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사옥(1801 순조)으로 흑산도에 유배된 실학사상의 대가이며, 천주교에 몰입했던 정약전(1758-1816)이 펴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망둑어를 두고 무조어(無祖魚)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망둑어의 생태와 섭생이 자신의 유배생활 당시 뇌물을 무차별로 챙기는 조정의 탐관들과 노론(벽파)의 아첨배들을 망둑어와 연결 지어 이렇게 작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망둑어(Shuttles Hoppfish)는 기수지역의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인데 생김새가 부티가 나지 않고 빈티가 나서 천한고기로 대접 받아 왔다. 모양은 쏘가리를 닮았는데 눈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같이 두 개가 튀어나왔고, 형체는 겉과 속이 맑아서 보일정도로 투명하여 기형어 같다. 그래서 제 분수를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하거나 또는 좌충우돌하는 것을 비유할 때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 다’ 라고 하고, 쉽게 잡을 수 있고 흔하다하여 ‘바보천치도 낚는 망둥이’라는 속담도 있다. 또한 망둑어에 대한 평가는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속담인 ‘꼬시래기(망둥이의 경상도 방언으로 회로 먹을 때 고소하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 제살 뜯기’라고 한다. 이는 먹을 것 앞에선 물불을 가리지 않은 채 제 어미의 살이나 동료의 살을 베어줘도 한 입에 삼켜 버리는 망둑어의 경박한 먹이 습성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싸구려 망둑어 낚시에서는 적당한 미끼가 없으면 미리 잡은 망둑어를 잘라 사용해도 잘 무는 식탐과 포식성이 강한 어류로, 방금 잡은걸 놔줘도 또 미끼를 무는 것이 망둑어로, 붕어의 기억력이 3초라는데, 망둑어는 1초도 안된다고 낚시꾼들은,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 라고 하고 있다.

 

망둑어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여종, 우리나라에는 약 5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문절망둑, 말뚝망둥, 짱뚱어 등이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1801 金鑢)”에 소개한 망둑어에는 망둥이(어), 문절어, 수문(睡魰), 또는 해궐(海鱖)이라고도 했다. 망둑어의 한 종인 ‘짱뚱어’는 갯벌위에서 자유로이 걸어 다니고 있어 물고기는 모두 헤엄친다는 통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보통 망둑어는 물과 뭍을 오가는 수륙양용(양서류)으로 물 밖에서 최대 60시간을 머물 수 도 있고, 말뚝망둑은 습기가 있는 흙에서는 1주일 가까이 살 수 있지만, 물속에 넣으면 10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망둑어는 보통 어류가  헤엄칠 때 좌우균형을 유지하는 배지느러미가 없고, 대신 흡반이 있어 갯벌 바닥을 기며 생활한다. 보통 크기는 10-30cm이나 괴물 망둑어(풀망둑)는 60cm크기로 ‘장대’ 라고 부른다. 바닷가의 물이 얕고 벌이 많은 곳에서 밤이 되면 구슬을 꿴 것처럼 줄줄이 대오(隊伍)를 이루어 머리는 물 밖으로 향하고 몸은 물 안으로 향하여 있다. 머리 부분에 관측용 레이더가 있어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호흡하고 주위를 살핀다.

 

우산잡곡(牛山雜曲)이란 망둑어에 관한 시에 ...관솔불 여러 개 밤새도록 피었네/ 긴 손잡이 높이 들고 대통발을 엮더니/ 촌아이들 망둥어 잡아 돌아오누나. 라고 노래하고 있다. 망둑어는 가을 낚시로 인기가 있어 ‘봄 보리멸 가을 망둥이’란 말도 생겨났다. 그리고 서식 한경 적응과 관련, ‘집을 짓는 망둥이와 집을 찾는 베도라치’란 말도 있다. 즉 망둑어는 건축과 토목공사에 능하고, 베도라치는 공간 활용 능력이 탁월하다 하겠다. 특히 짱뚱어는 건물입구(구멍)는 하나이나 포식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중간에 비상 탈출구를 2-3개 만들어 놓고 있고, 또 도망시에는 진한 흙탕물을 일으켜, 지상군이 작전상 후퇴할 때 연막탄을 사용하는 전법을 사용하고 있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활용하고 있다.

 

참방게는 Y자형, 개불은 U자형, 조개류는 I자형, 달랑게는 J자형, 굴을 파서 포식자들의 위협에 대처함과 동시에 안식처도 되며, 갯벌 속까지 신선한 산소와 물을 전달하여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에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살아야 하는 거친 환경에 견딜 수 있게 진화해 왔다. 그러나 힘이 약해 굴을 파지 못하는 옆길게는 개불이 만들어 놓은 굴에 같이 살고, 껍질이 얇은 속살게 와 집게는 갯벌에 버려진 조개의 빈 껍질 속에 들어가 안전하게 지낸다. 따라서 망둑어 등과 함께 다른 종들도 살아 숨 쉬는 갯벌이 있어야하고, 특히 망둑어는 타 생물군에 대한 환경의 지표종과 파수꾼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그 외에 갯벌에는 백합, 꼬막, 바지락, 피조개 와 범게, 염낭게, 밤게 그리고 갯지렁이, 낙지(石距, 章魚, 鮥蹄), 주꾸미, 대하 등과 유기물, 플랑크톤 류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생물들이 먹고 먹히며 또는 상호 의존하며 살고 있는 먹이사슬의 공간이며 중간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군산대 최윤 교수가 펴낸 “망둑어”(지성사)라는 신간에 ‘망둑어들이 하나 둘 갯벌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이 땅 위에 인간만 남는 날이 올 수 도 있다는 경고 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상품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은 망둑어 일지라도 연안 생태계를 통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결국 우리의 식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또한 작가 리대곤은 “망둥어”라는 장편 소설에서 주인공이 IMF 직후 거리의 노숙자로 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삶의 모습을 망둑어에 비유하고, 주인공의 일생이 쉽게 뛰어오르다 그만 죽고 마는 물고기 망둑어를 통해 세상의 끝없는 탐욕과 사회의 비뚤어진 세태를 풍자 고발하고 있다. 바람에 바다내음이 짙게 실리고, 비움이 아니라 바다 생물로 채움이 있는 갯벌이 희망이다. 갯벌에 사는 망둑어가 활기찬지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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