 즈음하여 이것을 쥔다. 일명 수마(水馬)라 하여 남해안에 살며, 대.소가 수궁(守宮)과 같고, 머리는 말과 같고 몸은 새우와 같고, 등은 곱사등이고, 그 색은 황갈색이다. 햇볕에 말려 암.수를 한 쌍으로 한다. 라고 적고 있고, ‘물명고’에서는 해마를 모양은 말과 같고 몸은 새우와 같고 색은 황갈색이다. 암.수를 잡아서 말려 부인의 출산에 즈음하여 손에 이것을 쥔다고 기록했다. ‘임원경제지’, ‘전어지’ 에서는 본초습유(本草拾遺)와 본초연의(本草衍義)에서 인용한 바, 그 내용이 위의 것들과 대동소이하며 중국 남해와 일본 해양은 모두 해마를 생산하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해마는 한의학에서 약재로도 쓰이는데, 보신장양(補腎壯陽)과 조기활혈(調氣活血)로써 양위(勃起不全), 유뇨(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나옴), 허해서 오는 기침과 난산을 다스리고, 노인이나 허약한 자의 정신쇠약과 복통을 다스리는데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암.수 한 쌍을 말려 놓았다가 난산을 할 때 몸에 지니면 아주 효과가 있다고 믿고, 구워서 가루를 먹으면 아주 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대만에서는 가루로 하여 먹으면 광견병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립수산진흥원의 ‘로고’가 해마였다. 왜 그 많은 수서동물중 해마를 수진원의 상징으로 그리고 언제부터 해마를 채택했는지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명쾌한 답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1960년대 농림부 산하 중앙시험장 시절부터 해마를 로고로 사용했다고 한다. 다만 그 이유는 해마가 신기한 생활사를 가져,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는 일반적인 생식법칙에 반하는 수서동물이기에 연구를 지향하는 수산시험장의 목표에 제일 적합한 동물이었을 것이라는 일반론적 대답이다. 1921년 일제 강점기 중에 수산시험장으로 출발하여, 상공부(1949), 해무청(1955)으로, 농림부 중앙시험장(1961), 국립수산진흥원(1963) 그리고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으로 개칭하여, 90년의 연구역사와 광범위한 성과를 자랑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수산과학원 로고는 물고기 두 마리를 형상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바다 해마(海馬)와 한자어가 같고 해마속명(Hippocampus)이 같은 뇌 해마(腦海馬, hippocampus)가 있는데, 인간 뇌의 중요한 핵심부분이다. 이는 학습, 기억, 감정 및 새로운 것의 인식 등의 역할을 하며 뇌의 다른 부위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원심성 신경회로망 즉 광케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뇌 해마에 문제가 생기면 기억력이 저하되며, 알츠하이머 치매, 간질 등이 발생한다. 뇌 해마의 모양(海馬狀 隆起)은 두루마리모양 구조를 이루며 학습 기억의 연구의 기점이 된다. 그리고 알코홀의 독소에 의하여 ‘필름이 끊기는 이유’는 해마의 기억공간에 정보가 입력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인구의 17%가 앓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은 뇌 해마에 ‘뉴리틴’ 유전자 결핍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신기하고도 베일에 싸인 바다해마와 뇌해마 와의 관계를 연상할 때 신비스러운 핵심 연구기관 이라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꿈보다 해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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