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대학 총장이며 어류학자인 졸단 박사가 일본에서 물고기 조사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물고기 이름을 물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은어(銀魚 아유)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후 박사는 은어를 스위트 피시(sweet fish)라고 이름 지어 미국에 소개 했다(어류박물지). 그러나 함경도에서는 ‘도루목’을 ‘은어’ 또는 ‘도루메기’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도루’는 얼룩무늬를 말하고 ‘메기’는 가시가 많은 생선을 일컫는다.

도루목에는 이칭(異稱)이 여럿 있다. 목어(木魚, 目魚), 은어(銀魚), 은조어(銀條魚), 환목어(還木魚), 환맥어(還麥魚), 도로목어(都路木魚), 도로묵, 도루무기, 돌목이 그것이다. 도루묵이라는 유래가 정조 때 이의봉(李義鳳)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과 조선 말기 조재삼(趙在三)이 지은 “송남잡지(松南雜識)”에 전하는데, 고금석림에 의하면 고려의 어느 왕이 동천(東遷)하였을 때 목이를 드신 뒤 맛이 있다 하여 은어로 고쳐 부르라고 하였는데, 환도 후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었을 때 맛이 없어 다시 목어로 바꾸라 하여 도루목(還木)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인조(仁祖)가 이괄(李适)의 난으로 공주에 피난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유래담으로는 조선의 14대 임금이었던 선조(1552-1608)가 임진왜란 때 피난가시면서 먹을 것이 궁하자 한 어부가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는데 무척 시장했던 선조(1904년 4월 9일자 황성신문에는 인조라고 함) 임금은 이를 먹어 보고는 너무 맛이 있고, 배의 빛깔이 은색인지라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런데 난이 끝나 궁궐에 돌아 온 선조 임금은 문득 피난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이 나서 다시 구하여 먹어 보았더니, 옛 피난지에서 먹어보았던 감칠맛이 없었다. 그래서 선조 임금은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고 했다는 설화로 그 내용들이 비슷하다. 또는 원래 맥어(麥魚)였는데, 은어로 개명되었다가 다시 환맥어로 되었다는 내용도 전하고,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함경도에서 은어가 났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강원도와 함경도에서 은어가 잡혔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의 은어는 과거에는 ‘은구어(銀口魚)’라고 하여 구별했다. 도루목을 은어라 불렀던 이유는 “전어지(佃漁志)”에 배 쪽이 운모분(雲母粉)과 같이 희고 빛이 나므로 그 지방 사람들이 은어라고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실학자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도 본토박이돌이 은어라고 불렀다는 똑 같은 설명이 있다. 선조(17년)와 인조(25년)시대에 살았던 조선 한문 4대가의 한 사람인 이식(李植)은 ‘환목어’라는 시를 썼는데,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有魚名曰目)/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海族題品卑)/....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백하여(終然風味淡)/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 데로 괜찮았지(亦足佐冬釃)...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目也適登反)/...그러자 은과라 이름을 하사하네(勅賜銀魚號)...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金與旣旅盤)...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이로 떨어지네(削號還爲目)/ 순식간에 버린물건 푸대접 당하다네(斯須忽如遺)...(후략) 라고 앞에 설명한 내용을 시로 쓴 내용이 전한다. 그저 평범하기만 했던 ‘목어’가 난리 통에 임금의 허기진 배를 채운 공로로 ‘은어’라는 벼슬로 승격했다가 난리가 끝난 후 수라상에서 푸대접을 받고 다시 ‘목어’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그 당시 현재 처지를 ‘목어’에 빗대어 필요할 때는 등용되었다가 금세 사태가 변하면 버림 받는 세상에 대해 말짱도루목이라고 풍자하고 있다.

현재에는 심혈을 기울인 일들이 노력을 기울인 보람도 없이 헛되게 되면 ‘말짱 도루목’이 되었다 라고 표현을 쓰곤 한다. 또한 도루목은 돌목이 변하여 도루목이 되었다고도 하는데 이는 ‘목’이라는 물고기 이름에 ‘돌’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형태로 ‘돌가자미’, ‘돌돔’ 등과 같은 형태로 도루목은 고급 어종이 아니고 서민들이 많이 먹는 음식으로 지천으로 널린 ‘돌’을 붙였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말짱 도루목은 ‘말로 한 장담 도로 무르기’란 의미라고도 한다. 즉 ‘말로 한 약속 즉 구두약속은 쉽게 뒤집을 수 있으므로 약속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도루목은 예전에는 개도 안 물어갔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강원도 양양군에서는 겨울마다 ‘물치항 도루목축제’를 하고 있다. 도루목 생산량은 1971년도 2만 5천톤을 최고로 자원이 감소하여 1990년대에는 1,000~2,000톤 수준이었으나 2010년에는 4,237톤으로 자원의 증강을 보였다.

도루목은 수분 80.6%, 단백질 14%, 지방 4.3%, 회분 1.1%, 칼슘 61㎎, 철분 1.5㎎, 비타민 A 50IU, B1 0.1㎎, B2 0.05㎎ 함유되어 있다. 특히 도루목은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고, EPA.DHA가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좋을 뿐만 아니라, 칼슘도 많아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강원도와 경북을 주어장으로 동해안 주민들에게는 양미리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어류의 일종이다. 일본에서는 ‘하타하타(波多波多에서 유래)’라고 하는데 천둥치는 소리를 의성어로 일본 고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식 한자로는 물고기 어(魚)변에 귀신 신(神)자를 써서 표기하는데 신과 같은 물고기라는 뜻이 아니라 옛날 일본에서는 천둥소리를 신이 내는 북소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천둥이 많이 칠 때 몰려오는 물고기란 뜻이다.

어업인들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도움을 기대하고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지내고 있다. 특히 볼라벤 등 두 번의 태풍피해 복구 대책이 말짱 도루목이 안되기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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